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공론화 1번지'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이 긴 여름철 방학에 들어갔다. 기자회견과 공청회, 토론회 등으로 연일 문전성시를 이루던 공간이 '개점휴업'에 들어가는 것이다.
복병인 1급 발암불질 '석면'을 만나 전면 철거공사에 들어간 이유 때문이다.
제주도의회는 이달 4일부터 28일까지 25일간 도민의 방을 대사응로 석면 철거 공사에 들어간다. 도민의방 천정에서 1급 발암 물질 석면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석면 철거는 ㈜제주건설용역관리가 맡는다. 철거, 폐기, 감리업체 등을 따로 두고 있다. 나머지 업체들은 아직 선정되지 않아 정확한 공사비는 산정되지 않았지만 공사 예산은 2억1000만~2000만원이다.
이번 석면 철거 공사는 2013년 12월 정부에서 실시한 석면 자재 실태 조사에서 제주도의회 의사당과 의원회관에서 검출된 석면이 1등급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석면 함량은 1~5등급으로 나뉜다. 수치가 높을 수록 석면 함량이 많다.
도민의방 뿐만 아니라 상임회의실과 전문위원실, 상임위원장실 등에서 석면이 검출, 천정재 1560㎡와 칸막이 87.2㎡를 철거한다.
대대적인 석면 철거 공사로 상임위 등 위원들은 소회의실, 의원 휴게실, 지하실 등으로 당분간 거처를 옮긴다. 이 곳들은 석면이 검출되지 않은 곳이다.
그러나 도민의방은 임시 거처가 마련되지 못했다.
도민의 방은 기자회견, 세미나, 설명회, 토론회 등 도민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오가던 곳인 만큼 여파가 우려된다. 공사로 인해 한달 간 도민의방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제주도의회 관계자는 “도민의방의 임시 거처도 마련하려 했으나 상임위원이 70명에 이르는 등 의원들의 수가 많아 공간을 마련할 수 없었다”며 “도민의방 대관 연락이 올 때 마다 양해를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9년 지어진 의원회관은 공사가 필요 없다. 2009년 의원 회관 건설시 석면 자재를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의회 관계자는 “1992년 의사당이 지어질 당시만 하더라도 불에 잘 타지 않는 석면의 성질을 이용, 화재 예방 차원에서 생산업체들이 자재를 만들때 석면을 섞어 쓰고 했다”고 말했다.
도의회는 2013년에 실시된 석면 자재 실태 조사 이후 몇 번의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갔다.
2014년 9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간 의원 휴게실과 회의장, 의사당 지하 등은 리모델링과 함께 석면 철거 작업도 이뤄졌다.
그러나 도민의 방의 경우에는 리모델링 공사를 했음에도 불구, 이번에 또 석면 철거 공사에 들어간다.
이에 도의회 관계자는 “도민의방 리모델링 당시에는 석면안전관리법이 강화되지 않던 때이고 석면 조사 이전이어서 석면이 있는 줄 몰랐다. 또 그동안 도민의방 인테리어 상 천정을 뜯어내지 않고 기존 천정에서 덧씌우는 식으로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석면은 건축자재·방화재·전기 절연재 등으로 쓰이는 물질이다. 그러나 1970년대 석면이 인간에게 나쁜 영향을 끼친다는 보고가 나오기 시작했다. 석면은 호흡을 통해 석면 가루를 마시면 폐암이나 폐종, 늑막, 흉막에 악성종양을 유발하는 물질로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소(IARC)는 1급 발암 물질로 지정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청석면과 등 5개 석면 및 이를 1% 이상 함유한 혼합물질을 취급 금지 물질로 관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입·판매·저장·운반·사용 등 일체의 행위가 금지돼 있다. 백석면인 경우에는 1% 이상 함유 물질에 대해 취급 제한 물질로 관리하고 있다. [제이누리=박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