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분뇨악취를 원천 제거하겠다고 공언했던 제주도가 양돈장 악취관리지역 지정을 보류했다. 양돈업체들이 제주 외 타 지역의 축산단체까지 동원, 조직적으로 맞서면서 제주도가 한발 물러선 행보다.
당초 29일 악취관리지역 지정고시를 예정했던 제주도는 그동안 의견수렴을 해온 양돈 악취관리지역 지정에 대한 농가와 주민 의견을 추가 검토한 후 지정고시하겠다고 29일 밝혔다. 의견수렴 기간인 지난 5일부터 24일까지 모두 479건의 의견서가 접수됐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2건의 의견을 제외한 477건이 양돈 관련업계에서 조직적으로 제출했다는 점이다.
477건의 의견서는 대한한돈협회 제주도협의회, 제주양돈산업발전협의회, 제주양돈협회, 전국한우협회 제주도지회, 제주축협 중도매인회, 서귀포시축산업협동조합 등에서 집중 제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외에도 대한한돈협회, 대한한돈협회 경기협의회, 강원협의회, 경북협의회, 전북협의회, 충북협의회, 충남협의회 등에서도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들이 제출한 의견 내용은 모두 농가 스스로 악취를 저감할 수 있는 계도 및 개선기간을 가질 수 있도록 지정고시 유예를 요청한 것이었다.
또 악취관리지역으로 고시되면 양돈산업은 물론 금융, 사료, 유통 등 연관산업 및 1차산업 전체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는 경고성 의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된 양돈장 주변의 땅값이 크게 하락할 것을 우려한 업체들의 노골적인 집단행동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제주도가 지난 5일 96개 양돈장 '악취관리지역 지정계획' 발표 후 3회에 걸친 의견수렴 과정에서 드러난 주민들의 의견과는 사뭇 다른 것이다.
당시 주민들은 수십년간 악취로 받았던 고통을 호소하며 악취 측정을 분기별이 아닌 수시로 측정해달라는 등 행정의 강력한 법 집행을 요구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제주도 한 관계자는 "악취관리지역 의견서 479건 중 477건이 양돈관련단체에서 제출한 게 맞다"면서 "타 지역 양돈단체까지 동원해 조직적으로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며 당혹해 했다.
제주도는 이날 당초 도내 양돈장 296곳의 33%인 96곳의 인근지역 89만6292㎡를 악취관리지역으로 고시할 계획이었다.
지정고시 예정이었던 96곳 양돈장은 지난해 제주도가 조사한 악취농도 조사결과 허용기준치보다 최고 300배 높은 지역이었다. 인근지역에선 최고 100배까지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되면 해당 사업자는 악취방지 시설을 고시된 날부터 1년 이내 설치해야 한다. 응하지 않으면 사용중지 명령이 내려진다.
제주도는 이날 "접수된 의견서의 반영여부를 면밀히 검토해 추후 날짜를 확정해 악취관리지역 지정을 고사하겠다"며 "악취관리센터 설립과 올해 축산악취 현황조사 등의 사업은 차질없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제주도는 3월부터 195개 양돈농가에 대한 악취관리실태 조사를 추가로 실시할 예정이다. [제이누리=권무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