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자연유산이자 7대 경관의 핵심인 만장굴을 우리가 발견한 지 70여년이 지났다. 하지만 관도 그렇고 모두가 철저히 우리에겐 무관심했다."
1946년 당시 국내 최장 용암동굴로 불리는 만장굴을 발견한 고(故)부종휴 선생과 김녕초등학교 꼬마탐험대의 얘기가 다시 화제다. 초등 탐험대원 30인 중 생존해 백발노인이 된 꼬마탐험대 4인의 울분 섞인 토로를 하고 나섰다.
만장굴탐험기념사업회는 3일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홍경희 제주도의원(새누리당 비례대표.교육위원회) 주관 아래 간담회를 가졌다.
만장굴탐험기념사업회 김두전(80) 옹(翁)은 이날 "우리가 세상을 떠나고 나면 누가 만장굴 발견의 역사를 기억해 줄 것인가"라며 "부종휴 선생의 선구자적 탐험정신을 기리는 송덕기념 동상을 만장굴에 세워 이 곳을 찾는 후손들에게 훌륭한 탐험정신과 호연지기를 가르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만장굴 발견은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값진 발견"이라며 "광복 직후 불굴의 탐험정신으로 부종휴 선생과 우리 탐험대가 발견한지 어언 70년이 지났으나 대중의 무관심 속에 만장굴 발견의 가치가 잊혀지고 있으니 유감"이라고 말했다.
강시영 한라일보 편집국장은 "동상 건립뿐만 아니라 이중섭 거리처럼 부종휴 선생을 기념하는 길을 만장굴 부근에 만들 필요성이 있다"고 제안했다.
만장굴탐험기념사업회는 부종휴 선생과 함께 만장굴 탐험에 나섰던 김녕초등학교 6학년 학생 30여 명 중 생존자 5인이 중심이 된 단체다.
간담회에는 김두전, 홍재두, 원장선, 김시복 등 꼬마탐험대 생존자 4인(1명은 몸이 불편해 불참)과 홍경희 도의원을 위시로 강경식.김경학.고충홍.김동욱 도의원, 강시영 한라일보 편집국장 등이 참석했다.
제주도 세계자연유산관리단은 지난 2월 만장굴을 처음으로 발견한 부종휴 선생과 김녕초등학교 꼬마탐험대 30여명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기념사업계획을 세운 바 있다.
구체적인 내용으로 ▲부종휴 선생의 업적과 일대기에 대한 관련자료 조사 ▲기존에 알려진 자료 외에 관련 문헌을 조사해 또 다른 업적 정리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한 홍보방안 마련 ▲만장굴 외부에 부종휴 선생의 동상 또는 흉상을 제작·설치 ▲만장굴 탐사장면을 그림으로 제작, 관련 설명문 설치 등이다.
이에 제주도는 기념사업에 대해 3800만원을 투입하는 내용을 담은 2014년도 추경계획안을 수립했다.
그러나 지난 8월 예산수립 과정에서 사업비가 전액 삭감, 유산관리단의 이 같은 기념사업 추진 계획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홍경희 의원은 “세계자연유산과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된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의 대표적인 동굴로서 만장굴은 학술적 가치는 물론 경관적 가치도 대단히 큰 동굴로 알려져 있는데, 이런 만장굴을 불굴의 탐험정신으로 발굴한 故 부종휴 선생님의 가치와 의미가 지금까지 전달되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홍 의원은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숙제로 남겨져 있지만 지금 5인의 꼬마탐험대원이 생존하셨기에 후손들에게 탐험정신과 호연지기를 배울 수 있는 터전으로써, 제주의 자연과 문화, 사람의 가치를 키우는 제주로 만드는 데에 하나의 큰 줄기가 될 수 있도록 만장굴의 숨겨진 역사를 알리는 스토리텔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부종휴 선생이야말로 제주도를 대표하는 토속 천재과학자"라며 "선생이 남긴 뚜렷한 족적을 기념하는 사업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이누리=강남욱 기자]
☞고(故) 부종휴(1926~1980) 선생과 만장굴=인연은 광복 이듬해인 194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녕초등학교 교사였던 그는 '꼬마탐험대'라 이름 붙인 어린 제자들을 이끌고 횃불 하나에 의지한 채 '미지(未知)의 굴' 탐사에 나섰다. 실로 무모하리만큼 모험에 가까운 도전이었다.부종휴를 단장으로 한 '꼬마탐험대' 30여명은 그 후 1년간 5차에 걸친 답사와 측량을 통해 7㎞에 이르는 굴의 전모를 밝혀냈다.
이 굴을 '만장굴'이라 명명(命名)한 이도 바로 부종휴였다. 우리나라에서 동굴에 관한 본격적인 조사가 1950년대 후반에 이뤄졌음을 감안하면 당시로선 '대단한 사건'이었다. 국내 최장 용암동굴인 만장굴은 부종휴와 꼬마탐험대의 천신만고의 노력 끝에 그 '태고(太古)의 신비'를 세상에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