제주도가 전면적인 천연동굴 실태조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제2공항 예정지이자 천연동굴 분포가 많은 동부지역을 미루고 서부지역에 먼저 손을 대기 시작하자 '꼼수' 논란이 일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 1일 ‘제주도 비지정 천연동굴 실태조사 용역’을 수행할 업체를 선정하기 위해 입찰공고에 들어갔다.
실태조사 용역기간은 6개월에 대상지는 제주서부지역이다. 사업비는 9991만원으로 책정됐다.
제주도는 이번 용역 착수 이유로 “최근 각종 개발사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도내 산재한 비지정 천연동굴 가치와 보존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천혜의 자연유산인 천연동굴이 훼손 또는 멸실 위기에 처해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이어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2003년 문화재청 조사 이후 현재까지 조사 이력도 전무해 동굴에 대한 체계적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업목적으로 도내 비지정 천연동굴에 대한 학술・문화재적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기초자료 확보와 이에 대한 보존 및 관리를 들었다. 또 각종 건설공사 추진 시 사전에 개발지역과 연계 검토 가능한 자료 제공 등도 사업목적으로 제시했다.
도는 이번 서부지역에 대한 용역을 마무리 한 이후 순차적으로 다른 지역에 대한 동굴조사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제2공항이 들어설 예정인 성산읍과 동부지역에 대한 용암동굴 실태조사가 더욱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는 4일 논평을 내고 “제주도가 용역 수행업체 선정에 들어가면서 조사 대상지를 제주시 서부지역 일원으로 한정해 제2공항과 관련한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제2공항으로 인해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는 지금 시기에 서부지역만 동굴조사를 하겠다는 계획 자체가 엽기적”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제주도는 서부지역에 대한 실태조사에 먼저 들어가는 이유로 최근 건설공사 과정에서 새로운 천연동굴들이 발견됐다는 점을 들었다.
제주도 관계자는 “최근 5년 사이 제주서부 지역 건설공사 과정에서 10개 정도의 천연동굴이 발견됐다”며 “특히 협재 인근에서 많이 발견됐다. 여기에 더해 동굴 수량에 맞게 실태조사를 해나가려다보니 서부지역에 대해 먼저 착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비상도민회의는 “제2공항과 관련한 동굴조사 여부는 갈등이 현존하는 시급성이 있다”며 “또 지역주민들의 조사요구가 오래 전부터 지속돼 왔었는데 이를 무시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어 “도민회의는 원희룡 제주지사에게 동굴조사를 위한 민관 합동 전수조사를 수차례 제안했었다”며 “원 지사는 이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인데 이런 황당한 공고를 답변으로 들었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제주도에 제2공항 예정지에 대한 민관 합동 전수조사를 할 것과 기존 용역 공고를 철회하고 동부지역 동굴 실태조사를 먼저 하거나 제주 전체 실태조사를 동시에 할 것 등을 요구했다. [제이누리=고원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