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디 찬 겨울비가 내렸지만 ‘박근혜 정권 탄핵’을 염원하는 제주촛불은 꺼지지 않았다.
7일 오후 5시 제주시청 앞에서는 ‘박근혜 퇴진 촉구! 12차 제주도민 촛불집회’가 열렸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어린이부터 백발 노인까지 2000여 촛불이 비오는 제주를 밝혔다.
촛불집회에 앞서 오후 4시에는 '블랙 기억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세월호 참사 1000일을 앞두고 50명의 참가자들이 검은 옷과 마스크를 쓰고, 노란 리본과 '잊지 않으셨죠?'라는 문구가 적힌 검은 천을 든 채 침묵하며 세월호를 기억해 줄 것을 호소했다
이날 집회 1부 만민공동회의 마이크는 방송인 김제동이 잡았다.
김제동은 “지금 청와대 안에서 비 안맞고 머리 안흐트러진 그들보다 이자리에서 비맞으며 머리 흐트러진 우리가 더 행복하다”며 “금수저 아무것도 아니다. 쪽수 많고 훨씬 파워풀한 흙수저들이 주제도 모르고 번쩍이는 금을 덮어버리면 그만”이라고 피력했다.
그는 또 대통령 선거권 연령 하향, 대통령 탄핵권 확대 등을 강조했다. “국회의원과 지방의원, 대통령 등이 국민 무서운 줄 알고 국민의 눈치를 보고 살아야한다”는 주장이다.
김제동은 “박근혜 등은 잘못을 했으면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부끄럽다고 사과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며 “법 전공을 하진 않았으나 법을 어겼으면 거기에 준하는 처벌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그러나 그들은 반성은 커녕 되려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발언에 나선 한 광광객은 “이 사건이 터졌을 때, 처음에는 먹고살기 바빠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며 “그러나 꺼지지 않는 촛불을 보고 이 자리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 분은 대통령으로서 해선 안될 일들을 했다. 그러면서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면서 “제 촛불은 바람 때문에 지금 꺼졌지만, 옆 사람의 촛불에서 다시 불을 이어 받으면 된다”고 덧붙였다.
사대부고 2학년 여학생도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지금 어린 초등학생들부터 나이 많으신 분들까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지금 내고 있는 현 시국에 대한 우리의 목소리로 이 나라가 바뀔 수 있도록 지치지말고 좀 만 더 힘내자”고 말했다.
만민공동회가 끝난 무대에서는 세월호 유가족의 발언, 노래공연이 이어졌다.
세월호 참사로 아들 이민호(단원고)군을 잃은 아버지 이종철(49)씨는 “자녀를 수습하지 못한 9명의 가족은 아직도 팽목항에 있다”며 “바다 속에서 아이들을 꺼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하루 빨리 세월호 인양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월호의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며 “세월호가 인양이 되고 진실이 밝혀지는 그날까지 함께 해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제주행동은 오는 14일에도 제주시청 앞에서 집회를 이어간다. 자세한 일정은 추후에 공지될 예정이다. [제이누리=박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