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극복하자는 취지로 시작된 제주퀴어문화축제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열렸다.
본격적인 축제가 시작되기 전부터 축제장인 신산공원 인근에는 퀴어축제 관계자들과 반대측들이 몰려들며 곳곳에서 언쟁이 일어났다. 큰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축제 참가자들이 행진에 나서자 반대측이 이를 막아서며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29일 오전 12시 제주시 신산공원에서 ‘탐라는 퀴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제2회 제주퀴어문화축제를 열었다.
조직위는 이번 슬로건에 대해 “제주의 옛 이름인 탐라에서 퀴어가 주인공이라는 의미와 소셜미디어의 타임라인(Time line)을 줄인 말인 탐라를 장식, 세계인 모두가 함께 축제를 만들어나가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축제에는 전국에서 모인 다양한 단체들이 참여했다. 30여개의 부스가 설치돼 많은 방문객들을 맞이했으며 행사장 곳곳에서는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색 깃발이 내걸렸다.
김기홍(36)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은 이날 축제 환영사를 통해 “올해 축제에도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다. 이렇게 축제를 시작할 수 있게 되어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축제의 시작을 알렸다.
김 위원장은 “올해도 우리의 존재를 두고 반대에 부딪혔다. 그때마다 제주에서 축제를 시작하게 됐던 계기를 되짚었다”며 “(이번 축제는) 살아 있음을 축하하는 축제다. 그러기에 우리는 아프게 세상을 둥진 퀴어를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알게 모르게 매년 주변의 퀴어를 잃는다”며 “살아 있음을 축하하는 만큼 우리 주변의 누가 떠나지 않도록 더 신나는 축제를 만들겠다. 신나더라도 우리 주변의 아픔을 세상을 떠난 이들의 이름을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각자의 색으로 다채롭게 빛나고 있다”며 “축제를 행복하게 즐긴다면 그 자체로 자긍심 넘치는 퀴어 축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의 발언 이후에는 뭍지방의 퀴어문화축제 관계자들과 성소수자 부모모임의 연대발언이 이어졌다.
성소수자 부모 중 한 사람은 “불과 3주전 우리는 인천 퀴어 축제에서 우리에게 폭력을 가한 혐오 세력의 민낯을 봤다”며 “부모는 자녀의 몸에 난 작은 생채기에도 눈물이 나고 대신 아파한다. 하지만 서로 도와야 하는 교회가, 사랑을 실천한다는 교회가 폭력을 저지른 생채기는 뻐 속까지 사무치게 아파온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성소수자 부모모임은 이 사태를 겪고 더 단단해졌다”며 “앞으로도 계속 쉼 없이 성소수자와 그 가족의 인권을 위해 나아가겠다. 사회의 편견을 바꾸기 위해 열심히 활동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시청 조형물 앞에서는 오후 2시부터 축제 반대측이 퀴어문화축제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제주도내 개신교 측이 주축이 된 반대측은 시청 조형물 앞에서 ‘제주 생명사랑 선교대회’를 열고 “동성애에 반대한다. 남자와 여자의 결합으로 이뤄지는 결혼과 가정을 존중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오후 4시부터 퀴어문화축제 장소인 신산공원을 향해 거리행진을 벌였다.
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 역시 오후 4시30분부터 신산공원에서부터 광양사거리까지 갔다 다시 신산공원으로 되돌아오는 행진을 계획했다. 하지만 오후 4시부터 축제 반대측 인원 일부가 신산공원의 입구를 막아서면서 축제 참가자들과 반대측의 대치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축제 참가자 측과 반대측 사이에 일부 고성이 오가기도 했으나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대치는 1시간 정도 이어졌다. 이후 경찰이 축제 참가자들의 행진을 방해하려는 반대측 인원들을 막아서면서 이날 오후 5시10분께 축제 참가자들의 거리행진이 시작됐다.
거리행진이 진행되는 가운데서도 일부 반대측 인원들이 도로 위에 눕는 등 행진을 막으려 했지만 경찰의 빠른 대처로 큰 무리 없이 거리행진이 이뤄졌다.
이날 경찰은 7개 중대 500여명의 인원을 동원,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제이누리=고원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