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 조사결과 제주도 공무원들이 당시 행태가 논란을 빚고 있다.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경찰은 물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조직적인 공조가 밝혀진 가운데서다.
2007년 강정마을 임시총회 투표함 탈취사건 당시 서귀포시 공무원의 “(투표함 탈취에) 성공했다”와 당시 제주도 환경부지사의 “분열은 좋은 상황이다” 등의 발언이 문제가 되고 있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지난 29일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결과에 따르면 해군은 해군기지 찬반을 결정하기 위해 마련됐던 2007년 6월17일 강정마을 임시총회를 막기 위해 사전모의 등의 물밑작업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임시총회 결과에 따라 제주해군기지 유치의 반대 분위기가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판단하에 해군이 총회 저지를 위한 필사적인 노력을 펼쳤다는 것이다.
해군에서는 제주기지사업단 단장이 나서 마을회장을 찾아 임시총회에서 예정된 주민투표를 막아줄 것을 직접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해군 측 관계자가 해군기지 유치에 찬성하는 강정마을 사업추진위 회의에 참석, 주민투표를 막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더해 해군과 강정마을 사업추진위가 사전 논의, 임시총회의 투표함을 탈취해 임시총회 및 주민투표를 저지하려 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해 6월17일 강정마을 임시총회에서 투표함 탈취는 실제로 벌어졌고, 결국 주민투표는 무산됐다.
이 투표함 탈취에 대해 경찰 측은 “투표함이 탈취당했다”는 112 신고를 몇 차례 받았으나 “출동하겠다”는 말만하고 실제 현장에는 출동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더해 서귀포시청 공무원들은 서로간에 “성공했다”는 말을 주고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진상조사위원회는 이런 점을 언급하며 “당시 상황으로 볼 때 (시청 직원들이) 투표함 탈취에 대해 이미 어느 사전 정보를 가지고 있었고 그 실행이 예정대로 이뤄졌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해 8월10일 강정마을에서는 다시 한 번 임시총회가 열렸다. 해군기지 유치를 추진한 마을회장을 해임하고, 새 마을회장을 선출한 자리였다. 그리고 그로부터 10일 뒤 열린 임시총회에서 강정마을은 주민투표를 통해 제주해군기지 유치 반대를 결정했다.
해군은 이 임시총회 역시 막으려 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군은 주민들에게 불참을 독려하는 전화를 하고 마을 노인회 소속 노인들을 대상으로 도내 일주관광 등을 펼치며 회의 출석을 방해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제주도청 역시 거들었다. 제주도 측에서는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였다.
2008년 9월17일 경찰과 해군, 국정원, 제주도 등은 제주시 탑동의 모 식당에서 제주해군기지 건설 사업과 관련해 유관기관회의를 가졌다. 이 회의는 당시 제주도 환경부지사가 주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당시 제주도 자치행정국장은 해군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환경영향평가 동의 과정에서 제주도의회가 장애가 될 것”이라는 발언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더해 당시 환경부지사는 “분열은 좋은 상황”이라며 “이제는 추진단계다. 걸림돌을 제거하고 가야 한다. 해군이 이를 주도해서 공세적으로 가야할 것이다”는 발언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 제주도와 해군은 해군기지 건설에 찬성하는 강정마을 추진위원회의 활동을 지원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주민회 등은 “국가차원의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한다”며 “정부와 제주도는 무차벌적인 인권침해에 대해 즉각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하고 있다. [제이누리=고원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