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달살이'. 이제는 낯설지 않은 단어다. 젊은 엄마들 사이에서 ‘제주 한달살이’는 이미 하나의 트렌드다. 자녀들이 방학하면 제주에서 장기간 투숙하는 이들이 바로 '한달살이족'이다.
때론 제주로의 이주를 위해 한달살이를 하곤 한다. 미리 제주를 경험해 보는 것이다. 하지만 한달살이 시절의 제주와 현실의 제주 삶은 조금 다를 수 있다. 낯선 땅, 낯선 사람들. 이주는 했지만 정착 과정에서 다시 선택의 기로에 들어서는 사람도 적지 않다.
'제주 이주민을 위한 한달살이 학교'가 등장했다.
제주도와 서귀포시 예래마을이 나섰다. 오는 10월 ‘한달살이 마을학교’를 선보인다. 제주 이주를 준비하거나 꿈꾸는, 정착을 위해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한 ‘제주 이주·정착 길라잡이’인 셈.
‘한달살이 마을학교’는 정착을 준비하는 기존 이주민과 예비 이주민을 위한 특별한 학교다. 마을에서 살아보고 직접 제주를 체험한다.
보통 ‘한달살이’를 하는 이들은 주민들과 어울리기 힘들다. 어울리더라도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어울리기 마련이다. 한달살이 중인 사람이나 이주민과 말이다. 하지만 이번에 새로 문을 여는 ‘마을학교’는 다르다. 주민들과 함께 몸을 부대끼며 살아본다.
‘학교’라는 명칭에 걸맞게 입학식도 있다. 또 80%이상의 출석과정을 거쳐야 졸업이 가능하다. 졸업 시 예비 마을주민증을 발급해주기도 한다. 졸업자를 대상으로 제주 정착 및 창업을 위한 커뮤니티나 협동조합도 설립할 계획이다.
이를 고안한 이는 서영석(48)씨. 그는 이주민들이 제주의 좋은 도민이 되길 바란다. 또 마을은 제주에서 가장 제주다운 곳이라는 그의 덧붙임. 그는 또 사라져가는 제주 마을공동체 문화가 아쉬웠다. 그가 마을을 학교로 만든 이유다.
사실 그도 3년 전에 제주에 발을 담궜다. 그는 한 때 유명 교육 기업의 임원이었다. 그러나 대기업의 사회공헌사업에 회의감을 느꼈고 그는 제주행을 택했다.
제주로 내려온 그는 '제주함께살이연구소' 대표로 서귀포시에 '제주愛 비빌언덕'이란 쉐어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여행자와 주민 사이의 사람들, 이주민 혹은 이주를 앞두고 있는 자를 위한 공간을 만든 것.
"제주는 그 어느 곳과도 대체가 불가능한 그런 곳이죠. 그런 제주의 원천인 '마을공동체'를 다시 회복하고 이주민과 원주민들이 함께 살아가며 좋은 도민들이 살아가는 그런 제주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곤 했었죠."
그는 예전부터 이런 생각을 갖고 마을학교를 구상하고 있었다. 그러다 제주도에서 실시한 정착주민네크워크사업에 '마을학교'를 공모했고, 제주도는 그의 생각에 공감했다. 그렇게 마을학교가 생겨났다.
마을학교는 10월 3~28일 4주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수업시간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정원은 선착순 30명. 민박형 15명, 출퇴근형 15명이다.
민박형은 홈스테이 방식으로 학생들이 2인 1실을 사용할 계획이다. 마을회관 식당에서 마을 식당을 운영하며 하루 2끼를 제공한다.
접수는 민박형은 다음달 17일까지, 출퇴근형은 다음달 26일까지다. 입학신청서를 작성해 이메일(youngs0523@naver.com)로 제출하면 된다. 그럼 마을학교에서 서류 검토 또는 인터뷰 등을 통해 입학생을 뽑는다.
문의는 제주살이 마을학교 사무국(010-7650-5367)로 하면 된다. 또 페이스북과 블로그에서 ‘한달살이 마을학교’를 검색하면 좀 더 많은 정보를 볼 수 있다. [제이누리=박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