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간 재산권을 행사하지 않은 채 모친이 숨지면서 남긴 토지 때문에 하루도 재산권을 행사해보지도 못한 유족들이 오히려 취득세를 납부하게 됐다.
외할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제주시 한림읍 한림리 소재 1477㎡의 밭을 갖고 있던 홍모씨는 지난 2008년 4월26일 사망했다. 김모씨는 1970년부터 이 땅을 포함한 토지에 건물을 짓고 돌담을 쌓고 살고 있다.
김씨는 홍씨가 죽자 같은 해 소유권을 주장하는 홍씨의 아들 이모(63)씨 등 3명을 상대로 같은 해 5월15일 소유권이전등기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점유시효취득 기간인 20년이 넘어 자신의 땅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제주지방법원은 “원고들은 김씨에게 2008년 5월15일 취득시효 완성으로 한 소유권이전 등기절차를 이행하라”고 판결을 내렸다. 이는 2009년 10월15일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을 받았다.
이에 김씨는 대법원 확정 판결에 따라 자신의 소유로 하기 위해 같은 해 12월29일 이씨 등을 대신해 홍씨가 사망한 날짜에 이씨 등의 명의로 소유권 이전등기를 했다. 또 소송을 제기한 날짜로 자신의 명의 소유권이전등기를 완료했다.
문제는 홍씨가 사망하자 해당 토지에 대한 취득세가 상속인인 이씨 등에게도 부과된 것이다. 제주시는 이씨 등의 명의로 소유권 이전등기가 된 점을 들어 취득세 142만원을 부과했다.
하지만 이씨 등은 제주도에 이의신청을 했고, 도는 이를 기각했다. 또 조세심판원도 이씨의 심판 청구를 기각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이씨 등은 “김씨가 소유권 이전등기 과정에서 우리를 대신해 상속을 했다는 이유로 소유권 이전 등기를 했을 뿐, 토지를 취득한 적이 없다”며 제주법원에 제주시장을 상대로 한 취득세 부과 처분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 역시 이씨의 소송을 기각했다.
사건을 맡은 제주법원 행정부(재판장 부상준 수석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구 지방세법에 따르면 부동산 취득이란 취득자가 실질적으로 소유하는 것에 관계없이 소유권 이전의 형식에 의한 부동산 취득의 모든 경우를 포함한다”며 대법원 판례를 제시했다.
이어 “원고들이 이 부동산을 어머니로부터 상속받은 이상, 원고들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는지에 상관없이 부동산 취득에 해당한다”며 “김씨가 원고들을 대신해서 원고들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하더라도 원고들은 취득세를 납부할 의무가 있다”며 기각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결국 홍씨가 외할머니로부터 상속받은 토지에 대해 실질적인 재산권을 행사하지 않았던 것이 자식들에게 취득세 납부라는 부담을 주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