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봉개동과 서귀포시 표선면을 잇는 번영로에 답답한 암운이 드리워져 있다. 확·포장 공사를 벌인지 수많은 해가 지났지만 그 길은 도무지 시원하게 '뻥' 뚫리지 않는다. 왜 그럴까?
보상문제 때문이다. 확포장 공사를 시작하고 난 뒤 딱 한 곳에서 보상문제가 매듭지어 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업시행자와 토지주 측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법정공방까지 예상되고 있다.
지난 2002년부터 시작된 번영로 확포장 공사는 총 연장 35km의 구간으로 내년 4월 완공예정이다. 10년의 대역사(大役事)다. 그러나 지금껏 공사는 지난 15일 막을 내린 제주세계자연보전총회를 앞두고 제주시 조천읍 와흘리에서 조천읍 송당리 대천동 구간 완공이 고작이다.
현재 대천동 사거리에서 표선면 성읍구간 7.8km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그런데 성읍마을로 이르기 전 한 승마장 인근에는 공사가 불통이다. 물론 공사를 위한 아무런 준비도 없다.
사연은 양측이 주장하는 보상 기준이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지난달까지 이 J승마장을 제외한 모든 토지와 지장물에 대해 보상협의를 마무리 했다.
J승마장측은 제주도의 형평성에 어긋난 보상을 주장하고 있다. 또 잘못된 도로건설로 영업에도 큰 타격이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승마장 측은 “도로 확포장 대상 구역에 일방적으로 승마장 주차장이 포함된 것을 뒤늦게 알았다”면서 “주차장이 없으면 사실상 영업을 하지 못하게 돼 폐업보상을 요구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전례가 없다는 도의 말에 번영로에서 유사한 사례를 3건 정도를 찾아내 도에게 따졌다”며 그 사례를 들었다.
승마장 측에서 주장한 사례는 다음과 같다. 한 개인주택의 경우 주차장은 포함이 됐고 건물은 포함이 안 됐는데도 다른 곳으로 이전해 지어줬다. 또 번영로에 포함된 한 카센터는 주차장은 전부 포함되고 시설물은 약간 포함됐지만 전체를 보상해 줬다.
승마장 측은 폐업보상이 안 되면 영업에 지장이 없도록 시설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우선 제주시 방면에서 승마장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좌회전이 가능하게 도로 선형을 바꿔 달라는 것이다. 또 예민한 말의 성질을 고려해 축사 등에 방음방진 시설도 요구했다.
도는 이와 관련 다른 것은 수용할 수 있지만 좌회전 허용은 어렵다고 했다. 이 승마장은 인근 승마장들과 달리 유일하게 번영로 동쪽 편 부지에 자리잡고 있는 곳이다.
물론 승마장이 도의 입장을 수용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승마장 측은 “성읍 지역의 승마장의 고객들은 대부분 제주시 방면에서 들어오는 관광객들이다. 우리 승마장도 70% 이상이 제주시 방면에서 오는 관광객들”이라며 “전세버스가 유턴할 수 있는 구간도 없다. 막상 좌회전을 해서 들어와야 영업이 된다. 좌회전이 안 되면 사실상 영업에 큰 타격을 받는다”고 항변했다.
승마장 측은 이와 함께 다른 곳과의 형평성도 끊임없이 제기했다. 또 “주차장이 없어도 영업에 지장이 없다는 엉터리 감정을 도가 제시한다”며 '감정도 엉망'이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현재도 공사를 하면서 방음방진시설도 하지 않아 피해를 주장했다. “평소에는 사고가 없던 승마장이었는데 공사가 시작되면서 각종 중장비의 소음으로 인해 3번씩이나 말들이 놀라 관광객들이 낙마, 모두 중상을 입었다”는 것.
결국 도는 협상이 어렵다고 판단해 강제수용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후 협상은 없었고, 서귀포시는 ‘강제수용에 따른 의견을 제시하라’는 문서를 이달 5일 승마장 측에 보냈다. 또 지난 14일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서 이 사안을 넘겼다.
그러자 승마장측이 발끈했다. 현재 승마장 측은 변호사를 선임, 토지가 강제 수용될 경우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하지만 도는 승마장측이 규정에도 없는 폐업보상비를 요구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도 관계자는 “공공사업으로 인한 폐업보상은 영업장소가 대부분 수용되거나 건물 대부분 포함되는 등 영업이 아예 불가능한 경우다. 또 건물이 다시 들어와야 하는데 인허가를 받지 못할 경우에 한한다”며 보상불가 입장을 밝혔다.
또 승마장 측이 제시한 사례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단독주택의 경우 도로경계선에 위치해 있어 주민이 소음 때문에 국가인권위에 민원을 제기한 사례다. 국가인권위가 시정을 권고해 그에 따라 해준 것 뿐”이라며 “카센터의 경우는 본 건물이 포함돼 영업이 불가하다고 판단, 폐업보상비를 지급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중앙토지수용위원회의 방침에도 주차장을 어느 정도 살려보려고 했다”며 “하지만 승마장 측은 계속해서 폐업보상비만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 제출한 의견에는 좌회전 의견은 없었다. 영업에 지장을 주지 않는 쪽으로 협상도 진행했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주변 승마장들은 주차장이 포함됐지만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며 “유독 이 승마장만 폐업보상비를 요구하고 있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난색을 보였다.
'뻥' 뚫린 번영로를 시원스레 달릴 수 있는 날이 언제일까? 이제 제주도청과 개인간 소송전이 그 답을 내놓을 날이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