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째 제주도에 제대로 된 비가 내리지 않고 있다. 평년에 비해 한참 못 미치는 강수량을 보이면서 제주는 곳곳이 메말라가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제14호 태풍 ‘야기(YAGI)’가 제주를 향해 북상하면서 ‘효자태풍’의 역할을 해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9일 제주지방기상청에 때르면 지난달부터 이달 9일까지 제주에 내린 비의 양이 평년에 한참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7월1일부터 이달 9일까지 제주시 지역에 내린 비의 양은 49.6mm다. 이 지역의 평년 강수량인 291.3mm에 약 6분의 1수준이다.
같은 기간 서귀포시에는 31.5mm의 비가, 고산과 성산에는 각각 30.3mm와 42.2mm의 비가 내렸다. 각각 평년 강수량이 374.6mm, 224.1mm, 356.2mm 임을 감안했을 때 평년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7월 초 제7호 태풍 쁘라삐룬(PRAPIROON)의 북상과 장마선전의 영향으로 비가 내렸지만 평년보다 일찍 장마가 종료됐다”며 “그 이후 맑은 날씨가 이어지면서 강수량이 적게 기록됐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 장마기간은 1973년 이후 네 번재로 짧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제주의 가뭄이 정도를 더하고 있다. 제주도 농업기술원에 따르면 9일 기준 제주도내 주요지점별 토양수분 상황은 매우건조가 6곳, 건조가 13곳, 약간건조가 8곳이다. 매우건조는 일반적으로 ‘가뭄’상태, 건조는 ‘초기가뭄’ 상태로 여겨진다.
지난달 20일 기준으로 봤을 때 제주도내 주요지점별 토양수분 상황은 매우건조가 2곳, 건조 7곳, 약간건조가 5곳이었다.
20일이 지나는 동안 제주도내에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으면서 매우건조는 4곳이, 건조는 6곳이 더 늘어난 것이다.
특히 이번 가뭄으로 국내에서 소비되는 당근의 절반 가량을 생산하는 구좌읍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현재 구좌읍 지역 중 동복리가 매우건조 상태다. 그 밖에 구좌읍 한동리와 덕천리, 세화리 등이 건조 상태다.
때문에 구좌읍에서는 당근 등 월동채소의 파종이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비가 내리지 않고 농업용수까지 부족해져 흙이 바싹 마르자 일찌감치 마무리되었어야 할 파종이 시작도 하지 못한 것이다.
제주도는 이러한 상황을 타계하기 위해 지난 1일부터 가뭄해갈 시까지 구좌읍에 가뭄극복 현장상황실을 설치, 농축산식품국 공무원 중 사무관 1명과 실무지원 1명 등 2명을 매일 배치해 운영 중이다.
농작물 급수지원 상황을 점검하고 급수 장비 가동 및 동원 상황, 농작물 피해상황, 농가의 애로사항 등을 점검하고 있다. 급수용 차량 10여대도 동원, 원할한 물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제주도에 따르면 9일 기준 구좌읍의 당근 파종은 약 65%정도가 마무리 된 상태다. 도는 오는 주말쯤이면 파종이 모두 마무리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가뭄이 지속되는 상황 속에서 파종이 이뤄져 발아가 돼도 정작 비가 내려주지 않으면 물 부족 현상을 해소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물이 부족할 경우 향후 당근의 성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제14호 태풍 ‘야기’가 북상하면서 효자태풍 노릇을 해줄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이 상승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8일 오후 발생한 태풍 ‘야기’가 이날 오전 9시 기준 일본 오키나와 방면으로 북서진 중이다. 중심기압 994hPa, 최대풍속 초속 18m의 소형급 세력을 유지한 상태다.
초속 18m은 바람에 작은 나무 가지가 꺾일 수 있는 정도의 세기로 일반적으로 다른 태풍들과 비교했을 때 바람의 세기가 약한 정도다. 때문에 바람의 세기가 크지 않으면서 가뭄에 시달리는 제주에 비만 뿌리고 지나가는 ‘효자태풍’이 될 수 있다는 관측들이 나오고 있다.
현재 관측대로라면 제주의 경우 주말 이후 태풍의 영향을 받아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직까지는 진료가 유동적이어서 기상청 역시 진행방향을 주시하고 있다. [제이누리=고원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