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된 제주노루가 심각한 개체수 감소에 들어섰다며 유해야생동물 지정을 해제하고 보호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7일 성명을 내고 “제주노루의 개체수가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며 “반면 노루 유해야생동물 지정의 가장 큰 이유였던 농작물피해 감소는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가 공개한 제주노루 행동・생태・관리 보고서에 따르면 제주전역에 서식하는 노루는 2009년 1만2800여마리였다. 2014년까지는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다 2015년 8000여 마리로 줄어들었다.
2016년에는 6200마리, 2017년도에는 5700마리, 지난해에는 3800여마리로 급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읍면단위 개체수에서는 조천읍에 850여 마리가 사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음으로는 서귀포 동지역이 640여마리 등 많은 개체수가 모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제주시 한림읍과 한경면, 서귀포시 대정읍의 경우는 각각 79마리와 15마리, 24마리 등 적은 수의 노루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운동연합은 이 조사결과를 두고 “2016년 이후 개체수 정밀조사, 초지를 포함한 먹이식물 면적재조사와 그에 따른 적정 서식개체 재산정 등의 작업이 필요했지만 이를 놓치면서 결국 노루의 심각한 개체수 감소가 나타나고 있다”며 “특히 서부지역의 노루 개체수는 우려스러울만큼 급격히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세계유산본부는 이러한 개체수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유해야생동물 지정 이후의 지속적인 포획활동을 꼽고 있다. 노루는 2013년 7월1일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됐다. 노루의 서식밀도가 높아 농작물에 피해를 준다는 것이 이유였다.
환경운동연합은 이에 관련, “심각한 수준으로 개체수가 감소하는 동안 노루 유해야생동물 지정의 가장 큰 이유였던 농작물피해 감소는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환경운동연합은 “농작물 피해 농가는 2014년 줄어들었다가 2015년 늘어났다. 2016년에는 다시 줄어들고 지난해에는 2014년보다 많은 피해농가가 생겨났다”며 “개체수와 관계없이 피해농가수는 널뛰기를 하고 있다. 피해면적도 지난해가 그 어느해 보다 높다. 노루 개체수는 줄었지만 농가피해 방지 효과는 크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환경운동연합은 그러면서 “결국 노루의 포획이 아니라 노루침입 방지시설과 기술을 보급하는 것이 농작물 피해를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런 상황에서도 제주도는 무리한 포획을 지속해왔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제주도의 포획량 산정은 비과학적인 근거로 만들어졌다. 도는 적정개체수를 6100마리로 산정하고 있는데 여기에도 문제가 있다. 이런 문제가 중첩되면서 결국 노루는 멸종위기에 직면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노루 유해야생동물 재지정이 이뤄지는 올해 노루는 유해야생동물에서 해제돼야 한다”며 “노루를 안정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보호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제주의 상징이자 우리의 이웃인 노루가 제주도에서 사라지는 일이 없도록 제주도가 현명한 판단을 해달라”고 말했다.
노루의 유해야생동물 지정은 올해 6월30일까지다.
제주도는 오는 4월 쯤 유해야생동물 지정 연장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 관계자는 “노루가 적정개체수 이하로 떨어졌기 때문에 6월 전에 포획을 더 할 것인지 아니면 그만할 것인지에 대해 전문가 그룹의 회의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며 “아마 4월 경에는 결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이누리=고원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