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도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녹산장 [사진=한국학중앙연구원- 향토문화전자대전] 비행장의 위치 그렇다면 교래리 비밀비행장의 위치는 어디일까? 지역 주민 사이에서 일제강점기에 일본 군인들이 뭔가를 만들어 놓았다고 소곤대는 곳이 있었다. 지리적으로 비행장이 들어설 수 있을 만큼 평평한 지형도 한군데 밖에 없었다. 지역 주민이 지목한 장소도 대부분 거기였다. 그곳은 녹산장(鹿山場) 터였다. 녹산장은 ‘광활한 개활지’란 지형적 확증과 별개로 또 다른 직접 증거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대록산 동굴 진지였다. 대록산에서 50m 길이의 갱도가 발견되었다. 갱도 중간 지점에는 산 정상과 연결되는 수직갱도가 뚫려 있었다. 수직갱도를 따라 오르다 보면 대록산 정상이 나온다. 그곳에서 내려다보면 탁 터진 일대가 한눈에 잡혀왔다. 정황상으로 대록산은 비밀비행장을 경비하는 병력이 배치된 요새일 가능성이 컸다. 육군서비행장이 도두봉에, 동비행장은 원당봉에 방어 기지를 두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곳은 현재 대한항공에서 운영하는 훈련비행장이었다. 표선면 녹산로 주변 제동목장 터에 설치된 훈련비행장이었다. 비행장 뒤편에는 대록
▲ 일제가 태평양전쟁 당시 소위 가미카제호로 불리는 자폭용 비행기를 숨겨놓기 위해 만든 격납고. 바다의 천둥, 나는 제비 교래리 비밀비행장은 가미카제 전용 특공기지였다. 가미카제는 일본인들이 오래전부터 호국의 바람이라 믿었던 신풍(神風)에서 비롯된 이름이었다. 일제는 무엇보다 가미카제용 비행장이 필요했다. 1945년 7월, 교래리 비밀비행장이 완공되자 육해군 모두에게 비밀 지령이 하달된다. 미군이 제주도에 상륙하면 비행기로 자살특공을 펼치라는 내용이었다. 또다시 일본 육군과 해군간의 불꽃 튀는 경쟁이 시작되었다. 먼저 불을 지핀 쪽은 해군이었다. 일본 해군은 자살특공부대로 신요(震洋)와 카이텐(回天) 기지를 건설했다. 신요는 폭탄을 장착한 자폭용 소형 보트였고, 카이텐은 미사일 모양으로 생긴 1인용 인간어뢰였다. 어뢰 속에서 잠망경으로 바다 위 적함을 확인하고 전속력으로 달려가 부딪치도록 설계되었다. 1.55톤의 화약이 탑재된 카이텐은 한번 발사하면 그대로 죽을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었다. 탄두가 불발해도 수압 때문에 안에서 문을 열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서귀포 삼매봉․성산포 일출봉․고산 수월봉 해안에는 신
새 연재를 시작합니다. 조중연 작가의 소설 '욕망의 섬, 에리시크톤의 반격' 입니다. 일찌감치 제주의 역사성과 자연의 가치, 문화를 현미경처럼 들여다보던 조 작가의 소설은 제주가 가진 정체성에 대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소설은 역사적 자료와 학술논문.서적을 두루 살펴 논픽션이 가미된 제주사를 다시 픽션의 영역으로 풀어냅니다. 반듯한 사실이 주류지만 때론 작가의 상상과 추리.추정이 가미돼 등장인물과 사실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소설의 취지는 개발과 파괴로 도륙의 길을 걷고 있는 제주를 재발견하자는 취지입니다. 아울러 소설은 계간 『제주작가』 2020년 봄호에 발표된 작품으로 저자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 주] ▲ 교래리 비행장. [사진=디지털제주시문화대전] 거문오름 사령부 한편 제주도 동부 산간지역에서 수상한 병력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었다. 육군서비행장이 완공된 후 진드르비행장에 파견되었던 제12공병대가 공사를 중지하고 원대 복귀를 했다. 그러나 그 예하 작업대는 밤 사이에 어디론가 이동했다. 비밀스러운 움직임이었다. 구좌 평대에 주둔하던 108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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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연재를 시작합니다. 조중연 작가의 소설 '욕망의 섬, 에리시크톤의 반격' 입니다. 일찌감치 제주의 역사성과 자연의 가치, 문화를 현미경처럼 들여다보던 조 작가의 소설은 제주가 가진 정체성에 대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소설은 역사적 자료와 학술논문.서적을 두루 살펴 논픽션이 가미된 제주사를 다시 픽션의 영역으로 풀어냅니다. 반듯한 사실이 주류지만 때론 작가의 상상과 추리.추정이 가미돼 등장인물과 사실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소설의 취지는 개발과 파괴로 도륙의 길을 걷고 있는 제주를 재발견하자는 취지입니다. 아울러 소설은 계간 『제주작가』 2020년 봄호에 발표된 작품으로 저자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 주] 옥처럼 산산이 부서지다 1945년 봄, 일제는 짙은 패배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들에게 남은 지상의 과제는 오직 하나, 미군의 일본 본토 상륙을 최대한 지연시키는 것이었다. 1942년 미드웨이 해전 대패로 패색이 짙어지자 일제는 1943년 9월부터 ‘절대국방권’을 설정한다. 1944년 7월, 거점 중 하나였던 사이판이 점령당하고, 석 달
<제이누리>의 새해 웹소설 연재를 시작합니다. 지난해 신개념 웹연재소설 [라이브카페-나는 서툴다, 고로 존재한다]를 연재해 인기를 거둔 오동명 작가의 신작입니다. 문명의 이기에 짓눌린 현대의 일상을 다룬 환상과 추억의 판타지 소설 [옛 우표첩]입니다. 기존의 연재와 달리 거꾸로 추억을 더듬어 가는 소급형 연재가 이번 소설의 특징입니다. 신개념 소설의 재미를 만끽하시기 바랍니다./ 편집자 주 연재를 시작하기에 앞서 ...... 아래로만 흐르는 강물을 굳이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를 떠올려봅니다. 강물은 시간이고 세월이란 생각이 듭니다. 물이 같은 물줄기를 다시 찾아오는 일은 결코 없다고 해서입니다. 흘러버리면, 흘려버리면 그만인 것, 시간이고 세월이기에 강물입니다. 그러나 다시 거슬러 찾아간다는 연어는 기억이고 추억이란 생각이 듭니다. 귀소라는 본능에 이끌린 되찾기이기에 기억도 추억도 본능입니다. 우리도 연어나 제비나 개미나 게나 기러기나 벌이나 거북처럼 본능의 존재입니다. 지금 적든 많든, 나이가 든다는 것은 추억거리, 그러니까 되찾기의 쌓기가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손에 쥐고 있는 스마트폰을 바라봅니다. 손에 잡힌 자그마한 기계가 추억의 저
-1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 아빠에게 다시 전화를 넣었다. “오랜만이구나. 웬 일이니? 별 일 없지? 잘 지내거라. 아빠는 잘 지낸다.” 낮은 톤의 느린 목소리는 여전했다. 나는 묻고 싶은 말을 해버렸다. “아빠는 왜 엄마랑 결혼했어요?” 허허허,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웃는 소리 또한 낮고 느렸다. “사랑했으니까 하지 않았겠니? 세상에 불변이란 없다. 모두 변하기 마련이지. 하물며 사람 마음이야... 엄마는 가훈까지 ‘또바기’ 라며 늘 처음과 똑같길 바랐지. 나도 엄마로부터 처음 들어본 단어인데. 또바기란 ‘한결같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는구나. 이건 불가능한 일이며 정체 같은 거라 오히려 썩게 만들고 말 것이다. 흐르지 않는 물과 같은 것이라고 할까. 욕심이지 결코 이성적이랄 수는 없지. 이성이란 게 뭐냐? 불협화음을 만들지 않는 거 아니겠느냐. 그리고 엄마는 엄마 살고 싶은 삶을 살았다. 엄마에게 늘 묶여있던 너희들도 이제 엄마로부터 자유로워져 봐라. 죽은 사람에겐 안 된 말이지만 어쩌겠냐. 사실인 걸.” 나는 전화를 바로 끊고 싶었지만 또 물었다.
0 “엄마는 우리에게 신화를 남기고 가셨다.” 뜬금없이 오빠가 말했다. 나는 오빠를 따라 시골길을 걷고 있었다. 길을 따라 노란 애기똥풀이 피어있었다. “애기똥풀로부터 사열을 받고 있는 것 같네.” 오빠와 나는 콩열매 같이 가늘고 길쭉하게 매달린 애기똥풀 씨방 하나를 만져보았다. “이것도 폴록폴록 말랑말랑하지 않아? 아기살처럼.” 나는 엄마가 우리에게 보여주려 했던 풍선덩쿨을 만지고 있는 듯 애기똥풀을 맞이하고 있었다. 문득 삶은 맞이하는 것이라는 다소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맞이하는 것이란 받아들이는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살짝만 눌러도 터질 걸? 노랑물이 나와. 마치 애기똥 같이.” 오빠는 평소 오빠답지 않게 소년처럼 나를 앞질러 시골 좁은 길을 달렸다. 어릴 적 엄마랑 갔던 강촌이 고스란히 떠올랐다. 달려가는 오빠 등 뒤에 나는 소리를 질렀다. “버스는 운전해봤어?” 오빠는 대답 않고 몇 발짝 앞으로 더 달리더니 돌아서 뒷걸음질로 다시 달렸다. 고개를 저으면서, 두 팔을 펼치면서. “상상은 상상만으로도 족해.” 오빠가 몸을
1 눈을 감는데 눈물이 볼을 타고 흘렀다. ‘당신을 사랑하세요.’ 규범은 ‘당신을 사랑합니다.’로 들었다.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은 남을 사랑할 줄 모른단다. 자식사랑도 마찬가지더라. 엄마가 너희들에게 그랬구나. 사랑이라고 확신했지만 너희들에게 보낸 엄마의 그것은 정성이었을지는 몰라도 사랑은 아니었다. 엄마의 독단이고 편견이며 아집이고 오만이었지. 미안하다. 규범아 그리고 귀희야. 용서해다오, 이 엄마를,’ 오빠의 맞은편에 앉아 있던 내가 엄마의 일기장에서 떨어진 하트모양의 작지만 두꺼운 종이를 집어 들어 읽고 있었다. 이제 엄마가 너희들 곁에 없게 되었다. 하지만 늘 함께 있다할 수 있음은 여기 엄마가 남긴 흔적으로부터 일 게다. 엄마가 귀희·규범, 너희들에게 한 약속의 그 흔적. 우리가 비록 몸은 떨어져 있어도 마음만은 함께 나눠보자꾸나. “오빠, 오빠가 네 살, 내가 한 살이었다니까 얼추 삼십 오년 전에 엄마가 쓴 일기잖아? 엄마는 우리와 헤어져야만 했을 때 우리를 다시는 영 못 만날 줄 알았나봐. 그래서인가? 지금 우리에게 하는 것
2 “오빠, 그래서 엄마의 무덤을 따로 마련해드리지 못한 거야?” 나는 오빠에게 물었다. 오빠가 앉은뱅이 책상의 서랍에서 노트 한 권을 꺼내 내게 내밀었다. “귀희의 우표첩과 같이 있던 거다. 엄마는 끝내 혼자 품고 계셨을 뿐 우리에게는 차마 보여줄 수 없었나보더라.” 펼쳐보니 십여 년이 지나도 눈에 익은 엄마의 글씨가 눈에 밟혔다. 노트의 첫 장에, 사랑하는 내 딸 귀희, 내 아들 규범에게, 이 엄마의 오래 전 일기를 귀희가 미국으로 떠나고 난 뒤 우연히 보면서, ‘내가 이렇게까지 살던 때가 있었구나.’ 하며, 엄마가 무지 가슴 아파하던 시절이었고 너희들은 아직 어려 규범이는 네 살, 귀희는 한 살이었을 때의 그 지난 날들을 떠올린다. 우리 가족이 헤어져 있어야 했던 약 6개월, 너희들은 기억나지 않겠지. 어제 늦게까지 이 일기를 읽으면서 얼마나 엄마가 너희들에게 절절할 수밖에 없었는가, 다시 가슴이 쓰려온다. ‘미안하다’는 말과 ‘이렇게 잘 커줘서 고맙다.’라는 말을 지금 너희에게 한다. 들리니? 들리겠지. 비록 우리가 몸은 이렇게 떨어져 있어도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