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포획돼 강제 노동에 시달리는 제주 남방큰돌고래가 고향으로 돌아갈 날이 머지않았다. 대법원 판결이 남아 있긴 하지만 거의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돌고래들이 과연 모두 무사히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국토해양부는 14일 부산에서 울산 고래연구소, 울산 남구청, 서울대공원, 제주도 관계자와 고래전문가 등과 함께 재판이 진행 중인 몰수형이 선고된 남방큰돌고래의 처리에 대해 논의했다. 국토부는 보호대상 해양생물 보전·관리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확정판결이 나지 않은 상태이지만 유죄가 인정됐고, 불법 포획된 것이라는 점에서 몰수형 선고가 확정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논의를 한 것이다.
회의에서 일부 전문가들은 울산과 서울에 2마리씩 나눠 보내는 방안을 제시했다. 건강상태가 양호하고 나이가 어린 2마리는 서울대공원으로 보내 ‘제돌이’와 함께 향후 방류하고 입이 비뚤어지는 등 건강에 문제가 있는 나머지 2마리는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에서 사육시키자는 것이다.
이러한 논의 내용이 알려지면서 울산 남구는 국토부가 이런 결정을 내릴 경우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남구는 18일 성명을 통해 “돌고래가 무리동물임을 고려할 때, 방류든 사육이든 함께 지내는 것이 가장 좋다”면서 “국토부가 분산 관리를 추진한다면 남구는 부득이 양보를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반면 4마리를 모두 준다면 받을 의향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남구는 영화 ‘프리윌리’의 예를 들며 “영화의 실제 모델인 범고래 케이코는 10년 넘게 놀이공원의 수조에서 생활하다가 2년간 적응훈련 후 방류됐으나 결국 폐렴으로 죽었다”고 설명했다.
남구는 특히 “미국 ABC 뉴스는 ‘오랫동안 갇힌 동물을 풀어주는 것이 호소력 있게 보일지는 몰라도, 생존과 복지는 심각한 영향을 받는다’는 근거와 함께 케이코를 야생에 돌려보낸 것은 잘못이었다고 보도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성공률 낮은 방류보다는, 편하고 좋은 환경을 갖춘 곳에서 생활하도록 하는 것이 돌고래에게 더 나은 혜택”이라고 주장했다.
남구는 이 같은 입장을 다음 주 중 국토부에 공문으로 제출할 계획이다.
결국 각 2마리씩 준다면 죽을 것이고, 4마리를 모두 준다 해도 방류는 사실상 힘들다는 것이다.
울산 남구청 관계자는 “시민단체에서 방류 얘기를 하고 있는데 생존확률은 희박하다”며 “남구의 고래생태체험관은 서식지외 보전기관으로 선정돼 있다. 고래 생태에 안정적이다. 바다에 방류해 죽는 것 보다는 좋은 시설에서 살게 하는 게 훨씬 낫지 않느냐”며 방류에 반대 입장을 보였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사항은 아무 것도 없다며 남구의 민감한 반응에 손사래를 쳤다. 그는 “회의에서 나온 얘기일 뿐이다. 확정판결 이후 조치에 대해 논의만 한 것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제주지검이 주관기관이기 때문에 제주지검과도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2009년 5월1일부터 2010년 5월13일까지 서귀포시 성산읍 앞 정치망 어장에서 어민들은 포획이 금지된 큰 남방큰돌고래 11마리를 포획했다.
제주 퍼시픽랜드는 이들 어민들로부터 이 돌고래를 1000만~1500만원에 사들여 퍼시픽랜드에서 공연을 시키며 수입을 올렸다. 그러나 이들의 불법은 해경에 적발돼 검찰에 의해 재판에 넘겨졌다. 당초 퍼시픽랜드에 유입된 돌고래 11마리 중 현재 생존한 돌고래는 겨우 4마리 뿐이다.
법원은 지난해 4월 1심 재판에서 퍼시픽랜드 대표 허모씨와 고모 관리본부장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퍼시픽랜드에는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특히 당시 살아 있던 돌고래 5마리에 대해선 몰수형도 함께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달라지지 않았다. 퍼시픽랜드 측은 지난해 12월20일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제주지검도 대법원에서 판결이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돌고래를 맡길 곳을 물색하기도 했다. 제주지검 유상범 차장검사는 “몰수형이 확정된다면 돌고래를 몰수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보관할 곳이 필요한데, 우리나라에서는 울산 남구에 위치한 고래생태체험관이 유일하게 돌고래를 보관할 수 있는 곳”이라며 울산 남구에 문의한 사실을 털어놨다.
울산 남구 장생포의 고래생태체험관 돌고래 보조풀장은 국내 하나뿐인 국토해양부 지정 ‘고래서식지 외 보전기관’이다. 돌고래 10마리를 넣어 치료·관리할 수 있는 보조풀장과 최대 6마리의 돌고래를 사육하는 수족관이 있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고래생태체험관으로 보낼 경우 폐사 위험이 높다고 반대하고 있다. 대신 고래류에 대한 서식지 외 보전기관으로 지정돼 있는 아쿠아플라넷 제주에 가뒀다가 풀어주거나, 제주에 야생 적응훈련 장소가 마련될 때까지 퍼시픽랜드에 임시 보관했다가 옮긴 뒤 풀어주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