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6호 태풍 ‘산바’(SANBA)가 제주 서귀포 동쪽 약 130km까지 북상한 17일 아침 6시. 제주시내는 강한 바람과 함께 폭우가 쏟아졌다. 쏟아지는 비로 인해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시내에는 차량들도 한산했다. 평상시 같으면 출근하려는 사람들이나 아침 일찍 근무하는 시민들이 보이는 때였다.
가로수는 강한 바람에 의해 심하게 흔들렸다. 탑동 광장에는 파도가 넘쳐 바닷물이 광장을 넘어 간선도로까지 들어왔다.

오전 7시. 주행하는 차량이 흔들릴 정도로 바람은 더욱 강해졌다. 제주시내를 빠져 동쪽으로 이동했다. 화북초등학교 앞 도로는 이미 침수단계에 들어가 차량들이 서행을 해야만 했다.
삼양동 일주도로 과속단속 카메라를 지지하는 와이어가 끊어져 위태롭게 매달려 있다. 강풍에 부러진 가로수 나뭇가지가 도로에 나뒹굴었다.
조천읍 조천리와 함덕리 일대 가옥들은 침수돼 양수기가 연신 물을 도로로 내뱉고 있다. 특히 함덕리 일대에는 양수기는 물론 소방차까지 동원해 물을 빼 보지만 쏟아지는 폭우에 좀처럼 수위가 줄어들지 않았다.
이 지역은 지난 16일 밤부터 폭우로 인해 침수된 곳이지만 아침까지도 폭우가 그치지 않아 침수상태가 계속된 것이다. 조천읍 신촌리에는 하수가 역류하면서 일주도로 곳곳이 물에 잠겼다.


태풍이 막 제주에서 빠져나가던 오전 8시. 구좌읍 김녕리 해안도로에는 만조시간이 다가오면서 월파로 인한 해양쓰레기가 도로로 떠밀려왔다. 일부 도로에는 돌멩이까지 올라왔다. 김녕 '성세기' 해변에는 모래바람이 차량을 때렸다. 해안가 양식장 일부는 강풍에 의해 차광막과 비닐이 뜯겨나가기도 했다.
세워진 차량이 심하게 흔들려 마치 폭풍 속으로 빨려갈 것만 같았다. 다행히 빗줄기는 약해졌다. 행원리 일대 풍력발전단지의 풍력발전기는 모두 멈췄다. 태풍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듯 ‘일동 차렷’한 자세였다.
세화리를 지나 종달리 쪽으로 가자 전신주의 전화 케이블 등이 끊어져 바람에 날렸다. 통신사의 기지국을 세우던 전신주로 뚝 끊어져 쓰러졌다.



태풍이 제주 동해상을 지나 경남 통영 남남서쪽 약 100km 부근까지 물러간 오전 9시. 태풍의 뒤끝은 여전했다. 해안가에는 여전히 강한 파도가 만조와 함께 해안가를 덮쳤다. 소강상태를 보이던 비도 다시 시작됐다. 강풍은 여전했다.
바다와 수문으로 단절된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 '통발알'의 물에는 강풍에 의해 파도가 쳤다. 신양리 일대 농경지는 지난 16일부터 내린 비로 인해 대부분 침수돼 호수를 연상케 했다. 밭담만 물위로 보여 이곳이 농경지임을 알려줬다.

이번 태풍 ‘산바’는 많은 비를 몰고 왔다. 지난 16일부터 17일 정오까지 한라산에 최고 800mm, 제주시 지역에는 최고 500mm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상습침수 구역에는 물난리를 겪는 피해를 입었다.
게다가 태풍이 막 제주를 지나는 시간과 만조시간이 겹치면서 태풍이 몰고 온 강한 파도로 인해 해안도로에 많은 해양쓰레기와 돌멩이들을 밀려와 차량소통에 지장을 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