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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사라진 또 하나의 근대문화유산 후보…흔적이라곤 정문 기둥 뿐
문화계, 문화재 정책 개선 필요…구도심 근대문화유산 후보 전수조사해야

 

 

근대문화유산 등록 필요성이 제기됐던 제주시 관덕정 인근 옛 제주시 청사가 결국 역사 속으로 완전히 사라졌다. 이젠 사진 속 기록으로만 옛 제주시 청사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됐다.

 

옛 제주시 청사의 역사는 한국전쟁이 끝나고 난 뒤 혼란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955년 9월 제주읍에서 시로 승격된 이후 현재 있는 그 자리가 1958년 6월 시청사 부지로 결정됐다. 우리나가 대표 근대건축가 박진후 선생의 설계로 신축공사가 진행됐고 이듬해인 1959년 10월에 준공됐다. 2549㎡ 부지에 연 면적 1707㎡의 철근콘크리트와 벽돌을 이용해 2층 규모로 올려졌다. 제주에서는 최초로 시멘트 벽돌을 사용해 지어진 건물이다.

 

게다가 해방이후 우리나라 근대건축가가 지은 제주 최초의 건물이다. 제주도의 본격적인 시행정 업무를 시작했던 건물이고, 현재의 시청사로 옮겨지기 전까지 20년 간 시민들의 행정업무를 주관했던 건물이다.

 

때문에 그 동안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로 등록된 제주시 청사와 함께 제주의 대표적인 공공건축물의 하나로 꼽힌다. 건물뿐만 아니라 장소 역시 탐라시대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제주도와 제주시 역사의 중심공간이자 도시발전사를 엿볼 수 있는 중요성과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건물은 제주시가 발전하면서 운명이 바뀌게 된다. 1980년 3월 제주시청사가 지금의 이도2동 부지(옛 제주도청사)로 이전했다. 대신 이 건물은 개인에게 매각됐다. 현재 건물주는 일본에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지금의 제주시 청사는 2005년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됐지만 옛 제주시 청사는 아무런 관리 없이 방치돼 왔다. 사유지였기 때문에 행정이 그대로 놔둔 것이다.

 

제주시가 2011년 2월 수립한 ‘제주목관아 보존·관리 및 활용계획’ 연구에서 시대와 사회를 대표하고 시민생활과 밀접한 관련성을 갖는 공공건축물인 만큼 등록문화재로 지정,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더욱이 건축학계에서는 그동안 관덕정 인근 옛 제주시청사에 대한 근대문화유산 등록 등 활용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보존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김태일 제주대 건축학부 교수는 “사유지이지만 등록문화재로 지정하려는 의지가 있으면 가능하다”며 이승만 전 대통령 별장을 예로 들었다. 김 교수는 “제주도 차원에서 보면 몇 되지 않은 근대건축물로서 가치가 있다. 옛 행정건물이었다. 제주행정의 역사의 한 축이 되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일부 철거가 진행될 당시 “앞부분이 철거가 됐지만 원상태로 복원할 수 있다. 지붕도 슬레이트만 철거됐지 목조 그대로 남아있다. 건물의 전체적인 부분이 훼손되지 않았기 때문에 원형 복원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22일부터 건물 철거공사가 진행되더니 지난달 말쯤 철거가 마무리 됐다. 현재 그 자리에는 건물을 철거한 뒤 남은 잔해가 바닥에 고루 깔려 있다. 철문을 받치고 있는 옛 제주시청사 정문 기둥만이 덜렁 남아있을 뿐이다.

 

행정은 건물이 무너지는 것을 팔짱끼고 지켜봤을 뿐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 제주시 관계자는 “매입 논의는 없었다. 사유재산이다 보니 매입할 근거나 예산도 없다. 용역 이후에는 더 이상 추진된 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건물이 완전 철거된 지금, 문화계에서는 행정의 소극적인 문화재 정책에 허탈함을 나타냈다. 박경훈 제주민예총 이사장은 “황당하다”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박 이사장은 “문화재 관리정책의 근본적인 문제다. 개인 소유라는 것 때문에 행정에는 책임이 없다고 하는데 개인이든 공공 소유든 간에 근대 문화유산적 가치가 있으면 보존하려는 최대한 노력을 하고 살리는 것이 문화재 정책의 근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일을 교훈삼아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 구도심에 개인소유의 근대문화유산적 가치가 있는 건물들을 철거하면 제주목관아 밖에 없는 '무시간'의 '기억이 없는 도시'가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시스템 점검을 하고 구도심 근대문화유산 후보가 될 만한 것을 전수조사 해서 매뉴얼도 만들고 수시로 모니터링 하는 적극적인 문화재 보전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시민들에게 문화재 보전의 필요성을 홍보하고 계도 하는 것도 필요하다. 지금의 상태라면 시민들은 사라지는 것도 모르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용담동 제주대 캠퍼스 건물, 옛 제주대학병원에 있던 자혜병원 등도 모두 허무하게 사라져 버렸다. 소극적인 문화재 정책으로 인해 잃어버린 것”이라며 “현대는 문화관광의 시대인데 50~70년대 지어진 개인주택, 제주 최초의 극장인 제주극장, 경관적 건물인 동양극장 등도 보존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옛 제주시청사가 무너진 자리에는 유료 주차장이 조성될 예정이다. 토지 소유주 측은 12일 제주시에 문화재영향검토를 신청했다. 시는 문화재자문위원회를 통해 입지조사를 벌이고 현상변경자문위원회를 거쳐 최종 승인을 해줄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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