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시대부터 이어 온 ‘탐라국 입춘 굿’이 새롭게 재탄생한다. 올해는 예년 축제와는 다르게 치러진다. 어떤 것들이 달라질까?
계사년 벽두 한 해 동안 시민가정의 무사안녕과 풍요를 빌어보는 굿청. ‘입춘 굿’은 ‘계사년 춘경(春耕), 신향(神香)의 봄을 깨우다’라는 주제로 다음 달 2일부터 입춘인 4일까지 제주시 원 도심권 지역을 중심으로 관덕정과 목관아 일원에서 열린다.
입춘 굿은 1999년 제주시와 민예총 제주도지회(회장 박경훈)가 나서서 복원한 축제다. 올해로 열다섯 번째다.
올해부터는 원형 재현 프로그램을 빼고는 모든 프로그램과 형식이 바뀐다. 옛 것을 찾아 최대한 복원하고 다양한 기획으로 재탄생한다.
우선 축제이름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탐라국 입춘 굿 놀이’었지만 올해부터는 ‘탐라국 입춘 굿’으로 전래되는 본래 이름을 되찾았다. 또 축제 기간도 예전 2일에서 3일로 하루 더 늘어났다.
축제의 상징이었던 '낭쉐'(나무 소)도 현재까지 전해지고 있는 제주 무속에 등장하는 주요 신으로 등장한다. 축제의 시작을 알렸던 낭쉐 코사(고사)는 간소화 됐다. 낭쉐 코사 뒤 이어지는 낭쉐 몰이는 ‘제주신상 제등 걸궁’으로 바뀌었다. 예전에는 제주시청에서부터 퍼레이드를 했던 것이 옛 동서미륵(동서자복·수호신상)이 있던 곳에서 ‘동·서미륵제’를 치르고 진행된다.
올해 처음 선보이는 프로그램으로는 ▶전통 연 시연 ▶제주말 노래와 연극 ▶소리판굿 ▶땅 줄타기 ▶전통음료·제주 퓨전음식 시식 등이 선보인다.
특히 제주관문에서 펼쳐지는 ‘춘경 문 굿’과 탐라 왕이 직접 농사 시연을 했던 ‘친경적전(親耕耤田)’, 예기무(藝妓舞) 인 ‘관기 춤’ 등이 복원됐다. 입춘 굿 본래의 모습에 가까이 가도록 노력한 것이다.
축제가 변화됨에 따라 첫날에는 ▶동·서 미륵제 ▶제주신상 제등 걸궁 ▶풍요기원 세경신제 등이 열린다. 이틀째인 3일에는 ▶연물 연주 ▶서예 퍼포먼스 ▶전래놀이 ▶제주어노래와 연극 ▶판소리 ▶소리판굿 ▶축하공연(땅 줄타기) ▶전통 민속공연 ▶전통 연 시연 등이 축제를 장식한다. 축제 마지막 날인 입춘일(4일)에는 ▶춘경 문 굿 ▶입춘 굿 ▶축하마당 ▶친경적전 ▶예기 무 ▶입춘 탈 굿 ▶대동놀이 등으로 막을 내린다.
이외에도 부대행사로 ▶소원지달기 ▶꼬마낭쉐 만들기 ▶입춘춘첩 ▶가족사진 찍기 ▶입춘 탈 만들기 ▶얼굴그리기 ▶제주 전통음료와 음식 시식 ▶입춘 천냥국수 ▶문화 상품 판매 등이 축제장 주변에서 기간 내내 펼쳐진다.
제주시 이종찬 문화예술담당은 “올해 입춘 굿부터는 원 도심 중심의 도시축제로 치러진다. 원형 재현 종목을 제외하고는 종전 프로그램을 백지로 놓고 옛 것을 찾아 복원하고 다양한 기획으로 새롭게 재탄생시켰다”며 “제주시민 모두와 관광객들이 굿판을 찾아 올 한해의 무사안녕을 기원해 보는 아름답고 뜻 깊은 신명난 굿판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탐라국 입춘 굿은 탐라시대부터 이어 온 풍농 굿, 세경놀이, 입춘 굿 등을 재현한 것이다. 고대 탐라국왕 시대 유습이 조선시대에 와서 목사가 도내 심방을 모아 벌이는 거리굿의 형태로 발전했다.
이는 고대의 나례(儺禮, 마귀와 사신을 내쫓는 의식)가 발전, 관민합동의 나희(儺戱, 역귀를 쫓는 춤에서 변화·발전된 민간 전통극)로서 풍농 굿과 제주목 관의 문굿이 복합된 굿이었다. 굿 뒤에는 여흥으로 탈굿놀이인 입춘탈굿놀이가 말미를 장식하게 된다.
일제 강점기에는 문화 말살정책으로 인해 전승이 단절됐다. 그러던 것이 지난 1999년 복원돼 매년 입춘 절기에 굿판을 벌이고 있다. 제주시의 대표적인 도시형 축제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