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청정지역 제주는 과연 안전한가?
'청정제주'를 외치며 메르스 유입 차단을 위해 도지사를 비롯해 연일 비상체제를 가동하고 있지만 원활한 운영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열감시장치 운영에 구멍이 나는 등 대외적인 홍보와 달리 주먹구구 운영 상황이 포착됐다.
12일 김포발 제주행 KE1205평 항공기를 타고 오후 9시 45분 제주공항 활주로에 도착, 5분여 뒤 공항 터미널을 빠져 나오던 관광객 A씨(45)는 의아심이 들었다.
관광차 제주를 찾은 A씨는 “발열감시 시스템을 작동, 철저한 메르스 유입 차단에 나섰다”는 제주발 뉴스를 떠올렸다. 전국적으로 메르스의 확산이 줄어들지 않는데다 사실상 제주도만이 메르스 청정지역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열감시장치는 당연히 작동하리라 믿었다.
하지만 항공기에서 내려 터미널로 들어서는 순간에도, 수하물 도착장에서도, 청사를 빠져 나오는 순간에도, 어느 곳 하나 발열 감시 카메라가 작동하고 있는 낌새가 없었다.
"여러분의 건강을 위하여 발열감시를 하고 있습니다"는 플래카드는 뻔히 보이는데 주변을 둘러봐도 카메라는 커녕 담당자조차 찾을 수 없었다. 도착장 주변에 설치된 열감시 인력 데스크엔 인력이라곤 커녕 그저 텅 빈 책상만 덩그라니 놓여 있을 뿐이었다.
함께 제주공항에 도착한 승객들 일부는 갸우뚱 거리거나 의아한 목소리가 나왔다. 승객들은 빠르게 도착장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A씨는 "갑갑하고 의아스러웠다"며 "진짜 청정한가 의구심이 들었다"고 심정을 밝혔다. 12일 당일은 원희룡 지사가 직접 제주공항을 찾아 관광객들에게 손세정제와 손수건을 나눠주며 '청정제주'를 직접 홍보하느라 팔을 걷어부친 날이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그럴 리가 없다. 지금과 같은 비상시국에 업무를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다"며 "만일 그런 사실이 있다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제주도의 열감시 시스템의 안일한 운영은 이날 만이 아니었다.
지난 8일 오전에도 제주공항을 통해 입도한 도착객들 일부가 열감시시스템 설치 전에 도착게이트를 통해 모두 유유히 제주공항을 빠져 나왔다.
B씨는 8일 오전 6시 25분 김포발 제주행 아시아나 OZ8901편을 타고 도착 예정시간인 7시30분보다 3분 이른 7시 27분에 도착했다.
이 비행기를 탄 B씨는 "도착 게이트를 거의 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행정요원으로 보이는 인력들이 허둥지둥 열감시장치를 들고 오는 모습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항공기를 통해 제주로 입도한 승객은 그가 타고 온 항공편 시간대 이전에 이미 6편이 제주에 도착, 수백명이 공항청사를 빠져나간 뒤였다.
B씨는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예민한 상태에서 공항에 도착했다"며 "열감시장치를 운영한다는 사실을 알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설치 장소를 찾아봤다"고 말했다.
<제이누리>가 당일 B씨가 제주공항에 도착하기 전 제주국제공항 도착편을 확인해 볼 결과 B씨가 타고온 OZ8901편보다 일찍 도착한 항공편은 제주항공(7C151), 티웨이(TW751), 아시아나(OZ8981), 티웨이(TW901) 4편.
거의 같은 시각에 도착한 진에어 (LJ301) 1편과 B씨가 타고 온 OZ8901편을 포함하면 6편으로 7시16분 첫 항공편 도착 이후 20여분간 적게는 수백명에서 1000여명에 이르는 입도민들에 대한 열감시가 누락된 셈이다.
제주도는 메르스의 도내 유입을 차단하기 위하여 4일부터 공항 국내선 도착장에 열감시시스템 2대를 설치, 입도객에 대한 검역을 시작했다.
제주의료원에서 근무중인 공보의, 간호사협회에서 지원한 간호사, 그리고 행정요원 등이 격일로 교대 근무하는 시스템이다. 행정요원의 경우 공항에 8명이, 여객부두의 경우 2명이 근무한다.
열감시시스템은 37.5℃이상인 사람을 체크하도록 설정하여 운영되고 있다.
제주도 소통정책관실 관계자는 8일의 상황에 대해 "근무자 한 명이 늦어 첫 비행기를 놓친 것으로 내부적으로 확인했다. 비상시국으로 더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에서 이런 일이 발생되서 죄송하다"며 "승객 한명도 놓치지 않도록 좀 더 긴장해서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12일 밤 상황에 대해선 "마지막 편 항공기 탑승객이 공항청사를 나올 때까지 발열감시 인력이 근무한 것으로 안다"며 "무언가 오해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도 관계자는 "비상체제가 계속되면서 휴일도 없이 계속해서 근무하고 있다"며 "최선을 다해 메르스 차단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원 지사의 '청정 제주 사수' 구호에 맞춰 비상체제가 가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장인력의 안이한 대응이 그동안의 노력을 수포로 만들 것 같아 우려스런 상황이다.[제이누리=이재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