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는 구속성보다 유연성에 무게를 둔 준칙을 내놓으면서 "최근 다른 나라들의 흐름도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그렇지 않다. OECD 회원국들은 강력한 재정준칙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국가채무 등 재정지표가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하는 재정준칙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름하여 ‘한국형 재정준칙’. 그런데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곳곳에 구멍이 뚫려있다. 그나마 5년 뒤, 2025년부터 시행하겠다니 현 정권은 해당되지도 않는다. 국가신용등급을 평가하는 세계적 신용평가사들은 한국의 적정 국가채무 비율을 40%대 초반으로 제시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복지예산이 늘어나면서 국가채무가 급증했다. 특히 올해는 추가경정예산이 네차례나 편성되면서 국가채무가 100조원 넘게 불어났다. 코로나19 사태로 확장재정이 불가피했다지만, 선거까지 맞물리면서 국가채무 비율은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40%를 넘어섰다. 현 정부 임기 마지막 해인 2022년에는 50%도 뛰어넘게 된다. 재정준칙 도입은 2016년부터 추진됐다. 하지만 20대 국회에선 제대로 논의조차 못하고 폐기됐다. 기획재정부는 당
러드로 대령(앤서니 홉킨스)은 ‘인디언 전쟁’에 참여해 아녀자들과 아이들, 노인들만 모여있는 인디언 마을을 불지르고 닥치는 대로 죽여야 하는 임무를 받는다. 자신의 의지는 아니지만 군인이 ‘국가’의 명령을 거역할 수 없는 일이다. ‘인디언 전쟁’ 아닌 ‘인디언 대학살’을 마무리 지은 러드로 대령은 군인의 상징인 칼을 패대기치고 국가와 군대를 버린다. ▲ 속세를 떠나 자연의 품에 안기고자 했던 인간들의 꿈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가에 대한 배신감과 환멸, 그리고 학살의 죄책감에 무너진 러드로 대령이 찾아가 몸을 의탁한 곳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몬태나주의 황량한 산기슭이다. ‘몬태나(Montana)’라는 이름 자체가 스페인어 ‘mo ntana(mountain)’에서 왔다. 문자 그대로 험준한 ‘산악(mountain)’ 지역이다. 그런 만큼 금광을 찾아나섰던 ‘골드러시’의 광풍이 휩쓸었던 지역이기도 하다. 몬태나주는 미국에
▲ 한번도 경험하지 않은 올해 같은 추석을 또 다시 보내선 안 된다. 정치권은 산적한 입법 현안과 민생 과제를 풀기 위해 ‘협치 정신’을 되새겨야 한다.[사진=뉴시스] 올 추석은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명절로 기록될 판이다. 추석 연휴가 낀 9월 마지막 주 월요일 28일부터 10월 11일까지 2주는 코로나19 특별방역기간이다. 명절 연휴에 면제했던 고속도로 통행료를 받는다. 고속도로 휴게소 음식점에선 자리에 앉아 식사를 할 수 없고 포장만 가능하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고향 방문 자제를 호소한다. “불효자는 ‘옵’니다” 현수막이 나붙었다. 그 영향인지 1박 이상 고향 방문 계획이 있다는 사람들이 16.0%로 예년의 절반 밑으로 감소했다(한국갤럽 조사). 추석 차례를 지내겠다는 경우도 44.5%로 지난해보다 10%포인트 낮아졌다(농촌진흥청 조사). 풍선효과 우려도 제기된다. 제주도를 비롯해 동해안ㆍ남해안 숙박시설에 예약 문의가 많다고 한다. 전국적 인구이동은 코로나19 감염의 확산 고리가 될 수 있다. 보수단체들이 예고한 개천절 집회도 자제돼야 마땅하다. 경찰이 집
에드워드 즈윅(Edward Zwick) 감독은 남북전쟁을 다룬 ‘Glory’, 일본 개화기의 사무라이를 그린 ‘The Last Samurai’ 등 시대적 서사극을 솜씨있게 빚어내는 감독이다. ‘가을의 전설(Legends of the fall):1994’ 역시 역사 서사극(Epic Drama)이다. ▲ 인간은 역사의 꼭두각시 인형이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서사극’은 그 속성상 거역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과 격랑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인간 군상의 모습을 그린다. ‘주체적’이고자 하는 것은 모든 인간의 희망사항이고 때론 ‘인간’이 대단히 주체적인 존재인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리고 대개의 인간들은 그렇게 주체적이고 독립적이지 못하다. 강물이 범람하고 쓰나미가 몰려오면 그 속의 인간들은 그저 흐름에 휩쓸려가고 운명이 결정되는 것처럼, 역사의 흐름이나 대사변의 소용돌이 속에 인간은 무기력하다. 그리고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 흐름들이 운명이 되고 만다. 대개는
▲ 젊은 세대가 ‘영끌’ ‘빚투’ ‘컵라면 대출’ ‘대출 사재기’ 등에 빠져 한탕을 노린다.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아니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정쟁에만 빠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빚투(빚내서 투자)’ ‘컵라면 대출(대출신청부터 실행까지 3분 만에 완료)’ ‘대출 사재기(한도가 줄기 전에 신용대출 받아놓기)’ 등 금융거래 및 투자 관련 신조어가 난무한다. 투자는 여윳돈으로 신중하게 판단해 행하는 게 정석인데, 신조어에서 보듯 한몫 잡으려고 무리하게 빚을 내 뛰어든다. ‘빚투’ 열풍의 위험수위는 통계로 입증된다. 주식투자를 위해 증권사에서 돈을 빌리는 신용융자 잔액은 16일 기준 17조7589억원으로 사상 최대다. 지난해 말의 두배에 육박한다. 5대 시중은행의 10일 기준 신용대출 잔액은 125조4172억원. 8월 말에 비해 불과 8영업일 만에 1조1425억원 불어났다. 정부가 주택담보대출을 규제하자 신용대출로
에린모어 장군은 영국군 전방부대에 긴급 명령을 전달할 ‘요원’으로 스코필드 하사와 블레이크 일병을 지목한다. 그가 다소 ‘얼빵’해 보이는 블레이크 일병을 뽑은 이유는 단 하나, 그의 형이 전방부대에 있어서다. 블레이크 일병에게 임무 완수는 사랑하는 형을 구하는 일인 셈이다. 이보다 더 확실한 ‘동기부여’는 없다. 국가든 회사든 그들이 나와 가족을 지켜줄 수 있을 때 헌신할 뿐이다. ▲ 모든 전쟁은 나라 간의 전쟁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두 ‘개인 간의 전쟁’이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1차 세계대전 중 프랑스 서부전선에서 에린모어 장군은 영국군 전방부대에 총공격계획 중지를 긴급히 전달하기 위해 수많은 격전을 헤치고 살아남은 스코필드 하사를 선택한다. 그리고 또 한 명의 병사, 블레이크 일병을 스코필드 하사에게 붙여준다. 현명하다면 현명하고, 간교하다면 간교한 인선이다. 블레이크 일병이 선택된 이유는 단 한가지다. 그가 유난히 애국심이나 책임감이 강해서도 아니고, 일당백의 전투력이나 기민성을 갖춰서도 아니다. 단지 그의 친형
▲ 청와대와 여당은 통신비 지원금액을 9200억원을 ‘작은 위로이자 정성’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는 다양한 효과를 낼 수 있는 ‘큰돈’이다.[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의 경제충격이 심각하다. 2차 대유행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강화되자 폐업이 속출한다. 일용직과 상용직을 가리지 않고 해고 바람이 불면서 실업률이 치솟는다. 급기야 경제성장률은 외환위기 이래 22년 만의 역성장이 기정사실화했다. 다급해진 정부가 10일 7조8000억원 규모의 네번째 추가경정예산안을 짰다. 한 해 네차례 추경 편성은 59년 만이다. 512조3000억원 슈퍼 본예산 외에도 1~4차 추경 규모가 66조8000억원에 이른다. 이들 추경 가운데 41조7000억원은 적자국채를 발행해 재원을 충당해야 한다. 그 결과 4차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면 국가채무는 올해에만 106조원 불어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역대 최고치인 43.9%로 높아진다. 정부가 이를 모를 리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재정상 어려움을 언급하며 코로나 피해가 큰 업종과 직종에 집중하는 맞춤형 재난지원 추경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소
▲ 소아과에 독감 예방접종 안내문이 붙어있다. [뉴시스] 독감(인플루엔자)의 계절이 오고 있다. 보통 한국에서 유행하는 독감은 A형 인플루엔자로, 가을 중반을 지나 쌀쌀해지는 10월 중순부터 이듬해 2월까지 기승을 부린다.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다가 3, 4월 A와 B형이 혼재되어 다시 유행하게 된다. 이제는 독감 걱정에 코로나19라는 신종괴물까지 떠안게 됐으니 암울하다. 일부 야당, 지방정부의 독감 무료접종 주장은 옳은가? 야당인 국민의힘은 최근 청와대의 휴대전화 요금 지원 2만원에 맞서서 '전국민 독감백신 무료접종'을 주장했다. 정치 공세인지, 국민의 건강을 걱정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부 지방정부까지 가세하고 있는 듯하다. 설령 국민을 위한다고 하더라도 그건 잘못된 정책이란 것을 강조하고자 한다. 재난지원금이나 무상 마스크의 경우에는 시급성을 다투거나 비용 대비 가치가 높기 때문에 주효했어도 독감백신은 다르다. 굳이 전체를 대상으로 접종할 필요가 없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독감백신은 '약'이기 때문에 선별적 제공을 하는 게 맞다. 아주 극소수이어도 독감백신은 부작용이 있어서 투약할 때에는 사
에린모어 장군으로부터 적진을 돌파해 최전방 영국군 부대에 긴급명령서를 전달하라는 특명을 받은 베테랑 병사 스코필드 하사와 블레이크 일병. 냉정한 스코필드 하사와 달리 마음이 따뜻했던 블레이크 일병은 적군을 구해주려다 되레 사망한다. 착한 사마리아인의 최후처럼 보인다. 하지만 착한 사마리아인이 비극을 맞는 것만은 아니다. 우리나라를 두고 하는 말이다. ▲ 폭염에 아무리 불편해도 얼굴 가득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니는 우리 모두가 ‘착한 사마리아인’이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 1차 세계대전 최대의 격전으로 기록된 ‘솜(Somme)강 전투’에도 참가했던 베테랑 병사 스코필드 하사는 에린모어 장군으로부터 적진을 돌파해 최전방 영국군부대에 긴급명령서를 전달하라는 특명을 받는다. ‘솜강 전투’는 바로 1년 전인 1916년 7월부터 11월까지 프랑스 서부 솜강 근처에서 벌어졌던 1차 세계대전 최악의 전투였다. 전투 첫날 영국군 희생자가 무려 5만8000명을 기록했고, 석달간의 전투가 끝났을 때, 영국·프랑스 연합군의 희생자 60만명, 독일군 희생자 40만명
▲ 추미애 법무부 장관. [제이누리DB] ‘카투사(KATUSA, Korean Augmentation to the United States Army)’는 육군 복무 대신 미군 부대에서 근무하는 징병제도에 따라 탄생한 군 조직이다. ‘대학입시보다 어렵다’는 카투사 제도는 6·25전쟁 초기 미군의 병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만들어졌다. 1950년 8월 국군과 유엔군이 낙동강 전선에서 공동 방어작전을 수행하는 동안 한국군 병력 증원을 골자로 한 카투사 제도가 실행된 것이 처음이다. 1950년 8월 15일 이승만 대통령과 맥아더 유엔군사령관 간의 합의에 따라 이뤄졌다. 이후 카투사는 한국과 미국을 연결하는 군사동맹의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았다. 지금까지 70년간 국내에 주둔하고 있는 주한미군과 한국군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도왔다. 카투사는 또 미군과의 생활을 통해 군 복무 중 자연스럽게 영어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것은 물론 제대 후에도 향상된 영어실력을 기업에서도 인정해 줘 지속적으로 지원자가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로 시행 70주년을 맞이한 카투사 제도는 매년 약 2000명을
▲ 코로나 위기가 종식될 때까지 확장 재정은 불가피하다. 그래도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재정 건전성을 치밀하게 관리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사진=연합뉴스] 사상 최대, 역대 최고 등 최상급 표현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정부가 확정해 국회에 심의를 요청한 내년 예산안은 555조8000억원 규모. 올해 본예산(512조3000억원)보다 8.5% 많다. 세 차례 추가경정예산 편성으로 크게 불어난 올해 총지출과 견줘도 8조9000억원 많다. 예산 증가율은 2019년(9.5%)과 올해(9.1%)보다 조금 낮아지긴 했다. 하지만 올해 역성장으로 내년 세수가 거의 늘어나지 않을 현실에서 정부 지출을 떠받치려면 89조7000억원의 적자국채를 찍어야 한다. 올해 발행해야 하는 적자국채(60조3000억원)보다 29조4000억원 많다. 적자예산을 계속 편성해대니 국가채무가 급증한다. 국가채무는 내년 말 945조원으로 올해보다 105조6000억원 불어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46.7%로 올해보다 3.2%포인트 높아진다. 총지출과 적자국채 발행액, 국가채무는 사상 최대이고 국가채무 비율은 역대 최고다. 달갑지 않은 재정 부문 최상
1차 세계대전 프랑스 전선. 독일군과 마주한 최전선에서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던 영국군 부대에 마침내 ‘내일 총공격하라’는 명령이 하달된다. 영국군 사령부는 공중정찰을 통해 독일군이 퇴각한다는 정보를 파악한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퇴각이 독일군의 기만전술임을 파악한다. 에린모어 장군은 급히 스코필드 병장과 블레이크 일병을 독일군 점령지역을 통과해 전방부대 매킨지 대령에게 공격취소명령서를 전달하도록 한다. ▲ ‘개싸움’에서라면 인정에 호소할 수도 있겠지만, 미사일엔 호소가 통하지 않는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스코필드와 블레이크는 잔뜩 웅크리고 폐허가 된 채 버려진 독일군 점령지역을 통과한다. 길은 가시밭이다. 독일군이 버리고 간 참호에서 지뢰가 폭발해 매몰될 위기를 넘기기도 한다. 그럼에도 주인이 떠난 농가에서 소젖을 짜서 수통에 담으면서 전진한다. 스코필드와 블레이크는 농가에서 소젖을 짜 비상식량을 조달하면서 독일 전투기와 영국 전투기 몇대가 벌이는 공중전을 한가로이 올려다본다. 말이 ‘공중전’이지 커다란 글라이더 몇대가 한가롭게 하늘을 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