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기상 현상 중의 불청객으로 단연 황사를 꼽을 수 있다. 하지만 개나리는 숨도 제대로 쉴 수 없는 황사가 몰려와 하늘을 덮어도 그저 묵묵히 꽃을 피운다. 이러한 개나리꽃이 너무도 사랑스러워 도종환 시인은 와락 안아주고 싶다고 했나 보다. ▲봄 건강의 천적, 황사 [제이누리 그래픽] 하늘이 누런 황사에 뒤덮인 봄날이면 누런 모래가 만 길까지 뻗쳐있다는 ‘봄은 황사만장(黃砂萬丈)의 계정’이란 뜻의 싯구가 가슴에 다가온다. 황사가 비에 섞이면 아시아에서는 노란 비로 내리지만, 유럽에서는 날려 온 사하라 사막의 모래흙의 색깔이 붉어 붉은 비로 내린다. 그러면 ‘피의 비’라고 부르며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고 한다. 봄철이면 우리나라로 어김없이 날아와 건강에 옐로우 카드를 내미는 미세 먼지 황사는 공중에 떠다니는 작은 알갱이로, 우리가 호흡할 때 몸속으로 들어와 폐 손상은 물론 심장질환 등의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 또 접촉성 결막염 등 안질을 유발하기도 한다. 최근 생체기상학을 연구하는 학계에서는 황사현상이 심할 때면 우울증 및 심장질환자가 증가하며 자살률도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황사의 미세 먼지 속에는
기시감(旣視感 ; Deja-vu)! 언제 어디선가 봤다는 소리다. 이해하기는 힘들지만 일상 생활 중에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는 신비한 현상이다. 과학적인 증거야 없겠지만 사람들은 윤회의 증거로 삼기도 한다. 그럴듯하다. 뭔가 반복이 된다는 느낌. 문제는 개인의 경험의 차원이 아니라 인류의 역사도 이런 느낌이 간혹 든다는 것이다. 역사는 과연 진보하는 것인가? 혹시 반복하는 것은 아닌가? 비좁은 국토. 지하자원 부재. 높은 인구밀도. 처참한 내전의 혼란을 극복하고 강력한 리더십 아래 고속의 경제성장을 일구어낸 나라. 한국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가 읽어도 한국의 이야기인데 아프리카에서는 르완다의 이야기다. 1994년 내전의 참상과 그 폐허를 기억하는 한 지금의 발전상은 기적 그 자체임에 틀림없다. 1997년 기타라마(Gitarama)라는 마을에서 일한 적이 있었다. 2010년 르완다로 돌아와서 가족을 데리고 내가 예전에 일하던 곳을 보여주고 싶었다. 분명히 이 도로가 맞는데 하면서 달렸지만 기억 속의 마을도, 사무실로 빌려 쓰던 건물도 보이지 않았다. 한 시간이 걸리지 않았는데 한시간 반을 달렸다. 도로변에 서 있던 경찰에게 ‘Gitarama, i
원희룡 제주지사는 자신의 주요 정무보좌진 4명을 왜 들판에 풀어놨을까? 원 지사의 정무보좌관 4명이 일괄 사직서를 제출한 일이 제주도정과 정가를 술렁이게 하고 있다. 제주도의회 임시회 도정질문이 진행중인 시점에 불쑥 끼어든 이번 사안을 두고 그 의도에 대해 해석이 분분하다. 본인들이 '사퇴의 변'을 통해 "원희룡 도정의 쇄신과 임기 중간점 새 출발을 위해 일괄사의를 고심하고 있던 중, 지금이 도민들의 뜻을 더 철저히 받드는 적기라는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으나 이런 내용만을 순수히 받아들이기에는 시기와 모양새로 인해 그 이상을 생각지 않을 수 없다. 시기적으로는 4.13총선에서 '원희룡 마케팅'의 책임론만으로는 수긍하기 쉽지 않은 모양새다. 언뜻 보아도 4.13 총선 책임론에 대해 상식적인 당위성이 있음에도 이를 정무보좌진 전체에 대한 책임을 묻기에는 연결이 매끄럽지 못하다. 이 점에서 원 지사가 정치인임을 다시 한 번 일깨우는 순간이다. 새누리당의 패배를 반전의 카드로 사용하고자 하는 의도가 읽힌다. 우선 새누리당에 대한 압박의 의미를 일깨운다. 총선후 제주도 새누리당은 이연봉 도당위원장의 사퇴 이외에는 아무런 액션이 없다. 패자가 말이
사극은 팩션이다. 팩트만 갖고는 흥미가 없으니 픽션을 보탠다. 그렇지만 항상 픽션의 수위가 문제다. ▲ 현재 방송중인 SBS TV드라마 '대박' 붕당간 정쟁이 치열했던 숙종, 영조 때를 배경으로 한 TV사극 ‘대박’이 인기를 끌고 있다. 숙종(최민수)과 이인좌(전광렬)의 강렬한 연기가 드라마를 이끌고 있다. 그런데 35년 후 반란을 일으키는 이인좌가 일찌감치 등장한 게 아무래도 개운치 않다. 이인좌가 누구인가? 영조가 왕위에 오른 지 4년째 되던 무신년(1728년) 경기·충청·경상·전라도를 무대로 일어난 반란의 주모자다. 난을 일으키기 전까진 기록에 나타나지 않는 몰락한 남인 출신 양반이다. 이런 이인좌가 1693년 주인공으로 벌써 나타난 것이다. 숙종은 왕이 된 지 19년째로 나이 33세였다. 이인좌는 태어난 해를 모른다. 극 중에선 최소 30세는 된 듯하다. 그러면 난을 일으킬 땐 이미 65세 노인이 된다. 숙종과 함께 극중 인물로 나란히 서기엔 왠지 어색하다. 이 드라마는 영조(연잉군, 1694~1776)가 1724년 왕위 오르고, 4년 후 이인좌가 난을 일으킬 때까지 끌고 갈 모양이다. &ls
1500여 명이 넘는 숫자가 매월 제주에 입주한다. 최근의 이주 붐에는 초기의 '셀러브러티 Celebrity(유명인사)'들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제주에 수많은 인파들이 몰리는 현상을 한 두 가지 원인으로 분석하는 일이 난망하긴 하지만 이들 유명인사들의 역할을 과소평가할 수는 없는 일이다. TV에서 앞다투어 이들의 제주 생활을 소개하고 일종의 붐까지 만들어 냈으니 말이다. 그 붐 혹은 후유증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셀러브러티는 좋으나 싫으나 그 이름값으로 울고 웃는다. 사소한 일로 대중의 관심을 끌고 별것 아닌 일로 사람들로부터 욕을 먹는다.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이 뉴스거리가 되어 파파라치의 사냥감이 되기도 한다. 유명인사가 된다는 것이 부러우면서도 그로 인한 이름값이 달갑지 않은 이유다. 셀러브러티에게 사회 지도층의 덕목으로 여겨지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요구하는 것이 정당한지는 모르겠으나 약간의 솔선수범은 손가락질 대신 찬양을 받기 쉽다. 자발적인 권위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뭔 말이 이리 장황하냐 하면 우리 사회가 그 같이 당연한 관계나 희망사항으로부터 늘 동떨어져 있는 현실이 더 많기 때문에 뻔하고 당연한 이야기를 하게 된다.
▲ 왼쪽부터 강창일, 오영훈, 위성곤 당선인. ‘선거는 축제’임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선거가 끝난 마당에 부부가 나란히 꽃목걸이를 걸고 꽃들보다 더 화안하게 웃을 수 있으랴. 만약 선거가 ‘국회의원’을 거머쥐기 위한 싸움이나 특정지역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라면 이웃들이 화환을 걸어주면서 얼싸안고 환호하며 기뻐하진 않으리라. 실제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기간 동안 ‘선거는 축제다’라는 전시회를 서울랜드와 청계천에서 열었다. 후보자간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는 선거가 궁극적으로는 ‘민주주의 축제의 한마당’임을 알리기 위한 의도였다. 가수, 작곡가, 작가, 만화가, 디자이너 등이 총출연하여 희망, 약속, 참여, 축제 등 선거가 가지는 소중한 가치를 그림으로 표현하였다. 지나가던 행인의 눈에도 선거가 아니면 맛볼 수 없는 횡재였다. 하지만 지난 13일 동안 제20대 국회의원을 뽑기 위해 제주에서 벌어진 공식 선거운동기간 중에 매스컴을 장식한 후보들의 입에서는 비방, 과시, 허위, 흑색, 투기, 신고, 개입, 심판 등과 같은 전쟁용어들이 마구 튀어나왔다. 결코 아름다운 축제일
예상치 못한 정치판의 격변이 온 언론을 뒤덮고 있다. 드라마와 같은 상황이 현실에서 벌어졌으니 우려와 기대, 탄식과 환호 속에 인구에 회자되는 것은 당연하다. 결과를 두고 수많은 분석이 난무한다. 중앙무대의 정치적 셈법을 보여주는 이야기도 나오고 현 정권의 레임덕 이야기도 나온다. 당연한 분석이자 수긍가는 측면도 많다. 그러나 정치가 어떻게 사회적 흐름을 반영했는지에 대해서는 비교적 이야기들을 아끼는 분위기다. ▲ 20대 총선을 읽는 다른 시각 하나 [제이누리 그래픽] 총선 결과를 보면서 왜 새누리당이 국민의 마음을 읽는데 실패했는지, 더민주당이 잘 하지도 않고 국민의 당이 충분한 설득력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승리가 돌아간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공천 파동, 유승민 고사, 대통령의 국회 비난, 당 대표의 역할 부재 등 다양한 원인이 제기된다. 그 같은 행태의 이면에 숨겨진 속성은 무엇일까. 새누리당이 연속해서 정권을 잡으면서 대구경북 등 지역정치 풍토는 중앙정치 무대의 주류였다. 지연과 학연 등으로 대표되는 지역의 정치논리가 전국적인 정치무대로 확대됐다. 종북을 키워드로 한 진영논리를 외피로 삼아 정치인들의 자질과 무관한 정치가 일상화됐다. 지역의
최근 인도영화 ‘런치박스’를 봤다. 이 영화를 통해 국민 대부분이 행복한 나라, 부탄을 처음 알았다. 며칠 후 TV에서 또 부탄을 만났다. 한국에 유학한 부탄 청년이 국민총행복(GNH, Gross National Happiness)이란 걸 얘기했다. 생소한 단어로 인도영화에도 등장했다. 여주인공은 매일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에게 잘못 배달되는 런치박스(도시락)에 편지를 넣는다. 어느 날 그 편지에 이렇게 썼다. “남편이 외도를 해요. 따지려 했는데 용기가 나지 않아요. 나는 어디로 가야 할까요. 한군데 있긴 해요. 딸이 학교서 배웠다는데 부탄에선 총생산지수가 아니라 총행복지수로 따진데요. 여기(인도)도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요.” 인터넷에 부탄을 검색하니 많은 내용이 떴다. 히말라야 산맥 동쪽에 있는 나라, 티베트·인도와 접한 사방이 온통 산으로 둘러싸인 인구 75만명 밖에 안 되는 왕국이다. 1972년 당시 국왕이 국정 목표를 국민 행복으로 삼았다. 국민총생산(GNP)이 아닌 국민총행복(GNH) 추구를 천명한 것이다. 2008년 국민행복을 위한 국가 정책 4대 기본 틀을 정했다. 첫째, 평등한 사회경제
며칠 전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제한속도가 넘은 걸 보고 나도 모르게 주위를 살폈다. 지난 1일부터 운행 중인 암행순찰차가 혹 주위에 있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아하! 바로 이게 암행단속 효과로구나”라고 생각했다. 암행(暗行)의 원조는 조선시대 암행어사다. 임금이 파견하는 관리란 뜻의 어사(御史)는 오래전부터 중국에도 있었으나 암행어사는 우리에게만 있었던 독특한 지방관리 감찰제도다. 암행어사 규찰 대상은 관리지만, 암행순찰차는 일반시민이다. 세조는 암행의 효과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암행감찰관을 내려 보내면서 이렇게 훈시했다. “지금 그대들을 보내는 것은 남의 허물만 들춰 내려는 것이 아니다. 옛 사람 말에 ‘고양이 기르는 집에는 쥐가 함부로 다니지 못한다’고 했다. 암행어사가 한 번 나간다면 탐관오리가 저절로 두려워하게 될 것이다.” 이른바 ‘고양이론’이다. 고속도로에서 과속, 난폭, 보복 운전을 일삼는 ‘쥐’들에게 경각심을 주려면 ‘고양이’(암행순찰차)가 효과적일 수 있다. 옛날 암행어사 파견은 비밀이었다. 누가, 어느
인공지능이 SF(Scientific Fiction)의 영역에서 현실로 들어왔다. 그것도 극적인 상황을 만들면서 '훅'하고 들어왔다. 알파고와 이세돌 9단과의 바둑대결이 연일 화제다. 인공지능의 최첨단 현신을 보는 놀라움과 그 가능성에 기대와 두려움이 함께 배어나온다. 유럽의 체스나 퀴즈 등에서 이미 가능성을 충분히 보였지만 경우의 수가 무한대에 가깝다는 바둑에서는 '아직'이라거나 '글쎄...'라는 나름의 기대가 있었다. 인공지능은 이 기대를 여지없이 부수며 한층 정교해진 논리와 집요함으로 다가왔다. 아직은 부족한 면도 보이지만 느낌이 다르다. 칼로 깊게 베인 느낌이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지혈은 되겠지만 찰과상은 아니다. 거즈로 상처를 누르고 반창고를 붙여놓아도 피가 계속 흘러나올 상처다. 흘러나온 피가 온 거즈를 빨갛게 물들이며 짙은 핏빛으로 변할 아물지 않을 상처다. 알파고의 집요함을 보면서 유토피아를 꿈꾸는 이는 별로 없어 보인다. 최근 영화 '채피'에서와 같이 인공지능으로의 의식전환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인간과 인공지능과의 행복한 결말을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유토피아(Utopia)가 아닌 오히려 디스토피아(Dystopia)를 묘사하는 영화를 훨씬 먼저
카지노가 또 이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는 카지노 산업이지만 폐해 역시 만만찮은 게 현실-. 민선 6기 원희룡 도정에 이르러 중국자본의 진출과 맞물려 카지노는 다시 새로운 정책의 시험무대에 섰다. 백승주 박사가 이 문제에 대한 해법찾기를 모색한다. 10여회로 나눠 싣는다. / 편집자 주 종전 신화역사공원 부지에 복합리조트 사업을 위하여 투자하고 있는 홍콩 란딩그룹과 싱가포르 겐팅그룹의 합작법인 람정 제주개발이 제출한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제주형 카지노를 미래 제주경제의 대안으로 추켜 세운 도정을 엄호라도 하듯 사업개시와 더불어 6500명의 직원을 채용하고, 그중 80%인 5200명은 도민 중에서 채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욱이 여기에 제주청년 3000여명이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최근 람정 제주개발이 도내 대학들과 연계한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프로그램 참여 인원 상당수가 카지노 운영지원 인력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급기야 도의회가 람정 제주개발에 대한 카지노사업 허가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는데 이런 프로그램을 공개적으로 운영하는 이유가 뭐냐고 따졌다. 주된 이유가 람정이 혹시 청년취업
▲ 세계수산대학교 조감도. 2월 한 달 동안 범도민적 기대와 관심을 모았던 세계수산대학(World Fisheries University: WFU) 유치전에서 제주가 부산에 승리를 내주고 말았다. 탐라대 부지가 마치 이 일을 위해 준비된 것처럼 여겨졌던 상황이라 제주사회의 안타까움이 몹시도 컸다. 제주도가 제시한 약속들, 예컨대 태평양을 바라보는 10만평의 부지와 건물, 100억원의 대학발전기금, 그리고 온 도민의 열렬한 환영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지원정책이다. 그런데 WFU가 부산으로 가게 된 이유가 입지환경면에서 제주․충남보다 훨씬 더 높은 점수를 받은 게 결정적 요인이었다는 후문이다. 부산시가 세계수산대학의 입지로 제시한 부경대학교는 과거 국립부산수산대학교의 부지다. 이 학교는 1941년에 설립된 부산시 최초의 대학교로, 70여 년 동안 이 자리를 지켜 왔다. 그러므로 거리상은 부산의 해안순환도로망인 북항대교와 광안대교가 인접한 해안가지만, 실상은 사방이 도시화 되어 있어 도심의 일부라 해도 무방한 위치다. 비교적 평지인 게 장점이긴 하지만, 부경대학의 캠퍼스 내에 WFU가 들어선다면, 시원한 바다를 조망하면서 수산자원과 해양산업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