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가 제주도청 앞 천막촌에 전기를 공급해온지 100여일만에 전기 공급을 중단했다.
제주도의회는 지난 11일 전기유지보수업체와 함께 제주도청 앞 천막촌을 방문, 전기사용 실태 등에 대해 점검한 후 지난 21일부터 전기공급을 중단했다.
전기공급 중단 사유는 안전상의 이유다.
제주도의회 관계자는 “전기사용 실태를 점검해보니 천막 곳곳에 전기장판과 히터, 전등 등 가열성 물질이 산재해 있었다”며 “또 문어발식 전기콘센트 연결과 이동형 콘센트 사용 등으로 안전사고 우려가 대두됐다”고 말했다.
또 “전기사용량에 비해 전선굵기가 충분하지 않아 전선과열의 우려가 있었다”며 “화재 위험 등으로 전기 사용을 중단한다고 1주일전에 공지하고 21일부터 전기공급을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제주도청 앞 천막은 지난해 12월19일 모습을 보였다. 제주 제2공항에 반대하는 입장을 가졌던 성산주민 김경배씨가 단식투쟁에 들어가면서 천막을 설치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제주녹색당이 지난해 12월29일 이른바 ‘천막당사’를 설치하는 등 도청 앞 천막 숫자는 계속 늘어났다. 현재는 10개의 천막이 도청 앞에 늘어서 있다.
이 천막에 머무르는 ‘천막촌 사람들’은 당초 도교육청 청사에서 전기를 공급받아 사용해왔다. 하지만 천막 숫자가 늘어나고 이와 함께 전기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교육청의 차단기가 내려가는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때문에 도의회가 도의적 차원에서 전기 공급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도의회는 1월 중순부터 도청앞 천막 4곳에 전기를 공급했다.
하지만 결국 안전문제가 불거지면서 결국 전기공급이 중단됐다.
전기 공급 중단에 천막촌에서는 반발의 목소리가 나왔다.
‘도청앞 천막촌 사람들’은 22일 성명을 내고 “도민을 대변한다는 도의회가 도민의 발언권을 탄압하고 있다”며 “지난해 김경배씨가 단식농성을 하기 위해 천막을 쳤을 때 도의회는 도청에 도민들과 대화하라고 충고한 것을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그런 도의회가 천막촌에 공급하던 전기를 끊었다”고 성토했다.
이들은 “겉으로는 제주환경을 이야기하면서도 끊임없이 개발을 일삼는 도지사를 견제한다고 하더니 이제는 도지사의 모습을 닮아가는 것인가”라며 “겉으로는 도민들의 목소리를 들으라고 하면서 최소한의 생존권인 전기를 끊는 것은 무슨 경우인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장 낮은 곳에 귀를 기울이는 진정 도민들의 도의회를 원한다”며 “도의회는 빠른 시간 안에 이 사태에 대한 책임있는 답변을 내놓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도의회에서 전기를 공급한지 100여일이 지났다”며 “100여일이 넘도록 전기를 무제한적으로 공급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제이누리=고원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