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비자림로 공사와 관련, 영산강유역환경청이 다시 한 번 제동을 걸었다. 제주도가 영산강유역환경청에 제출한 환경저감대책에 대해 추가 보완을 요구한 것이다. 제주도는 이에 따라 공사 현장 인근 식생 추가조사에 나선다.
제주도는 다음달부터 비자림로 주변식생에 관한 조사반을 편성해 추가 조사에 나설 예정이라고 25일 밝혔다.
이는 제주도가 영산강유역환경청에 제출한 비자림로 확・포장공사와 관련된 환경저감대책에 대해 영산강유역환경청이 지난 19일 보완 요청을 해옴에 따른 조치다.
제주도가 환경청에 2015년 3월 제출한 ‘비자림로 도로 건설 공사 소규모환경영향평가서’에는 “계획노선에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주요 철새 도래지, 각종 보호 야생동식물의 서식지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나와 있다.
제주도는 또 이 소규모환경영향평가와 관련해 공사도중 예기치 못한 환경파괴나 오염이 생길 경우 보전대책을 수립하도록 협의를 한 바 있다.
이후 지난 5월25일 비자림로 공사 현장 인근에서 멸종위기종인 팔색조가 발견됐다. 이에 환경청은 협의 내용을 들어 지난 5월29일 제주도에 “비자림로 도로 건설 공사 구간에 팔색조 등 멸종위기종이 서식할 수 있어 멸종위기종 등에 대한 조사를 하는 등 환경보전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공사중지도 함께 요구했다.
제주도는 5월30일 공사를 중지하고 관련 전문가들로 정밀조사반을 편성, 공사구간 및 주변지역을 대상으로 법정보호종 등의 서식여부 등에 대한 정밀 조사에 들어갔다.
이후 환경저감대책을 마련하고 이를 환경청에 제출했지만 환경청이 이에 대한 추가 보완을 요구한 것이다.
환경청이 이번에 보완요청한 주요내용은 공사지역 주변 식생에 대한 추가 조사와 검토다. 구체적으로 천미천 주변 삼림과 3구간 지역의 동・식물 추가 조사, 법정보호종 포함 조류 및 포유류, 양서류 등의 생태특성 추가 검토, 야생동물 이동통로 설치가능 여부 검토 등이다.
이에 제주도는 동・식물 관계전문가들로 정밀조사반을 편성, 천미천 주변 산림지역과 3구간 주변 동・식물 및 생태특성 조사・분석을 통해 저감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또 비자림로 공사구간 중 거슨세미오름에서 칡오름 사이 구간에 대해서도 야생동물 이동통로 설치 가능여부 등을 검토할 방침이다.
제주도는 여기에 더해 최근 비자림로에서 발견됐다는 멸종위기식물 2급 으름난초에 대해서도 식생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 모임'은 지난 23일 “최근 비자림로 주변 천미천에서 멸종위기식물 2급인 으름난초을 발견, 영산강유역환경청 제주사무소에 신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를 통한 조사 후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인 것이다.
하지만 제주도가 이번 추가 조사에 나서더라도 엉터리 식생조사 논란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전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각종 보호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음에도 이후 각종 멸종위기동식물이 잇따라 발견됐다는 점, 정밀조사반을 통해 조사를 벌였음에도 그 이후 으름난초 등 멸종위기 종이 시민단체에 의해 발견됐다는 점, 환경청이 추가 조사를 요구했다는 점 등이 그 이유다.
비자림로 공사 구간은 현재 10% 정도 공사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준공목표 시점은 2021년 6월이었지만 현재 공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어 준공시점은 미정이다. 추가 식생조사로 연내 공사재개도 불투명하다. [제이누리=고원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