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의 가정폭력 발생 빈도가 전국 상위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원인은 ‘술’로 꼽혔다.
31일 제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전국에서 가정폭력이 가장 많이 신고되는 지역은 인천, 경기, 제주 순인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의 경우는 올 8월까지 10만명당 가정폭력 신고 현황이 377건으로 전국 평균 322건보다 55건이 많았다. 신고 현황이 가장 많은 곳은 인천으로 452건, 그 다음으로 경기 남부가 398건이다.
제주는 가정폭력 신고가 전국보다 많고 사건처리율도 전국 평균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의 112신고 대비 사건처리율은 18%로 전국 평균 15.5%보다 높았다.
112신고 대비 사건처리율은 전국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로 올 8월 기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전국에서 2.3%포인트가 올랐다. 제주는 이보다 상승폭이 조금 더 큰 2.6%포인트가 상승했다.
재범률은 3.7%로 전국 평균 8.9%보다 낮았다. 그러나 가정보호사건 송치율은 37.4%, 임시조치율은 32.4%로 모두 전국대비 높은 수준을 보였다.
제주지방경찰청 관계자는 “2015년 여성청소년 수사팀 신설 이후 가정폭력 사건처리율이 전국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며 “또 다른 지역에 비해 가정폭력에 적극 대응하고 있어 그 결과가 이번 조사 결과에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가정폭력의 가해자는 올 8월 기준 84.9%가 남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가해자는 15.1%였고 피해자는 남성이 15.2%, 여성이 83.2%로 조사됐다. 다만 2015년 들어 남성 가해자는 줄어드는 반면 여성 가해자는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가해자 연령대로는 40대의 비중이 높았다.
지역관서별 가정폭력 신고가 가장 많은 곳은 노형지구대였다. 360건이었다. 이어 연동지구대, 중동지구대, 오라지구대가 뒤를 이었다. 파출소의 경우는 삼양이 151건, 아라가 109건 등 인구가 밀집된 지역에서 신고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신고대비 가정폭력의 신고비율은 동지역보다는 농촌지역이 높았는데 이에 대해 경찰은 농촌지역에서 가정폭력 신고가 반복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가정폭력의 원인으로는 주취문제가 전체의 19%를 차지했다. 그밖에 경제문제가 17.5%, 무시와 무관심이 14% 외도가 12%를 차지했다.
제주는 다른 지역보다 음주 횟수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통계포탈에 따르면 2016년도 기준 주 3~4회, 혹은 거의 매일 술을 마신다는 도민은 37.8%로 전국 평균 29.5%보다 높았다.
또 올 9월 기준 인구 10만명당 유흥업소수도 119개로 부산 77개소, 서울 23개소보다 많았다.
주취자 신고 비율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주취자 신고는 전체 112신고건수의 4.64%로 전국 평균 1.69%보다 2.8배가 높았다.
경찰은 이러한 음주 실태가 가정폭력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가정폭력의 47%가 음주상태에서 일어난다”며 “또 가정폭력과 주취자 신고가 비슷한 요일에 높게 나타난다. 음주가 가정폭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제주는 이혼율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기준 인구 1000명당 이혼 건수는 전국 2.1건인 반면 제주는 2.5건으로 울산(2.6건)에 이어 전국 2위를 기록했다. 이혼율은 2015년 이후 인천과 함께 1,2위를 다투고 있다.
경찰은 “가정폭력이 많이 발생하는 지역은 인천, 경기, 제주, 울산이고 이혼율이 높은 지역은 울산, 제주, 인천 등”이라며 “가정폭력이 많이 발생하는 지역이 대체로 이혼율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의 높은 이혼율은 가정폭력과 상당한 관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원인을 알 수 있는 분석자료나 통계는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도내 가정폭력 상담사들에 따르면 제주에 놀이문화 및 공간이 적고 경마 등 도박에 접근이 용이하다는 점 등이 이혼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경찰은 “이러한 원인이 가정폭력의 원인과 일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러한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음주 문화개선을 위한 노력 및 여가활동 공간 마련 등을 위해 팔을 걷어붙일 계획이다.
또 음주폐해 및 절주 등에 대한 지속적인 홍보에 나서는 한편 도내 기관장 및 사회단체장들의 켐페인으로 건전음주 분위기를 형성한다는 방침이다. 또 언론을 활용한 음주실태 및 문제점을 방송, 도민 인식 개선에도 나선다. [제이누리=고원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