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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모옌(莫言)의「밤 게잡이」(1)

오동명의 기획연재소설에 이어 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모옌의 단편소설 <밤게잡이>를 소개합니다. 국내 처음으로 번역, 소개되는 소설입니다. 영화 <붉은 수수밭>의 원작자로 잘 알려진 모옌의 작품성을 엿볼 수 있는 소설입니다. 중국문학 전문가인 이권홍 교수가 우리말로 옮겼습니다. 애독바랍니다/ 편집자 주

마침내 아홉째 삼촌이 나를 데리고 게를 잡으러 가겠다고 하였다. 내가 오랫동안 보챈 후였다. 그때가 아마도 60년대 중반쯤이었다 싶다. 해마다 침수되면서 물바다가 되는 지역에는 게가 많았다. 마을에서 2리 정도 떨어져 있었다.

 

저녁을 먹고 나서 삼촌이 나를 데리고 길을 나섰다. 출발할 때 어머니는 내게 삼촌 말을 잘 듣고 촐랑거리며 돌아다니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삼촌에게도 나를 잘 보살펴달라고 거듭 부탁했다. 삼촌은, 형수님 걱정 마세요, 내가 없어지지 않는 한 절대 저 녀석을 잃어버릴 염려가 없으니까요, 라고 말했다. 어머니는 배가 고프면 먹으라고 파 전병 두 개를 만들어 줬다. 우리는 도롱이를 걸치고 삿갓을 썼다. 나는 마대 두 개를 들고 삼촌은 바람막이 램프와 삽을 챙겼다. 마을을 나서서 오래지 않아 길이 끊겼다. 곳곳이 흙탕이고 수숫대가 지저분하게 널려 있었다. 다행히도 우리는 웃통을 벗은 채였고 맨발인지라 물이든 진흙이든 개의치 않았다.

 

그날 밤에 큼지막한 달이 떴었다. 8월 14일이 아니면 16일이었을 것이다. 절기가 중추인지라 저녁 바람은 서늘했다. 달빛이 휘영청 밝아 수수 사이 물 위로 비추니 조각조각 은처럼 새하얗게 반짝였다. 여름 내내 시끄럽게 울어대던 개구리들이 동면에 들어갔는지 사방이 고요했다. 우리가 흙탕물을 헤집고 걷는 소리만 크게 들릴 뿐이었다. 한참 걸었다 싶어서야 겨우 수수밭을 뚫고 나왔다. 방죽을 기어오르자 삼촌은 그곳이 하천 둑에 울짱을 만들어 게를 잡는 곳이라 하였다.

 

 

삼촌이 도롱이와 삿갓을 벗어던지고 허리를 감았던 속잠방이도 벗어던졌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삽을 메고 10여 미터나 되는 개울로 뛰어들어, 풀이 섞인 진흙 덩어리들을 삽으로 얽어 물이 흐르지 않게 막았다. 개울물은 대략 50센티미터 깊이로 물 흐름이 느렸다. 오래지 않아 삼촌이 개울 속에 검은 물막이용 둑을 만들었다. 우리 쪽 제방 가까이에 2미터 되는 입구를 만들어 이중으로 돼있는 수숫대 울짱을 질러놓고, 램프를 그 위에 걸었다. 그러고 나서 나를 램프 그림자 밖으로 잡아당겨 앉혀 놓고 게가 잡히기를 기다렸다.

 

나는 삼촌에게 “게잡이가 이렇게 간단해요?” 라고 물었다.

 

삼촌은 기다려 보라고 했다. 오늘 저녁 서북풍이 불기 때문에 바람 소리에 게의 다리가 간지럽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저지대에 있는 게들이 급히 먹물 같은 개울가로 모여들게 되는데, 이 개울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중요한 길목이라는 것이다. 날이 밝기 전에 우리가 가져온 마대 두 개에 다 담지 못할 정도로 많은 게들이 잡힐까 오히려 걱정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제방 위도 축축했다. 삼촌은 도롱이를 펴고 나를 앉혔다. 벌거벗은 삼촌의 몸이 은백색으로 빛났다. 나는 삼촌이 참 늠름하다 여겨 ‘위풍이 당당하다’고 말을 했다. 그러자 삼촌은 득의양양하게 일어서서는 키만 컸지 어리석기 짝이 없는 아이처럼 팔을 뻗고 발을 힘껏 차는 동작을 했다.

 

그때 삼촌은 열여덟 살을 조금 넘겼을 때로 장가를 들지는 않았었다. 그는 놀기를 좋아했고 또 잘 놀았다. 고기나 새도 잘 잡았다. 박이나 대추 서리도 잘 했다. 어느 하나 못하는 것이 없어 우리에게 인기가 많았다.
우리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따뜻한 황색 빛을 뿜어내는 램프를 넘겨다보기도 하고, 수숫대로 엮어 만든 죽음의 틀인 울짱을 멀거니 바라보기도 했다. 삼촌은 게들이 울짱으로 기어들어오기만 하면 결코 빠져나갈 수 없을 테니 건져 올리기만 하면 된다고 장담을 했다.

 

냇물이 반짝였다. 물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전혀 알아차릴 수 없었다. 그저 울짱에 가로막혀 일렁이는 자그마한 물보라들만 물이 그래도 흐르고 있음을 알려줄 뿐이었다. 게들이 보이지 않자 조바심이 나서 삼촌에게 물었다. 삼촌은 조급할 필요 없다고 했다. 조급하면 게 잡탕죽을 먹을 수 없다고 했다.

 

시간이 얼마간 지나자 축축한 안개가 땅위로 피어올랐다. 달이 높이 걸려 있어 크기는 확실히 작아졌지만, 달빛은 더욱 밝아졌다. 그윽한 녹음, 수수밭 멀리 그리고 가까이에서 안개가 겹겹이 에워싸 짙어지기도 하고 엷어지기도 하였다. 정말 아름다웠다. 물가 덤불에서는 가을 곤충들이 울어댔다. 찌르륵, 귀뚤귀뚤, 찌르르 찌르르, 한데 모여 가락을 이루었다. 곤충들의 울음소리가 밤을 더욱 고요하다고 느끼게 만들었다. 수수밭에서 수시로 사람이 큰 걸음으로 걷는 듯 잘바닥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물위에 펼쳐진 안개는 농도가 일정치 않고 불규칙적으로 변했다. 은빛으로 가득한 냇물도 안개에 모습을 감추기도 하고 드러내기도 하였다. <옮긴이=이권홍, 삽화=오동명/ 2회로 이어집니다>
 

 

  ※모옌(莫言 Mò Yán 1955~)= 중국 소설가. 본명은 관모예(管謨業, Guǎn Móyè). 필명 ‘모옌’은 중국어로 “말을 하지 않는다.” 혹은 “말을 말라.”를 뜻한다. 민담, 역사, 현대 중국의 사회상을 섞어 글을 쓰는 독특한 스타일인 환영적 사실주의(Hallucinatory realism)를 대표하는 작가로 손꼽힌다.

 

산둥山東 성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문화 대혁명 때 학교를 중퇴하고 정유 공장에서 일했다. 20살 때 인민해방군에 입대했으며 1981년 군인 신분으로 문학 활동을 시작했다. 1986년 중국 인민해방군 예술학과 문학과 졸업, 1991년 베이징 사범 대학을 졸업했으며, 루쉰 문학원 창작 연구생반 졸업과 함께 문예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대표 작품으로 『붉은 수수밭』, 『홍까오량 가족』, 『술의 나라』, 『사십일포』, 『탄샹싱』, 『풍유비둔』, 『티엔탕 마을 마늘종 노래』, 『풀 먹는 가족』 등이 있으며 그의 작품은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노르웨이어 등 10여 개 언어로 출판되었다. 2012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옮긴이 이권홍은?=제주 출생. 한양대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중국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사·박사학위를 받았다. [신종문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는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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