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동굴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동굴에 해를 끼치겠다는 제주세계자연유산본부 제주도 세계유산본부가 11월 12일 토요일부터 한 달 동안 만장굴에서 미디어맵핑(Media Mapping) 쇼를 선보일 것이라는 뉴스를 보았다. 이번 행사는 만장굴 내 공개구간에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을 소재로 미디어맵핑 공연을 열고 시민들이 표를 구매해서 관람하는 프로그램인 것으로 보도되었다. 미디어맵핑은 프로젝터를 이용해 건물 외벽 등을 스크린으로 사용하는 미디어 파사드(Media Facade)의 일종으로 지형 오브제 등에 세밀한 가상현실성을 구현하기 위해 다수의 프로젝션과 조명, 고출력 음향이 설치되어야 한다. 발생하는 열과 소음, 진동때문에 미디어맵핑 대부분은 야외에서 실행된다. 그런데 이런 미디어쇼를 세계자연유산 용암동굴 내부에서 굳이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세계자연유산으로 보존되고 관리되어야 할 용암동굴을 그저 스펙터클을 소비하기 좋은 관람대상이나 상품으로만 이용하는 것에 유산본부의 고민은 없었나? 유산본부 측과 통화가 끝난 뒤, 천연동굴 보존·관리 지침을 찾아보았다. 관리지침 제15조(조명시설 설치 시 고려사항)는 동굴 내 조명시설 설치
맥 머피(잭 니콜슨)는 도박, 폭행, 미성년자 성추행으로 교도소로 가게 되어 있으나 그보다는 정신병원에 있는 게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에 정신질환이 있는 것처럼 꾸민다. 정신 감정이 끝날 때까지 임시로 있는 것으로 하고 들어온 병원은 무료하기 짝이 없다. 말을 걸어도 대꾸 도 안 하고, 재미있게 지내려고 해도 도저히 상대할만한 사람을 못 찾겠다. 모두들 시키는 대로만 하고, 정해진 일과 속에서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하고 있는 이곳. 앞으로 긴 시간을 이렇게 지내긴 싫은데, 어떻게 하지? 우리에게는 ‘아마데우스(Amadeus, 1984)’, ‘래리 플린트(The People vs. Larry Flynt, 1996)’, ‘고야의 유령(Goya's Ghosts, 2006)’으로 알려진 밀로스 포만 감독이 1975년에 연출한 작품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One flew over the cuckoo's nest)’ 이야기이다. 이 영화는 정신병동이라는 공간에서 그곳의 사람들과 맥 머피, 그리고 책임간호사 간에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다. 정신병원의 변천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이 시기의 정신병동 모습은 어떨까, 관심 가지면서 볼만 하다. 그 외 통제 안 되는 환자
올해로 27번째 기념일을 맞이하고 있는 '농업인의 날'은 대한민국 농업의 활기를 되찾고 농업 종사자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도록 만들어진 법정기념일이다. 농업과 농촌의 가치를 확산하여 활력을 도모하고자 1996년부터 매년 개최되고 있다. 11월 11일로 정한 이유는 '흙에서 태어나 흙과 더불어 살다가 흙으로 돌아간다'라는 '삼토(三土)'에 기반을 두었다. 흙 토(土)를 파자하면 열 십(十)자와 한 일(一)자로 볼 수 있어, 11월 11일이 농업인의 날이 된 것이다. 농업인의 날 유래는 왕이 농사를 권장하던 기록이 고구려, 백제 등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걸쳐 나타나는 것에서 시작된다. 농업을 인간 생활의 텃밭으로 생각한다는 뜻을 가진 '농사지천하지대본(農事之天下之大本)‘이라는 말을 들어도 농업이 얼마나 우리사회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는지 알 수 있다. 일제강점기 당시, 농업을 권하는 농민데이가 제정되었다가, 해방 후 폐지여부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권농’이 우리 고유의 전통이라는 점이 인정되어 '농민의 날'로 명칭과 날짜를 변경해 지금까지 사용하게 되었다. 예로부터 돌과 바람이 가득한 제주, 척박한 이 곳에 활기를 띠게 한 것은 제주도민의 땀과 얼이 담긴 농업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2일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했다. 사상 초유의 4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단행으로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좀처럼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2%로 여전히 높다. 이로써 미국은 기준금리 4% 시대에 진입했다. 또한 미국(연 3.75∼4.0%)과 한국(3.0%)의 기준금리 차이는 1.0%포인트로 확대됐다. 지난 10월 한국은행이 빅스텝(기준금리 0.50 %포인트 인상)을 밟아 0.25%포인트로 좁혀놓은 것이 이내 되돌아갔다. 그만큼 더 높은 금리(수익률)를 좇아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가치가 떨어질(원·달러 환율 상승) 수 있다. 원화가치 약세는 각종 원부자재 등 수입물품의 원화 환산 가격을 높여 국내 물가 오름세를 자극하게 된다. 이런 판에 지난 8~9월 둔화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월(5.7%) 들어 다시 가팔라졌다. 특히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오름폭이 커졌다. 소비자들이 향후 물가가 오를 것으로 보는 심리, 즉 기대인플레이션율도 높아졌다. ‘물가와의 전쟁’을 선언한 한은으로
시월의 아침 10시. 하늘이 너무 높아서일까, 바람이 솔솔 불어서일까. 오늘은 ‘휴무’라면서 집에 들른 언니가, 불현듯 어머니를 보듬어안는다. 그리고는 전에 없는 애교를 부리면서 “어머니, 어디 가구정 헌 디 어수광?”이라고 묻는다. 물으나 마나, 어머니는 “가민 어디 가느니? 나 몸뚱아리에 구경이 드랑드랑 했져”라고 하실 터이다. 10년도 아니고 20년을 같이 살아온 어머니의 속을 손바닥처럼 들여다보는 내가 아닌가. 그런데 어머니가 달라지셨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나, 할망 산에 데려다 도라”고 하신다. 순간, 나와 언니의 눈이 불안스레 마주쳤다. 어머니가 이상하시다. 전에 없는 말을 하시니...... 어른들이 세상을 떠날 때가 되면, 전에 안 하던 일을 하시지 않는가. 그래도 어쩌랴. 모처럼 해 본 소리지만 어머니가 저렇게 말씀하시는 걸. 어머니는 마치 소풍 가는 어린 애 마냥 자동차 뒷좌석에 얼른 올라 앉았다. 100세 할머니 얼굴에 가을볕이 비쳐드니 잘 익은 감처럼 화사해졌다. ‘봄볕은 며느리 쪼이고, 가을볕은 딸을 쪼인다’ 했던가. 오늘은 어머니와 딸의 입장이 뒤바뀐 모양새다. 아이처럼 천진스런 어머니, 어머니처럼 염려스런 딸. 자동차만 타면
영화 브이 포 벤데타의 주인공 V는 영국 형사재판소 폭파로 슈틀러 정권에 정식으로 선전 포고하고, 곧바로 정권 핵심 인사들을 처형한다. 슈틀러 정권의 나팔수 프로테로를 그의 저택 욕실에서 처형하고, 소아성애에 탐닉하는 웨스트민스터 사원의 릴리만 주교를 처단한다. 프로테로와 릴리만 주교는 “단결을 통한 힘, 믿음을 통한 단결(Power through Unity, Unity through Faith)”이라는 구호를 내건 슈틀러 정권의 핵심권력자들이다. 프로테로는 선전선동을 통한 ‘단결’의 핵심이고, 릴리만 주교는 정권구호에 등장하는 ‘믿음(faith)’의 중심축이다. 정권의 ‘단결 호소인’과 ‘믿음 호소인’인 셈이다. 이들은 신을 믿는 것처럼 슈틀러를 믿음으로써 대동단결해 강력한 국가를 유지하자고 한다. 그런데 프로테로는 수용소 생체실험의 총감독 출신이고, 릴리만 주교는 생체실험의 참담한 현장을 시찰하고 돌아와선 소아성애에 탐닉하는 인간이다. 악마의 탈을 쓴 인간들이다. 악마의 탈을 쓴 인간들이 떠받치고 있는 정권이라면 그 정권도 악마의 탈을 쓴 정권일 수밖에 없겠다. V는 소아성애의 현장을 급습해 릴리만 주교를 처단하면서 셰익스피어의 희곡 「리차드 3세」의 유
강원도 춘천 레고랜드가 내년부터 3개월 동안 휴장하기로 했다. 겨울철인 11〜12월 평일(화〜목요일)에 문을 닫는 데 이어 내년 1월부터 3월 23일까지 전면 휴장한다. 방문객이 기대에 못 미치고 불공정 계약 및 문화재 보존 논란, 놀이기구 사고 등 자체 문제 때문이라지만, 레고랜드발 채무불이행 사태가 촉발한 채권시장 경색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레고랜드 사태가 야기한 금융시장 불안은 신용 문제로 귀결된다. 어느 나라든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의 채권은 해당 국가에서 최고의 신용도를 인정받는다. 그런데 강원도가 지역 내 레고랜드를 운영하는 회사가 발행한 채권에 약속한 지급보증 책임을 이행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바람에 부도 처리됐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발 금리상승 여파로 빡빡해진 채권시장에 지방정부가 보증을 선 채권도 안전하지 않다는 신호를 지방정부 스스로 보낸 셈이다. 전임 최문순 지사 시절 추진한 사업을 부정적으로 본 현직 김진태 지사가 강원도 곳간을 축낼까봐 빚을 못 갚겠다고 한 것인데 채권시장에 미칠 영향을 간과한 무책임한 행동이었다. 회사채 시장 상황은 최근 급속히 악화했다. 역대급 적자에 시달리는 한국전력이 채권을 대거 발행하면서 채권시장 자금을
지난 이야기에 이어서 이번에도 청각장애를 그린 영화를 소개한다. 런던에 사는 포르투갈 이민자 가족인 벨라(루치아 모니즈)네는 가난하고 먹을 게 없어서 편의점에서 빵을 훔쳐 먹어야 하는 날도 있지만 화목하게 지내고 있다. 오늘은 사회복지국에서 아이들이 잘 있는지 살피러 방문하는 날이다. 남편은 실직한 상태라 둘째딸 루(메이지 슬라이)의 보청기가 고장 났어도 고칠 돈도 없다. 학교에 보내고 데리고 올 때 선생님이 루의 등에 멍이 있다고 얘기를 한다. 아동 학대가 아닌가, 의심을 하는 선생님의 표정. 결국 벨라네 집에 경찰과 함께 들이닥친 사회복지국 사람들은 아이들 학대 정황이 있다며 긴급보호명령을 앞세워 아이들 셋을 데려가 버린다. '리슨'(Listen, 2020)이라는 영화의 시작 부분이다. 이민자들은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얻지 않으면 취업이나 활동에 제약을 받지만, 임시 거주는 가능하고 소아들은 학교나 병원의 혜택을 받게 된다. 아이들이 잘 지내고 있는지 관리는 사회복지국에서 담당한다. 영화에서는 학대 정황 때문에 아이들을 키울 자격이 없다고 데려간 후 입양 절차를 밟게 되지만, 둘째 루는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데려가는 집이 없다. 벨라와 남편은 겨우 아이
우리가 15초 정도 지속해서 웃으면 몸에서는 엔돌핀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된다. 원래 이 엔돌핀은 몸의 쾌락물질로 뇌에서 생성되는 것인데 1969년 영국에서 돼지와 양의 뇌에서 각성제 비슷한 물질이 발견된 게 그 시초다. 1975년에는 영국에서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마약 물질이 발견됐는데 엔세팔린이라고 불렸다. 1976년에는 모르핀 비슷한 물질을 추출했는데 바로 이 물질을 엔돌핀이라 불렀다. 엔돌핀은 ‘몸속의 아편’이란 뜻으로 몸 속 내부에서 생기는 엔더지너스라는 단어와 아편을 뜻하는 모르핀이란 단어에서 앞과 뒤를 잘라서 만든 합성어다. 사람이 웃기 몇 초 전에는 감각을 느끼는 뇌의 뒷부분 활동이 증가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뇌의 델타파가 물결을 치듯 밀려오다 절정에 도달하고 드디어 웃음이 폭발적으로 터져 나온다. ‘행복하고 싶다면 행복한 사람 옆으로 가라’는 말이 있다. 행복은 사회적 관계의 연결고리 3단계까지 전염된다고 한다. 즉, 내가 행복하면 내 친구(1단계)가 행복하고, 내 친구의 친구(2단계)가 행복하고, 내 친구의 친구의 친구(3단계)까지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사람에게 가장 강력한 영향을 주는 환경은 ‘주변 사람’이다.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행동과 감
V는 혈혈단신으로 영국 국영방송사에 난입해 방송실을 점거한다. 그곳에서 가이 포크스의 가면을 쓰고 앉아 전국에 슈틀러 정권 타도의 격문을 생방송한다. “이 정권 아래에서 지금껏 여러분의 이성을 파괴하고 여러분의 상식을 파괴하는 많은 음모가 벌어져 왔다. 슈틀러는 여러분이 원하는 질서와 평화를 약속하고, 그 대가로 여러분들이 침묵하고 순종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그다음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느닷없는 ‘방송사고’에 심드렁하게 슈틀러 정권의 홍보만 들어오던 시민들의 눈이 생기로 반짝인다. 시청자들은 자세를 고쳐 앉아 귀를 기울인다, ‘방송사고’가 끝나고 정규방송으로 돌아오고, 방송사를 점거했던 ‘테러범’이 현장에서 사살됐다는 속보를 자료화면과 함께 나온다. 이를 지켜보던 한 꼬맹이 소녀는 ‘아, 짜증 나…’ 하면서 일어나 제 방으로 가버린다. 시청자들 모두 테러범의 편이지 정부의 편이 아니다. 9·11 테러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영화 속에서 ‘슈틀러 업무수행 지지도’ 여론조사 결과는 보여주지 않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면 아마도 20%에도 못 미치는 모양이다. 통치에 대한 동의는 기본적으로 ‘계약관계’다. 슈틀러가 현재 영국시민의 ‘안전과 평화’를 확실히 지
상영 시간 전부를 통틀어 대사도 얼마 없고 아주 조용한 영화가 있다. 몇 분 동안 눈을 감고 있으면 영상이 켜져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말없이 흐르는 영화..... 바로 ‘나는 보리(Bori, 2018)’이다. 11살 보리(김아송)는 강원도 주문진의 어촌 마을에 산다. 남들처럼 웃기도 잘하고 친구들과도 즐겁게 지내는 평범한 아이지만 한 가지 고민이 있다. 집에서 다른 가족들과 격 없이 소통하고 어울리고 싶은 것. 그렇다고 보리가 가족들로부터 외면 받거나 관심을 못 받는 건 아니다. 자기 빼고 엄마, 아빠, 남동생 모두 청력장애를 가지고 있는데 자기만 말하고 들을 수 있고, 그들이 수어로 대화를 하며 즐거워할 때면 자기는 소외 받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학교 가는 길이면 중간에 있는 사당 앞에서 매일 소원을 빈다. ‘나도 귀를 멀게 해서 엄마, 아빠, 동생과 같이 어울리게 해주세요.’ 청각장애인 가족 아빠와 남동생 정우는 선천성 농아 장애를 가지고 있었지만 엄마는 어릴 때 심하게 열병을 앓은 후 다음 날부터 청력을 잃었다고 한다. 아마 홍역을 앓았던 것이 아닌가 짐작할 수 있다. 아빠는 동네 사람들이 말 못하고, 소리도 못듣는 자기를 보고 손가락질해서 조용히
카카오 먹통 사태가 터진 지 나흘 만에 카카오 대표가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했다. 복구가 늦어진 이유가 데이터와 프로그램 등을 다른 곳에 복제해 두는 ‘이중화’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인정했다. 구체적으로 데이터와 서비스 응용 프로그램의 이중화 조치는 했는데, 개발자들의 작업 및 운영 도구는 이중화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래서 화재가 발생해 전원이 차단된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내에 있는 3만2000대 서버를 일일이 수동으로 부팅하느라 복구 시간이 오래 걸렸다는 것이다. 또한 트래픽 폭증에 대비하는 훈련은 했지만, 데이터센터 셧다운 사태는 대비한 적이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과 누적 가입자가 3800만명에 이르는 카카오페이를 운영하는 거대 플랫폼 기업의 위기관리치곤 너무 허술하다. 또한 사태의 원인을 설명하고 사과하는 데 나흘이나 걸린 점도 이해하기 어렵다. 카카오는 자체 데이터센터 구축 등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4600억원을 들여 내년 중 경기도 안산에 자체 데이터센터를 완공하고, 시흥에도 2024년 데이터센터를 착공하기로 했다. 만시지탄(晩時之歎, 시기가 늦어 기회가 없었음을 아쉬워하는 한탄)이 아닐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