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한류의 상징이기도 했던 드라마 ‘태왕사신기’의 거대한 세트장에 대한 철거가 임박했다.
제주도는 지난 6일 개발사업 시행승인을 얻고도 5년 이상 사업을 추진하지 않은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 소재 묘산봉 관광지구 내 청암영상테마파크(대표 김종학·방찬호) 개발사업 시행승인을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조성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취소했다.
청암영상테마파크는 지난 2006년 5월 묘산봉관광지 20만8000㎡에 587억 원을 투자해 드라마 ‘태왕사신기’ 세트장과 숙박용 콘도미니엄, 박물관, 영상단지 등을 갖춘 영상테마파크를 조성키로 하고 사업승인을 받아 시행했다.
그러나 드라마세트장 외엔 그 동안 아무런 개발 사업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생태계보전협력금과 산지복구비, 지방세 2억7000여만 원을 체납했다.
게다가 무허가 건축물(드라마세트장 가설건축물)을 방치했고, 지하수 기부채납도 이행하지 않아 14차례에 걸쳐 행정절차 이행 독촉을 받아 왔다.
관광객도 2007년 개장이후 2009년까지 연간 30만 명에 이르렀지만, 2010년에는 10만 명, 지난해에는 7만 명에 그쳤다. 한류도 많이 시들었지만 드라마도 흥행 부진을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지난해 12월 말로 사업승인 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지난달 26일 승인 취소 청문 절차를 거쳐 최종 승인을 취소했다. 또한 부지를 매각 당시 금액인 23억 원에 환매조치에 들어갔다.
가설건축물인 세트장 사용만료기간도 다음 달 25일로 다가왔다. 하지만 사업자 측에서는 존치기간 연장을 하지 않고 있다.
제주도는 막대한 자금을 들어가 지여진 2만9700㎡(9000여 평) 규모의 대형 세트장이 아까워 가설건축물 인·허가 기관인 구좌읍에 ‘사업자의 의견을 받아서 가능하면 존치기간을 연장해 달라’는 내용의 협조 공문을 보냈다.
구좌읍도 사업자가 존치기간을 연장해 달라고 요청을 해 올 경우 연장해 줄 방침이다.
그러나 사업자가 존치기간을 연장해 사업을 하기에는 어렵다는 관측이다. 이미 막대한 적자에 허덕이는 사업자가 계속해서 사업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게다가 다른 사업을 할 뾰족한 방도도 없다.
때문에 구좌읍은 어쩔 수 없이 사용만료기간이 지나면 행정대집행(철거)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김남윤 구좌읍장은 “건물철거는 구좌읍에서 하겠지만, 건물이 너무 아깝다”며 “활용방안이 제시가 안 되면 철거비용을 추경에 확보해 철거해야만 한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철거비용도 대규모 세트장이라 막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그는 “도에서나 시에서 다른 사업자를 유치하면 활용방도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세트장은 콘크리트 기초에 철골구조로 돼 있다. 벽체는 패널과 나무판 등이다. 그 동안 거의 보수를 하지 않아 이미 낡을 대로 낡았다.
결국 한류 왕국을 꿈꾸게 했던 초대형 드라마 세트장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