쳔연보호구역 산방산의 명소 '산방굴사'가 50일이 다 되도록 갈 수 없는 미답의 공간이 돼 버렸다.
태풍 피해를 입은 산방굴사 탐방로가 한 달 보름이 다되도록 복구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서귀포시의 늑장행정으로 산방굴사를 소유한 마을과 주변 상인들이 애꿎은 피해를 보고 있다.
9일 오전 10시 영주십경(瀛州十景)의 하나인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산방산에 중턱에 위치한 산방굴사.
용머리해안이 주변에 있어 평소 단체관광객을 태운 전세버스와 각종 렌터카들로 붐볐을 주차장은 한산했다. 가끔 용머리를 들리는 관광객들과 산방산 밑 사찰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눈에 띌 뿐이다.
매표소 앞에는 ‘산방굴사 관람통제’라는 입간판이 세워졌다. 인근 사찰을 지나자 산방굴사로 올라가는 계단 입구는 출입을 막는 가로막이 쳐져 있다. 탐방로 중간에 위치한 매점은 문을 닫은 지 꽤 오래돼 보였다. 바깥으로 나온 시설물은 가림막과 끈으로 꽁꽁 묶여 있었다.
산방굴사에 도착하기 전인 50m 지점에 지난 8월 말 제주를 강타한 제15호 태풍 ‘볼라벤’으로 인해 절개지가 무너져 탐방로 일부를 덮치고 있었다. 무너진 절개지는 약 10㎡ 가량 됐다. 무너진 곳을 지나 산방굴사에 다다르자 불자 3명이 기도를 하고 있었다.
산방굴사는 제주를 강타한 그 태풍 ‘볼라벤’이 지나간 뒤 관람이 금지됐다. 산방굴사 아래쪽 50m 관람로 옆 절개지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안전을 이유로 관람을 통제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절개지는 44일째 복구되지 않고 있다. 사연은 이렇다.
산방굴사를 소유하고 있는 사계리는 직접복구에 나설 수 없다. 산방산이 천연보호구역이기 때문이다. 서귀포시가 나서야 할 일인 것. 그러나 서귀포시는 예산타령만 하다가 이제야 복구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경미한 사항이어서 관련부서와 협의만 거치면 즉시 복구할 수 있지만 준비된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차일피일 미룬 것이다.
다행히 예산은 반영됐지만, 아직까지도 공사입찰에도 들어가지 않았다. 물론 당연히 공사업체도 선정되지 않았다. 아무리 빨라도 이달 중순이나 말에나 무너진 절개지 복구가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준비된 예산이 없었다. 예산협조가 최근에 이뤄졌다”며 “공사기간은 약 40여일로 잡혀 있지만 경미한 사항이기 때문에 업체만 선정되면 10일이면 공사가 끝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안이 문화재 현상변경 사안이 아니어서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을 필요는 없고 시 관계부서와의 협조만 얻으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결국 관련부서간 제대로 협조가 안 되는 등 늑장 행정으로 애꿎은 마을과 상인들만 피해를 본 것이다.
사계리는 산방굴사 불전함 헌금을 주민소득 수입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태풍 피해 복구가 늦어지면서 44일 동안 수입이 없는 상황이다.
송종필(51) 사계리장은 “서귀포시가 차일피일 복구를 미루는 바람에 유일한 마을 소득이 끊겼다”며 “두 달 가까이 관람이 안 되면 마을이 입는 타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차라리 우리가 복구라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탄했다.
그는 또 “응급복구라도 해서 관람을 하도록 해야 하지만 시는 시간만 보내고 있다”고 행정당국을 질타했다.
물론 산방굴사 관람통제로 주변상가도 개점 휴업상태다. 산 중턱에 위치한 매점은 태풍이 지나간 이후로 아예 문을 닫았다.
관광객이 없으니 영업시간도 대폭 단축됐다. 평소 같으면 오후 7시까지 문을 열던 식당은 오후 5시가 되면 문을 닫는다. 일부 점포는 오후 4시에 문을 닫기도 한다. ‘혹시나’하는 마음에 문을 열 뿐이다.
매표소 인근에서 기념품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38·여)씨는 “외국인 손님들만 가끔 보일뿐 국내관광객들은 거의 오지 않는다”며 “외국인들은 기념품도 사지 않고 음료정도만 살 뿐이다. 매출이 절반 이상 감소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식당을 운영하는 김희영(59·여)씨는 “하루 평균 20여명의 손님이 오지만 관람통제 이후 하루 한명 받기도 힘들다. 사실상 영업중단”이라며 “‘혹시나’해서 문을 열지만 제주시에서 오가는 기름값도 나오지 않는다”며 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