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대형 전문장례식장 시대를 열었던 그랜드장례식장이 개장 2년 4개월여 만에 문을 닫았다.
'잘 나가던' 장례식장이 돌연 문을 닫은 이유는 무얼까? 결론부터 말하면 장례업과 다른 새로운 업종으로의 진출 채비를 위해서다. '야시장'과 '주류박물관'이 새로이 현장 진입을 준비중이다.
그랜드장례식장은 지난 1일부터 돌연 영업을 중단했다. 올해 초부터 매각설과 대형마트 입점설 등이 꾸준히 제기돼 온 와중에 나온 것이다.
제주도내 장례업체 ‘쌍두마차’로 불려온 그랜드장례식장과 부민장례식장 등 대형 전문장례식장 두 곳을 모두 운영해온 이 장례업체는 2일자 지방신문에 광고를 실어 영업중단 사실을 알렸다.
그랜드·부민장례식장 임직원 일동 명의로 실린 이 광고에서 업체 측은 “그동안 그랜드장례식장과 부민장례식장 두 곳을 운영해왔지만, 지난 1일부로 그랜드장례식장의 영업을 중단하고 부민장례식장과 통합 영업키로 했다”고 밝혔다.
외형적으로는 ‘통합 영업’을 내걸었지만 내용상으론 두 곳 장례식장 중 먼저 문을 연 그랜드장례식장 한 곳의 문을 닫는다는 사실상의 ‘폐업 인사’였다.
그러나 업체 측은 광고에서 구체적인 영업중단 사유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앞으로도 부민장례식장의 지속적 이용과 지도편달을 부탁드린다는 내용으로 그랜드장례식장의 폐업 인사를 갈음했다.
현재 그랜드 장례식장 건물 외벽에 붙여진 간판은 모두 때낸 상태다. 그리고 일부 직원들이 내부를 조금씩 손질하고 있다.
하지만 그랜드장례식장 측은 우선 영영불황과 적자운영을 타개하지 못해 우선 문을 닫았다는 것. 관광업으로 업종변경을 변경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랜드-부민장례식장 대표이사 강동화씨는 “영업이 예상보다 제대로 되지 않아 불가피하게 영업을 중단하게 됐다”며 “그러나 부도나 적자가 심각히 누적된 것은 아니다”라며 항간의 소문을 의식,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강 대표는 “지금은 말할 단계가 아니다”면서도 “매각을 검토하기도 했지만 업종을 변경하기로 했다. 야시장과 주류박물관을 계획하고 있다. 내년 초순 경에 개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랜드장례식장은 애초 신구범 전 지사에 의해 친환경농산물 유통매장인 삼무힐랜드로 문을 열었다. 그러다 신 전 지사의 수감시절 매각과정을 거쳐 지난 2009년 2월 도내 최초 아이스링크장으로 탈바꿈했다. 그러나 또 다시 변신, 지난 2010년 5월30일에는 그랜드장례식장으로 업종과 상호를 변경해 지금까지 이어졌다.
구 제주시와 신제주를 연결하는 연북로변에 위치, 넓은 주차장과 편리한 접근성 등으로 개업직후부터 인기를 끌었다. 기존 성업 중이던 도내 종합병원 장례식장을 제압, 장례업계의 판도를 뒤흔들며 일찌감치 자릴 잡았다.
특히 인근에 들어선 후발 장례업체인 부민장례식장까지 지난해 10월11일 인수해 사실상 도내 장례업계를 이끌어왔다. 게다가 그랜드장례식장과 부민장례식장 주변 토지를 상당수 매입하면서 몸집을 불려왔다.
친환경농산물매장→아이스링크→전문장례식장. 그에 뒤이은 변신의 결과가 어떤 식으로 판가름날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