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알리지 않은 독지가가 11년째 ‘사랑의 쌀’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기탁했다. 올해는 예전보다 더 많다.
제주시는 익명의 50대 후반의 독지가가 10㎏들이 백미 1000포대를 맡겨왔다고 밝혔다. 쌀값은 시중가격으로 2500만 원이 넘는다.
이 쌀은 19일 오후 제주시평생학습센터에서 각 읍·면·동에 배부했다. 읍·면·동은 기초생활수급자, 푸드마켓 이용 노인, 북한이탈주민 등 저소득 시민 1000명에게 이 쌀을 고루 나눠줬다.
이 독지가는 지난 13일 제주시 주민생활지원과를 찾아와 올해 추석부터 쌀을 1000포대씩 내겠다며 어려운 시민에게 전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독지가는 지난 2001년부터 추석과 설 명절 때마다 일도2동과 화북동에 각각 10㎏들이 백미 200포대씩을 기탁했다. 한 해 400포를 어려운 이웃을 위해 흔쾌히 내놓은 것이다.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이 독지가가 전달한 쌀은 총 8000포대. 시가로 2억 원이 넘는다.
취재결과 이름을 극구 밝히기를 꺼려하는 이 독지가는 화북공업단지에서 제조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렸을 때 너무 어렵게 살았다고 주위사람들은 전했다. 때문에 자신의 어렵게 살았던 것을 생각하면 어려운 이웃을 보면 남의 일 같지 않기 때문에 이런 선행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독지가는 직원복지에도 남다른 것으로 전해졌다. 제조업 특성상 근로자들이 장기 근속은 여간 쉽지 않다. 때문에 장기 근속 직원 중 창업을 희망하는 직원에게 창업을 지원해주고 있다.
뿐만 아니다. 장애인과 다문화가정 등 취업하기 어려운 계층들을 고용해 자립의 길을 터주고 있다. 이 독지가의 사업장에서 일했다가 도움을 받아 창업한 한 전직 직원은 “일을 정열적으로 하는 분이다. 남을 배려하는 분이다. 항상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강철수 주민생활지원과장은 “독지가는 끝내 신상을 밝히지 말아 달라며 ‘밥을 먹을 정도만 되면 계속해서 쌀을 내겠다’는 말을 남겼다”고 말했다. 또 이름을 밝히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내가 하는 일이 대단한 일도 아닌데…’라고 말을 아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