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7부 4월 17일 오후 재판을 시작하겠습니다."
17일 오후 제주지법 501호 법정에서 김수일 제주지법원장이 법복을 갖춰입고 재판장석에 앉아 익숙한 듯 재판을 시작했다.
첫 사건은 공사대금 관련으로, 2019년 9월 접수돼 약 5년이 지나고도 마무리되지 않은 건이었다.
김 법원장은 증거로 제출된 각종 서류 등을 하나씩 확인해가며 쟁점들을 짚어갔다.
"기록을 보니 시일이 경과할 만하긴 하다"면서도 변호인들을 향해 "재판 지연에 대한 국민 관심이 높은데, 이렇게 오래 진행된 것이 변론 준비를 충실히 하지 않아서 연기된 면도 있는 것 같다"고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전국적으로 재판 지연 해소를 위해 법원장이 재판에 나서는 가운데 제주지법도 민사 장기미제 사건 전담 재판부인 민사7부를 신설해 법원장에게 맡겼다.
민사7부에는 현재까지 사건 11건이 재배당됐다. 접수된 지 짧게는 2년 6개월에서 길게는 5년이 흐른 것들이다.
김 법원장은 "판사는 재판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본연의 재판 업무를 하게 돼 개인적으로는 기쁘게 생각한다"고 다시 재판장을 맡게 된 소감을 밝혔다.
그는 "법원장 재판부가 일선 재판부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각 재판부도 재판 지연 문제에 좀 더 관심을 갖고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직접 재판하면서 지연 원인을 자세히 파악해 사법행정적 지원이 필요한 부분을 찾아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판사 증원이 시급하다며 "외국과 비교해 우리나라 법관의 사건 처리 부담률이 높은데, 판사 정원 증원을 위한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재판 지연의 원인으로는 복잡하고 어려운 사건이 늘어나고 있고, 감정 등 재판에 꼭 필요한 절차에 협조 기관들이 조력을 회피하거나 회신이 늦어지는 점, 법관 부족 문제 등을 꼽았다.
제주지법의 경우 최근 제주의 성장과 인구 증가 속도가 빨라 사건이 많이 늘었고, 지방법원이다 보니 관할해야 하는 모든 종류의 사건이 다양하게 있는 반면 판사는 많지 않아 1인당 여러 사건을 처리해야 해서 사건 처리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며 "해소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그는 "장기간 해결이 어려웠던 사건에 대해 당사자들과 대화하며 신속하고 원만하게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마음으로 재판에 임할 것"이라며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는 말이 있다. 충실하면서 신속한 재판이라는 것이 참 어려운 문제지만, 두 가지가 잘 조화되도록 노력해보겠다"고 다짐했다. [제이누리=문도연 기자.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