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가 시행하고 있는 ‘물가두기 사방댐사업’이 하천습지 원형 훼손은 물론 예산낭비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서귀포시는 지난 6월부터 사업비 6억7600만원을 투입해 남원읍 수망리 물영아리오름 북쪽에 위치한 송천에 ‘물가두기 사방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산불진화용 헬기의 방화수를 공급하기 위해 기존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송천 습지를 활용해 저수용량을 약 1만6000톤 규모로 확장하기 위한 작업이다.
습지 하류에 콘크리트댐을 쌓아 물높이를 1m 높이고, 습지의 오른쪽 퇴적지를 준설해 저수면적을 넓히는 공사다. 또 작업용 중장비 진입을 위해 수목을 베어내고 임시도로를 개설 한 상황이다. 현재 공정은 30%정도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이 같은 서귀포시의 공사가 '하천 습지의 원형'을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8일 논평을 통해 “이 사업으로 인해 송천이 간직하고 있는 자연형 하천의 원형은 심각하게 훼손돼 버렸다”며 “우거진 나무들로 하늘이 가려진 숲 속의 고요한 호수였던 송천 습지는 나무들이 훼손되거나 이식돼 사라져버렸다. 단순한 대규모 물통으로 전락해버렸다”고 지적했다.
또 “공사가 완료되면 습지 호안은 전석쌓기로 마무리될 예정이다. 땅과 물을 이어주는 핵심 생태연결고리도 사라질 전망”이라며 “특히 이곳은 국제적인 보호지역인 ‘람사르습지’로 지정된 물영아리오름습지와 1km도 떨어지지 않은 인접한 지역이다. 천연기념물인 원앙이 서식하는 곳이기 때문에 사방댐개발과 헬기 방화수 공급으로 인해 훼손되는 환경영향은 매우 크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환경운동연합은 게다가 '예산낭비'라는 점도 지적했다.
“사업지역 인근에 임시 배치되고 있는 산불진화헬기는 약 4km 떨어진 한진그룹 소유 제동목장의 17만t 규모 저수지에서 방화수를 공급받고 있다”며 “굳이 자연형 하천습지를 훼손하면서 바로 인접한 기존 저수지 용량의 10%에도 못 미치는 소규모 저수지를 추가로 만들 필요가 있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결국 이 사업은 소생물권이 중심을 이룬 제주도 하천습지 환경의 특성을 무시한 채, 행정 편의 주의적 발상에서 시작된 불필요한 사업이다.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예산도 낭비하는 잘못된 정책”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한편 환경운동연합은 “서귀포시는 제동목장 저수지의 위치가 서귀포시가 아닌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에 위치하기 때문에 서귀포시 행정구역 내에서 별도의 저수지가 필요해 추진한 사업이라고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