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경찰영웅으로 선정된 고(故) 문형순 경찰서장의 추모흉상이 제주지방경찰청 앞에 우뚝 섰다.
제주지방경찰청은 1일 오전 11시 올해의 경찰영웅으로 선정된 고 문 서장의 추모흉상 제막식을 가졌다.
이 행사에는 이북5도민회와 제주4.3 관련 단체, 대정・성산 생존자 및 유가족, 경우회 등에서 200여명이 참석했다.
행사는 추모동영상 상영과 제막, 추모공연, 헌화 및 분향, 감사장 전달, 기록물 기증, 추모식사, 추도사 순으로 진행됐다.
이날 추도사를 한 강순주(86) 할아버지는 “문 서장님이 베풀어주신 은혜가 아니었다면 하늘나라에게 계신 저의 부모님도 편하게 눈을 감지 못했을 것”이라며 “또 저희 직계가족 22명도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입을 열었다.
강 할아버지는 “저 말고도 문 서장님의 용단으로 수백명의 사람들이 귀중한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며 “이제는 세상을 떠난 많은 분들이 여기에 참석은 못했지만 고마움과 존경을 표하고 계실 것”이라고 말했다.
강 할아버지는 “성산포 경찰서에 수감된 저를 포함한 죄 없는 사람들을 훈방하면서 ‘이 사회에 이바지 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고 한 당신의 말씀을 또렷이 기억한다”며 “그 말씀을 따라 남에게 배려하는 삶을 실천하려고 노력했다”고 말을 이었다.
강 할아버지는 “오늘 서장님의 흉상을 건립하는 이 자리에 저의 식구들과 함께 참석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며 “당신은 독립운동가로서, 또 충직한 경찰의 삶을 살아오면서 많은 역경과 시련을 극복했다. 이는 후배 경찰관들에게 무한한 힘이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신은 영원할 것”이라며 “생을 마칠 때까지 고마움을 간직하며 살아가겠다”고 덧붙였다.
강 할아버지 뿐만 아니라 문 서장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한 고충언(94) 할아버지 역시 휠체어에 몸을 의지하면서까지 이번 행사에 참석했다.
고 할아버지는 “살아생전에 내 몸이 아무리 불편해도 이번 행사만큼은 반드시 참석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문 서장의 흉상은 제주도미술협회 부지회장 성창학 작가가 맡아 제작했다. 흉상은 청동, 좌대는 화강석으로 만들어졌다. 높이는 흉상과 좌대를 합쳐 197cm높이다.
올해 ‘경찰영웅’에 선정된 문형순 경감은 평안남도 안주 출생이다. 만주 등지에서 항일독립운동에 동참했다. 해방 후에는 1947년 7월 경찰로 제주도에 부임했다.
문 경감은 군경이 1948년 12월에 대정읍 하모리에서 좌익총책을 검거, 관련자 100여명의 명단을 압수해 이들이 처형 당할 위기에 처하자 이들에게 자수를 권유했다. 이후 관련자들이 자수하자 이들을 모두 훈방조치 했다.
1949년 성산포경찰서장이 된 이후에는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예비검속된 주민들에 대한 군 당국의 학살명령을 “부당하므로 불이행한다”며 거부, 성산 지역 예비검속자들이 무사할 수 있었다.
당시 성산포경찰서 관할지역의 예비검속 희생자는 모두 6명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읍면에서 수백명씩 희생자가 나왔던 것과 비교해봤을 때 성산은 사실상 당시의 처참한 참상을 그나마 피해갈 수 있었다.
문 경감은 1953년 9월15일 경찰 직에서 물러나 현대극장의 전신인 대한극장에서 매표원으로 일하다 1966년 6월20일 제주도립병원에서 향년 70세로 후손 없이 생을 마감했다.
경찰은 “우리 제주경찰에서 이렇게 훌륭한 인물이 있었다는 것에 자긍심을 느낀다”며 “문 서장님의 참다운 경찰정신을 이어 받아 도민과 함께하는 따뜻하고 신뢰받는 경찰이 되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고원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