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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화] 해녀, 영원한 유산을 향한 몸부림 ... '해녀들의 지속가능한 미래' 해결책

 

이쯤에서 정말 정직해지고 싶은 것은 은연중에 간과되어진 우리만의 불편스런 진실이다. 제주해녀가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목전에서도 우리는 자명하게 예고된 해녀할망들의 안전사고를 차단할 수 없는 걸까? 한 해에도 열다섯 명 씩 작업 현장에서 스러지는 세계 유산이라면 정녕 인류의 유산으로서 지속적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건가?

 

어렸을 적 우리 동네에서도 해녀들의 조업 중 사망사고는 잊을 만하면 발생하는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였다. 하루는 물질 잘하기로 소문난 상군 해녀가 커다란 전복을 떼다가 그만 물숨을 먹고 말았다. 곧 결혼하기로 되어 있던 그녀의 약혼자는 온 동네가 잠기도록 목을 놓아 통곡했다. 오열하는 그를 부둥켜안고서 마을 사람들도 함께 눈이 붉도록 울었다. 그 슬픔은 사람들 가슴속에 깊숙하게 스며들어서 오래토록 바다로부터의 아픈 기별을 막아주는 기도가 되었다.

 

해녀들은 서로의 슬픔을 보면서 바다를 조심스레 대했고, 그로 인해 사고는 한동안 동네 바다에서 멀리 떠나갔다. 4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그녀의 이름과 얼굴을 기억한다. 슬픔에 잠겼던 마을 사람들의 눈빛과 죽음 앞에 엄숙했던 어른들의 표정도.

 

해녀를 어머니로 둔 자식들의 제 1 걱정은 산업재해율이 가장 높은 작업 환경과 어머니의 연로함이다. 사고소식이 들릴 때마다 ‘바다에 가지 말라’는 자녀들의 신신당부와 ‘그래도 가야 한다’는 어머니의 직업 정신이 서로 충돌하며 파열한다.

 

오죽하면 어느 집에서는 사고로 죽은 아들이 어머니의 꿈에 나타나서, “어머니, 제발 바당에랑 가지 맙서예. 큰일 납니다”라는 유언의 호소를 남겼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숙명을 이기지 못해 물질에 나섰던 상군 어머니는 차가운 주검으로 발견되고 말았다.

 

이 전설적인 비극은 온 동네의 해녀 자식들이 ‘어머니, 제발’을 외치게 하는 경종이 되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느 집에선 이러한 외침이 담장을 넘고 있을 게다. 해녀의 물질은 누가 말린다고 해서 그만둘 수 없는 운명 같은 거니까, 다시 태어나도 물질을 하겠다는 게 해녀할망들의 한결같은 소원이니까 말이다.

 

이제는 해녀의 조업중 사망을 개인사로 치부하지 말고 인류유산의 망실이란 견지에서 공적사건으로 다루어져야 할 때다. 제주해녀를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킨 조건으로서 ‘신청유산에 대한 적절한 보호조치가 마련되어 있을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으리라. 이 점이야말로 ‘해녀가 어서시민 제주가 이추룩 발전허지 못해실 거여!’라는 어머니의 유산, 바로 해녀문화를 영원히 지속시켜 나가겠다는 우리들의 약속이 아닌가?

 

마지막으로 다시 짚어보고 싶은 것은, 지금의 추세로 나간다면 앞으로 넉넉잡고 20년 후에는 제주도 바다에서 물질하는 해녀를 찾아보기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그리 되면, 제주해녀가 유네스코에 등재되었다고 한들, 무슨 큰 의미가 있으랴.

 

이 때문에 해녀학교를 개설하고 후계자들을 양성해서 내보내지만, 정작 이들이 해녀가 되고 싶어도 물질할 바다를 찾기가 어려우니 해녀의 지속가능성은 여전히 미해결의 문제로 남는다. 어머니나 시어머니가 해녀인 경우 혹은 어촌계가 특별히 승인하고 지원해 주지 않는 한, 현직 해녀들로부터 함께 물질을 하도록 허락받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게 현실이다.

 

 

해녀들은 오랫동안 어촌계를 결성해서 공동체 생활을 해 왔고, 이로 인해 수협이나 제주도 등 관계기관으로부터 받는 혜택이 매우 다양하다. 잠수복 및 소라나 전복의 종패 지원과 같은 직접적인 작업 지원과 병원진료의 무상 지원 및 잠수병 치료와 같은 복지정책, 재해보험 같은 것들이다. 또한 잠수하는 바다에 개발계획이 진행될 경우 어업채취권에 대해 특별한 보상혜택을 받기도 한다. 예를 들면, 강정해군기지가 들어서면서, 어촌계에 조합원으로 등록된 강정동 해녀들에게는 막대한 금전적 보상이 주어졌다.

 

어쨌든 제주해녀들은 자신들과 오랫동안 조합원생활을 하며 물질을 함께 해 온 동네사람들이 아니면, 함께 공동체를 이루어 물질해 나가기를 원치 않는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좀처럼 신규 회원 가입을 허용하지 않는 게 관행이다. 어쩌면 이는 기존 해녀들의 기득권 지키기와 이기주의의 발로일 수도 있다. 이에 대한 개선 없이는 제주바다에서 물질하는 해녀들의 수가 가시적으로 늘어나기를 기대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제주해녀의 유네스코 등재 이후를 위해서는 행정기관이 탁상행정 내지는 전시행정을 벗어나서 직접 현장에 뛰어들어 '해녀들의 지속가능한 미래'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내야만 할 것이다. 어떻게 하면 기존해녀에 대한 유지 프로그램과 신규해녀에 대한 양성 프로그램이 조화롭고 균형 있게 발전해 나갈 수 있을지, 윤리적 관점까지를 곁들여서 철저하고 원만하게 대응해 나가야 한다.

 

예전처럼 해녀가 되고 싶은 이들이 마음껏 제주바다를 누비면서 마음껏 숨비소리를 내지를 수 있도록.제주바다가 해녀들로 인해 예전처럼 되살아나고, 바당밭이 풍요롭게 경작되어서 대물림되고 지속되어 나가도록. 그러한 생명의 바다, 고마운 바당밭이 영원한 유산으로 이어지기를 기도한다. 
 

☞허정옥은?
= 서귀포시 대포동이 고향이다. 대학 진학을 위해 뭍으로 나가 부산대학교 상과대학에서 회계학을 공부하고 경영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후 미국 볼티모어시에 있는 University of Baltimore에서 MBA를 취득했다 주택은행과 동남은행에서 일하면서 부경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이수했고, 서귀포에 탐라대학이 생기면서 귀향, 경영학과에서 마케팅을 가르치면서 서귀포 시민대학장, 평생교육원장, 대학원장을 역임했다. 2006년부터 3년간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 JEJU)의 대표이사 사장과 제주컨벤션뷰로(JCVB)의 이사장 직을 수행했다. 현재는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서비스 마케팅과 컨벤션 경영을 가르치고 있다. 한수풀해녀학교 2기를 수료, 다시 시작하는 해녀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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