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19일은 기상관측 이래 6월 중 가장 더운 날로 기록됐다. 경북 경주는 기온이 한때 37.7도까지 치솟았다. 이틀 뒤 21일 서울에서 밤 기온이 섭씨 25도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올여름 첫 열대야가 나타났다. 열대야는 지난해보다 일주일 이르고, 1907년 근대적인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빨랐다. 6월 중 열대야는 2022년부터 3년 연속 나타났다. 더위는 잠을 설치게 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때 이른 폭염 탓에 농산물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시금치 도매가격이 한달 새 86% 올랐다. 고온에 취약한 상추류 가격이 180% 급등했다. 대파 값도 50% 상승했다. 올여름 역대 최강의 폭염이 예고되면서 농식품발(發) 물가불안이 고개를 들고 있다. 폭염으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고, 이로 인한 충격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히트플레이션(heat·열+inflation)’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히트플레이션이 만연하면 정부가 목표로 잡은 2%대 물가안정은 물 건너간다. 폭염이 몰고 올 피해의 전조는 날씨 통계로 가늠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6월 들어 20일까지 폭염 일수(2.4일)는 평년 6월 한 달 폭염 일수(0.6일)의 4
정부가 19일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2030년 합계출산율 1.0명을 목표로 윤석열 정부 임기 내 2027년까지 저출생 추세를 반전할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늦었지만 정부가 그간 저출생 대책의 한계를 인정하고, 저출생 대책 컨트롤타워(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해 국가적 역량을 결집하겠다는 각오를 다진 것은 진전이다. 하지만 상당수가 그동안 해온 대책의 요건과 혜택 범위를 확대하는 식의 재탕이다. ‘돌봄 지원을 위해 육아휴직 급여 상한을 최대 250만원으로 높이고, 육아ㆍ출산 휴직 기간과 횟수도 늘린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통합(유보통합)해 최대 12시간까지 교육ㆍ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주거 지원을 위해 신생아 특례대출 소득기준을 완화하고, 결혼 특별세액공제도 확대한다 등등…’ 이같은 하던 대로식 대책으로 저출생 추세 반전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저출생 대책 대부분이 일자리가 안정적인 대기업 정규직들이나 누릴 수 있는 혜택이라는 점도 문제다. 영세기업과 자영업자, 특수고용직 노동자 등 출산ㆍ육아 휴직 사각지대가 넓다. 급증하는 플랫폼ㆍ특수고용 노동자들의 육아휴직 도입 방안은 이번 대책에서도 빠졌다. 뜬
한국 경제의 취약한 고리인 자영업자들이 한계 상황에 봉착한 모습이다. 3월 말 국내 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0.54%. 2015년 3월 말(0.59%) 이후 9년 만에 최고치다. 은행권이 이렇지 전체 금융권으로 보면 더 심각하다. 3월 말 자영업자 대출은 1112조원으로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19년 말 대비 51% 증가했다. 게다가 그중 석달 이상 연체한 대출액은 31조원으로 1년 새 53% 급증했다. 금융회사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려 추가 대출이나 돌려막기가 어려운 다중채무자도 절반을 넘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빚으로 연명해온 자영업자들이 장기화한 고금리ㆍ고물가와 내수 침체 여파로 고전하고 있다. 그동안 네 차례 대출만기 연장과 원리금 상환 유예로 버텨왔지만, 지난해 9월 원리금 상환 유예가 끝나면서 벼랑 끝에 몰렸다. 매출 감소와 인건비ㆍ원자재 가격 급등을 견디지 못하고 폐업하는 자영업자도 늘었다. 지난해 자영업자 폐업률(폐업 점포수/전체 점포수)은 9.5%로 2022년 대비 0.8%포인트 상승했다. 올해 1분기 서울에서 폐업한 외식업체가 5922개로 4년 만에 최대다. ‘자영업자의 퇴직금’으로 불리는 노란우산 폐업 공제금 지급도 올해
5월 물가상승률이 정부의 관리목표 범위(2%대)에 들어왔지만, 체감물가는 이보다 훨씬 높다. 특히 과일 등 농산물 가격이 비싸다. 석유류도 석달 연속 오르는 등 물가상승 압력을 높이고 있다. 4일 발표된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7%. 2~3월 두달 연속 3%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수치상 오름세는 주춤해졌다. 하지만 실제 피부로 느끼는 물가는 여전히 높다. 소비자들이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인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3.1% 올랐다. 특히 식품 물가상승률은 3.9%로 평균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관건은 농산물이다. 5월 농산물 물가는 19.0% 올랐다. 소비자물가지수를 0.69%포인트 끌어올렸다. 사과 값은 80.4% 올랐다. 3월(88.2%), 4월(80.8%)에 이어 3개월 연속 80%대 상승률이다. 배 가격 상승률은 사과보다 높은 126.3%로 사상 최고다. 대형마트에서 사과 한개에 3000원이 넘고, 배 하나에 거의 1만원꼴이다. ‘금배’로 불린다. 귤(67.4%)과 복숭아(63.5%), 감(55.9%) 토마토(37.8%) 등의 가격 상승률도 높다. 과일 판매대를 쳐다만 보고 지나치는 사람들이 적잖다. 신선과일 값이 고공행진하자 정부는 바나나ㆍ
22대 국회가 5월 30일 개원했다. 의안 번호 ‘2200001’, 제1호 법안으로 보좌진과 함께 3박4일간 국회 본청 의안과 앞을 지킨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을 위한 법률안’을 제출했다. 이어 북한 이탈주민이자 공학도 출신인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이 ‘이공계지원 특별법 개정안 및 기업부설연구소법 제정안’을, 박은정ㆍ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은 당론 1호 법안인 ‘한동훈 특검법’을 제출했다. 민주당은 의원총회에서 ‘채상병 특검법’과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한 법안’을 당론 1호 법안으로 채택한 뒤 제출했다. 1호 법안 타이틀을 위한 밤샘 대기는 18대 국회에서 시작돼 4년 주기로 반복됐다. 1호 타이틀이 법안 처리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상징성 때문에 경쟁한다. 4년 전에도 밤샘 등 경쟁을 벌였지만, 21대 국회는 ‘역대 최악’ 평가를 남겼다. 절대 과반 민주당의 입법 독주와 여권이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저지하는 대치는 마지막 본회의까지 이어졌다. 극한 정쟁 속에 여야가 의견을 접근한 법안도 국회 임기가 종료되며 줄줄이 폐기됐다. 원전폐기물 저장시설을 짓지 못하면 2030년 원전이 셧다운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옴에도 부지 확보를
정부 정책들이 오락가락하거나 뒤집어지며 가계와 기업 등 경제주체들을 헷갈리게 하거나 적잖은 손실을 끼치고 있다. 해외 직접구매(직구) 제품의 안전 인증 의무화 정책을 번복한 게 대표적 사례다. 정부는 16일 유모차 완구 등 어린이용품과 전기ㆍ생활용품, 생활화학제품 등 80개 품목에 대해 국가통합인증마크(KC) 인증이 있어야 세관을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알리익스프레스ㆍ테무ㆍ쉬인 등 ‘C커머스(중국 e커머스) 공습’을 겨냥한 규제 조치였다. 하지만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비판과 규제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에 휩싸여 사흘 만에 철회했다. 국토교통부와 경찰청이 20일 발표한 고령자 ‘조건부 운전면허’ 도입 검토는 하루 만에 바뀌었다. 조건부 면허제는 야간 및 고속도로 운전 금지, 속도제한 등을 조건으로 면허를 허용하는 것이다. 인지능력과 반응속도가 떨어지는 고령자 운전의 안전을 강화하고 사고를 줄이기 위해 필요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교통약자인 어르신들의 이동권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대중교통 취약지역에 대한 대안이 없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22일에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밝힌 공매도 재개 방침을 폐기했다. 공매도는 주가가 내릴 것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 판
세계가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데이터 주권’ 보호를 명분으로 장벽을 세우고 있다. 이른바 ‘AI 국가주의 시대’가 도래하며 사이버 영토 전쟁을 벌이는 모습이다. 미국은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을 자국에서 퇴출하는 법안을 제정했다. 일본은 네이버가 구축한 일본의 ‘국민 메신저’ 라인의 경영에서 손을 놓기를 압박하고 나섰다. 네이버의 라인야후 재팬 지분 정리를 요구한 일본 정부의 표면적 이유는 개인정보 유출이다. 일본 정부는 행정지도에 ‘지분 매각’이라는 직접적인 용어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네이버가 50% 출자하고 있는 자본 관계 재검토’ 문구는 외국기업 네이버의 지분을 자국기업 소프트뱅크에 넘기라는 압박이나 마찬가지다. 실제로 라인야후는 유일한 한국인을 이사회에서 제외했다. 기술적 협력 관계인 네이버로부터 독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소프트뱅크도 네이버와 지분 문제를 놓고 협상 중이라고 확인했다. 일본의 민관民官이 역할을 분담하며 공조해 ‘네이버 밀어내기’에 나선 형국이다. 이와 달리 한국은 정부ㆍ기업ㆍ정치권이 제각각이었다. 정부는 사태 초기 상황을 잘못 판단한 모습이었다. 자국 기업을 보호해야 할 외교부는 사태를 보도한 언론을 나무랐다. 통상 담당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취임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을 했다. 대통령 기자회견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 이후 1년 9개월 만이다. 국민과 소통하기 위해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옮긴 대통령으로선 너무 오랜만에 가진 국민과의 소통 기회였다. 22분간 모두발언에 이어 73분간 기자회견에서 20명의 기자들이 묻고 대통령이 답변했다. 정치, 외교안보, 경제, 사회 분야로 나눠 질문을 받았다. 해당 분야를 물은 기자들이 각각 9명, 4명, 4명, 3명으로 정치 분야가 나머지를 압도한 ‘정치 과잉’이었다. 총선 패배 원인과 국정 기조 변화, 해병대 채상병 특검, 부인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사 논란과 특검에 대한 입장, 한동훈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과의 관계 등 정치 현안을 다룬 질문이 많았지만, 답변은 두루뭉술했고 그간의 입장과 궤를 같이했다. “민생의 어려움이 쉬이 풀리지 않아 마음이 무겁고 송구스럽습니다.” 대통령 기자회견은 민생고에 유감을 표명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러면서 “저와 정부부터 바꾸겠다” “국회와 소통과 협업을 늘려가겠다” “저와 정부를 향한 어떤 질책과 꾸짖음도 겸허한 마음으로 새겨듣겠다” 등 자세를 낮췄지만, 정책 기조 변화는 찾아보기 힘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1.3%로 올라섰다. 시장 전망치(0.5∼0.9%)를 크게 웃돌았다. 2021년 4분기 이후 2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3.4%로 2년 만의 3%대 성장률이니 ‘깜짝(서프라이즈) 실적’이라고 할 만하다. 그런데 속내는 그리 좋지 않다. 민간소비가 의류 등 재화, 음식ㆍ숙박을 비롯한 서비스가 기지개를 켜며 0.8% 증가했다. 건설투자도 건물ㆍ토목 건설 모두 괜찮아지면서 2.7% 늘었다. 하지만 상황이 나빴던 직전,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하는 기저효과로 증가율 수치가 높아진 측면이 강했다. 건설투자를 전년 동기와 비교하니 –0.6%였다. 정부소비(-0.6%)도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였다. 가라앉은 기업 경기를 반영하듯 설비투자(-0.8%)도 줄었다. 결국 1분기 성장률을 떠받친 것은 반도체와 휴대전화를 중심으로 늘어난 수출이었다. 직전 분기 대비 0.9%, 전년 동기 대비 7.1%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10월부터 글로벌 경기가 반등한 반도체 수출 회복이 크게 기여했다. 대통령실은 “수출과 내수가 균형 잡힌 회복세”라고 진단했지만, 절반 정도만 맞다. 내수는 부진했던 직전 분기와 비교하는 기저효과로 수치
민심이 매섭게 회초리를 든 총선이 끝나고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새 ‘선거 효과’는 사라져가는 모습이다.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을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자세를 낮추더니만, 22대 국회 출범을 앞두고 국회의장과 여야 정당 원내대표로 거론되는 인사들의 면면과 출사표를 보면 걱정이 앞선다. 제1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선 이른바 ‘찐명(진짜 친이재명)’계가, 여당인 국민의힘에선 ‘찐윤(진짜 친윤석열)’계가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새로 시작하는 국회의 주요 포스트가 계파색 짙은 강경파 인사로 채워지면 당내 갈등은 물론 여야 관계가 삐걱대며 국정 현안과 개혁 과제들이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민주당 몫 국회의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은 “기계적 중립은 없다”며 선명성 경쟁을 하고 있다. 국회법은 의장의 당적 보유를 금지한다. 대한민국 입법부를 상징하는 대표성, 국가 의전 서열 2위의 위상, 비중이 큰 의원외교 업무 등에 합당한 품격을 갖춘 의장을 기대해서다. 중립성 원칙을 무시하면서 소수 정당을 배려하는 초당적 국회 운영 의지와 정치적 균형추 역할을 팽개쳐선 곤란하다. 게다가 민주당 차기 원내대표 후보로는 강성 친명계 인사로 교통정리가 되는 분위기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상황이 ‘더 심각하게, 더 오래’ 지속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경제의 ‘홀로 호황’에 따른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원ㆍ달러 환율이 급등했다. 중동 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들썩이고, 4·10 총선 전에 억제됐던 식품·외식업체들의 가격 인상이 잇따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16일 장중 한때 1400원을 넘어섰다. 이튿날 한국과 일본 재무장관이 공동 구두 개입에 나서자 1380원대로 내려갔지만, 고환율 추세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1400원대 환율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미국이 급격하게 금리를 올리고 레고랜드 사태가 터진 2022년 등 세차례뿐이었다. 고금리 상황도 지속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가뜩이나 끈적한(sticky) 물가가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에 따른 중동지역의 긴장 고조로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동반 상승하면서 상방 압력을 받고 있다. 고금리에도 탄탄한 미국 경제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신중해지면서 금리인하 시점은 더 늦어질 전망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16일 “물가상승률 2.0%에 대한 확신을 얻기까지 예상보다 오래 걸릴 것
민심의 회초리는 매서웠다. 4ㆍ10 총선은 야당 압승과 여당 참패로 귀결됐다. 더불어민주당과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 175석, 여기에 조국혁신당과 개혁신당, 새로운미래, 진보당까지 포함하면 192석의 ‘거야’가 탄생했다. 총선에서 표출된 민의는 안정보다 견제와 변화였다. 선거기간 내내 정권심판론이 다른 이슈를 압도했다. 국민의힘이 ‘이(이재명)ㆍ조(조국) 심판론’으로 맞서며, 각종 초대형 공약을 쏟아냈지만 통하지 않았다. 여당의 참패는 집권세력 전체에 대한 심판 성격이 짙다. 국민은 소통과 타협을 외면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에 레드카드를 꺼내들었다. 국민의힘에 있어서 윤 대통령의 낮은 국정수행 지지도는 구조적 족쇄였다. 이태원 참사와 해병대 채 상병 순직 등 국가적 재난과 비극에 책임지는 이가 없었다. 오히려 해병대 외압 수사 의혹 피의자인 전 국방장관의 호주대사 임명과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발언 등으로 무책임 이미지를 키웠다. 고물가와 의정(醫政) 갈등 등 민생 현안 해소에도 실패해 불통ㆍ무능력 이미지를 더했다. 원내 1당이 된 민주당은 스스로 잘해서가 아니라 현 정권에 대한 민심 이반의 반사이익을 얻은 측면이 상당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