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특산종인 구상나무 쇠퇴 현상이 한라산국립공원에서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구상나무 분포지 중 가장 극심한 수준이다.
구상나무을 포함한 고산 침엽수 쇠퇴 정도도 전국 주요지역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8일 전국 고산지역에 분포하는 7대 고산 침엽수종에 대한 분포도와 건강상태 등 생육현황 전반에 대한 내용을 담은 ’전국 고산 침엽수종의 실태조사’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7대 고산 침엽수종은 구상나무와 분비나무, 가문비나무, 눈측백, 눈향나무, 눈잣나무, 주목 등 7종이다.
이들 7종의 분포면적은 전국 31개 산지 1만2094ha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리산이 5198ha로 가장 넓은 면적을 가지고 있고, 그 다음으로 한라산이 1956ha의 고산 침엽수림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7종 중 구상나무는 전 세계적으로도 우리나라에만 분포해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목록, 국내에서는 ‘수목원 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 등으로 보호받고 있다.
특히 IUCN의 적색목록에서는 2013년 위기근접종에서 멸종위기종으로 등급이 상향되기도 했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구상나무는 전국적으로 6939ha에 약 265만그루가 분포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약 33%가 쇠퇴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구상나무 쇠퇴 정도는 한라산에서 가장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라산 구상나무의 39%가 쇠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상을 중심으로 동쪽 지역의 쇠퇴 정도가 두드러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 쇠퇴 핵심지역을 중심으로 어린 구상나무도 많이 자라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라산은 구상나무뿐만 아니라 고산 침엽수의 전체적인 시퇴도도 39%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여기에 더해 쓰러져 죽은 고사목의 비율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산림과학원은 “한라산은 기후변화에 따라 겨울철 온도상승률이 가장 높다”며 “또 강풍과 폭설에 의한 피해가 많고 기후변화 압력도 큰 지역이다. 이런 부분이 작용해 고사목 비율이나 쇠퇴도 비율이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멸종위기 고산지역 침엽수종의 보전과 복원을 위해 쇠퇴도와 유전적 다양성 등을 고려, 우선적으로 복원할 대상지를 선정한 뒤 복원작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국립산림과학원 관계자는 “고산 침엽수종의 종자형성에서부터 성장에 이르는 과정에 단계별로 무엇이 문제인지를 밝히고, 이를 해소해 주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며 “기온이 더욱 상승하면서 생리적 스트레스뿐만 아니라 병해충에 의한 피해도 예상되고 있다. 이에 대한 감시와 연구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이누리=고원상 기자]
☞ 구상나무(Abies koreana Wilson)= 소나무과에 속하는 상록교목이다. 한국특산식물이다. 구상나무는 우리나라의 지리산, 덕유산 등에 분포하지만 한라산이 세계최대규모의 유일한 숲을 지닌 곳이다. 한라산 구상나무의 분포면적은 해발 1300m 이상 지역에 795.3ha이며, 수고는 3~5m 범위가 가장 많으며, 흉고 직경은 평균 12~16cm 범위의 나무들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학명은 아비에스 코리아나(Abies Koreana), 유럽에선 크리스마스 트리로 유명한 '코리안 퍼(Korean fir) 트리'로 많이 알려져 있다. 키가 30~40m까지 자라는 전나무와 달리 구상나무는 키가 작아 잎의 뻗어나감이 견고하면서도 중간중간 여백이 있어 장식을 달기에 적합하고 나무 모양이 아름답고 진한 피톤치드 향도 방산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