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간 ‘해태동산’으로 불렸던 도령모루 입구의 해태상이 철거됐다.
제주시는 24일 오전 도령마루 입구에 자리 잡고 있던 해태상 2개를 철거, 제주시 아라동 소방교육대 현관으로 옮겼다.
해태는 옳고 그름을 가릴 줄 알고 화재나 재앙을 물리친다고 알려진 상상 속의 동물이다.
시 측은 이런 이유로 2개의 해태상을 산천단에 자리잡은 소방교육대 입구로 옮겨 화재 등 재앙을 예방하는 상징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도령마루 입구 두개의 해태상은 1970년 초 해태제과가 세운 석상이다. 하지만 이 곳은 4.3 당시 최소 60여명의 주민들이 끌려와 학살을 당한 도령모루가 원래의 지명이었다.
그러나 4.3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이 금기시되던 분위기 속에서 도민사회에서는 자연스럽게 도령모루가 아닌 ‘해태동산’이라는 지명이 굳어졌다.
제주시는 일찌감치 이곳의 옛 명칭인 ‘도령모루’를 되살리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2009년 노형오거리에서 신제주입구 교차로까지 이어지는 도로명을 정할 때 노형・연동・용담동 주민들의 의견을 토대로 옛 지명인 ‘도령모루’의 지명 의미를 담은 ‘도령로’라는 이름을 부여하기도 했다.
도령모루는 양반집 도령들이 제주성을 오가면서 쉬어가던 고개라 도령모루로 불렸다는 설과 도둑이나 귀신이 나올 것 같은 으스스한 길이어서 도령모루로 불렸다는 설이 있다.
고희범 제주시장 역시 이 도령모루 지명 되살리기에 힘을 실었다.
고 시장은 지난 1일 제주시 신산공원에서 열린 ‘4.3항쟁 제71주년 4.3해원방사탑제’에 참석한 자리에서 도령모루 입구의 해태상을 철거, 다른 곳으로 옮기고 도민사회에서 ‘해태동산’으로 굳어져 있던 지명을 도령모루로 바꾸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제주시는 이와 관련해 지난 3월 이 상을 세운 해태제과와 협의를 마쳤다. 해태 측은 해태상 이전과 관련해 지방자치단체의 판단에 맡긴다는 뜻을 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이누리=고원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