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불법 포획돼 '돌고래쇼'에 동원됐던 돌고래 2마리가 고향 바다로 가게 됐다. 14일 고향 제주 앞바다에 방류되는 남방큰돌고래 태산이와 복순이 이야기다.
노정래 서울동물원장은 12일 오후 경기 과천 서울동물원 해양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태산이와 복순이의 건강 상태가 많이 좋아져 적응 훈련을 통해 바다로 돌려보내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수컷 태산이는 2009년 6월 제주 한림읍 귀덕리에서, 암컷 복순이는 같은 해 5월 제주 대정읍 신풍리에서 어민들에 의해 불법 포획, 돌고래 공연업체에 넘겨졌다.
그러나 2013년 대법원이 공연업체에 유죄판결을 내림에 따라 태산이와 복순이는 국가가 몰수했다.
당시 태산이와 복순이의 건강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태산이는 부리 윗부분 일부가 잘렸고, 복순이는 부리 위·아래가 모두 틀어진 선천적 기형을 갖고 있었다.
이 때문에 2009년 불법 포획됐다가 2년 전 바다로 돌아간 제돌이와 달리 태산이와 복순이는 2013년 4월 서울대공원으로 이송됐다.
노 원장은 "처음 이곳에 온 태산이와 복순이는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된 상태"였다고 회상했다. 사육사들을 따르지 않고, 먹이도 잘 먹지 않았다. 심지어 먹이를 보면 회피하는 이상 행동까지 보였다.
그러나 사육사들의 1년 여에 걸친 끈기 있는 노력으로 태산이와 복순이는 차츰 심리적 안정을 찾았다. 지난해 가을에는 활어를 잡아먹기 시작하는 등 야생방류 가능성이 확인됐다.
태산이와 복순이는 신중하게 제주 바다로 이송된다.
서울대공원은 우선 14일 오전 5시 반 그물을 이용해 태산이와 복순이를 포획할 계획이다. 이후 약 2시간 반 동안 채혈, 몸길이, 체중 즉정 등 건강검진을 진행한다.
오전 8시 서울대공원을 떠나는 태산이와 복순이는 길이 3m, 넓이 1m, 높이 1m의 이동수조에 담겨 육로와 항로를 병행해 이송된다.
서울대공원에서 인천공항까지는 육로로 이동한다. 이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기 위해 항온, 항습 장치가 있는 무진동차량을 이용한다.
인천공항부터 제주공항까지는 태산이, 복순이만을 위한 아시아나항공 특별 전세기가 마련된다.
또 이동 시작부터 도착까지 전 과정에서 태산이와 복순이의 심리적 안정과 긴급 상황 등에 대비하기 위해 사육사와 수의사가 동행한다.
12시께 제주공항에 도착하는 태산이와 복순이는 곧바로 제주 함덕 정주항에 마련된 해상 가두리로 이동한다. 위성추적장치를 부착한 뒤 오후 2시께 가두리에 입수할 예정이다.
이 곳에서 약 2개월간 활어 먹이훈련, 돌고래 개체군과의 교감 등 야생적응 훈련을 거쳐 최종 방류된다.
서울동물원, 고래연구소 등 관계기관은 방류 후에도 태산이와 복순이를 꾸준히 추적 관찰할 계획이다.
안두해 고래연구소장은 "추적장치가 있지만 남방큰돌고래의 특징 중 하나는 등지느러미에 생기는 상처가 개체마다 다르다는 점"이라며 "지문과 똑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사진만 찍어놔도 식별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송상근 해양수산부 해양환경정책관은 "태산이, 복순이의 성공적인 방류는 최근 제기되고 있는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이끌어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많은 생물을 구조해 자연으로 되돌리기 위한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태산이와 복순이의 회복을 위해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던 동물자유연대의 김영환 활동가는 "동물에 대한 시민들의 의식이 많이 높아졌기 때문에 이같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밝혔다.
김씨는 "그러나 여전히 우리의 법 제도는 돌고래를 전시용, 공연용으로 포획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제2의 태산이, 복순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무분별한 야생 돌고래 포획과 수입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이누리=이재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