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는 나비와 제주학의 선구자 '석주명 선생 기념관' 건립사업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석주명 선생 기념관 건립 추진 위원회'를 구성·운영할 계획이라고 24일 밝혔다.
서귀포시는 석주명 선생의 업적을 연구하거나 저술활동 등을 하고 있는 각계인사 19명으로 ‘석주명 선생 기념관 건립 추진 위원회(이하 위원회)’를 구성,운영할 계획이다.
추진위원회에는 송상용 한국과학기술 한림원 종신회원, 남상호 전 한국곤충학회장, 이병철 ‘석주명 평전’ 저자, 이영구 한국외대 교수, 윤용택·양영철 제주대 교수, 강문규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 김찬수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장과 지역 주민 등으로 구성된다.
위원회는 ▲석주명 선생 업적 및 유적 조사, ▲석주명 선생 기념관 입지 선정 및 건립, ▲기념관 건립 기본계획 수립, ▲석주명 선생 연구서적 등 유품 확보 및 전시, ▲석주명 선생 기념관 조성 및 활용방안 등을 논의하고 결정해 나갈 계획이다.
석주명 선생은 1908년 10월 평양에서 태어나 송도고보와 1929년 일본 가고시마 고등농림학교 박물학과를 졸업하였고 1950년 10월 한국전쟁의 와중에 생을 마쳤다.
1929년 함흥 영생고보 박물교사로 근무하다 1931년 모교인 개성 송도고보에서 11년 동안 박물교사를 지냈다. 교사로 재직하는 동안 여름방학 때마다 전국을 다니면서 나비를 채집하고 분류,분석하여 세계적 곤충학자가 됐다. 특히, 1940년에 영국 왕립 아시아협회 조선지부에서 발간한 ‘조선 산접류 총목록’은 그를 세계적 나비학자 반열에 올려놓았다.
제주에서는 1936년 여름 한 달 동안 나비 채집을 한 바 있고 1943년 4월부터 1945년 5월까지 2년 1개월 동안 경성제대 생약연구소 제주도 시험장(서귀포시 토평동 소재 현 제주대 아열대 농업생명과학연구소)에 근무하면서 제주도의 자연, 인문, 사회 등에 대한 현지답사와 자료를 조사하고 연구하여 총 6권의 ‘제주도 총서’를 낸 제주학의 선구자다.
일제시대 건립된 연구실(212㎡)과 유리온실(636㎡) 등이 현 제주대 아열대 농업생명과학 연구소 부지(60,586㎡)에 온전하게 보존되고 있다. 현재는 사무실로 이용되고 있는 시설로 우리나라 유일의 석주명 선생의 흔적이다.
6권의 ‘제주도 총서’ 중 생전에 『제주도방언집(1947)』, 『제주도의 생명조사서(1949)』, 『제주도 관계 문헌집(1949)』이 출판됐다. 선생 사망 후 누이 석주선에 의해 『제주도 수필(1968)』, 『제주도 곤충상(1971)』, 『제주도 자료집(1971)』이 유고집으로 출판됐다.
6권의 ‘제주도 총서’중 『제주도 곤충상』을 제외한 5권이 제주도의 인문·사회분야 연구서인 점을 고려할 때 제주학의 창시자인 것을 알 수 있다.
특히,『제주도 생명 조사서』는 1948년 제주 4·3사건으로 중산간 마을의 95%가 초토화되었기 때문에 더 큰 의미를 지닌다. 2011년 10월 석주명 선생 기념 학술대회에서 송상용 교수는 이 책에 대해 “출판과 동시에 고전이 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영천동 농촌 중심지 활성화 사업'이 2014년 농림축산식품부 공모사업에 선정, 사업비 확보가 돼 '석주명 선생 기념관 건립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영천동 농촌 중심지 활성화 사업'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총 58억2900만원(국비 40억8000만원, 지방비 17억4900만원)을 투자하여 어린이보호구역 정비 등 기초생활 기반확충사업과 석주명 선생 기념관 건립 등 지역경관개선사업과 지역주민역량강화 사업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 4억2900만원(국비 300백만원, 지방비 129백만원)을 투자, ‘석주명 선생 기념관’ 건립방안 등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지역주민 역량강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세계적인 과학자이자 제주학의 선구자이면서도 불우한 생을 살았던 석주명 선생의 업적을 재조명하고 기림으로서 후대에 귀감이 되는 등 상당히 의미있는 사업이 될 것"이라며 "‘석주명 선생 기념관’이 건립될 경우 기존의 문화시설들과 연계가 가능해짐으로서 문화도시로서의 위상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제이누리=이재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