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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인력 없는 의사 ... 의사들의 파업은 승자가 없는 loss-loss 게임

 

얼마 전 의사협회장을 지내신 분께서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고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러나 이것은 진실이다.

 

필자도 24년 전 의약분업 문제로 의료대란이 생길 때에 제주도의사회장을 맡고 있어서 보건복지부의 고위관료들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보니 이분들이 의료대란의 원인과 향후 전개과정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것을 보고 경악했던 적이 있다. 그때 필자가 충고했던 것이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였다. 물론 여기에는 단서가 있다. 의료계가 얼마나 단결하느냐 하는 것이다. 의료계가 단결하지 않으면 의사들의 힘은 그리 세지 않다. 오죽하면 정치인들이 보기에 가장 힘없는 집단이 의사회일까!

 

일반적으로 의사들은 제 잘난 맛에 살기 때문에 단합이 잘 되지 않으며 남의 말을 듣는데도 서툴다. 그러나 명분이 맞으면 쉽게 단결한다. 국민들은 의사들이 파업하는 것이 밥그릇 때문이라고 흔히 생각하는데 밥그릇으로 뭉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것은 대부분의 의사들이 경제적으로 쪼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 왜 약사법에 의사들이 그렇게 뭉쳤을까?

 

그것은 약사법이 법의 제정 본래 목적에 어긋나서 국민 건강에 해롭게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필자가 알기로는 법은 국시에 맞춰 헌법이 제정되고, 그 헌법 조항에 맞게 법이 만들어지며, 법의 위임에 따라 시행령이 마련된다. 그러니 헌법의 취지에 어긋나는 법이 만들어지려고 하면 국민으로서는 당연히 반대하여야 한다.

 

그 당시 시민단체, 특히 경실련과 참여연대에서 앞장서서 의료계를 비판하였는데, 다행히도 필자가 경실련 활동을 하던 때여서 경실련 사무총장에게 약사법의 독소조항을 설명하자 총장이 이해하여서 경실련이 발을 빼면서 지금과 같은 제도로 정착이 되었다. 그때도 정부에서 의사회를 우습게 보았으나 의사회의 주장이 옳다고 시민단체에서 얘기하자 결국 정부가 의사회의 주장을 수용하여 파업이 종식되었다.

 

그러면 정부가 의사를 이길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일까?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의사는 대체인력이 없다는 것이다. 군대는 대부분 의무복무 중이어서 파업을 할 수 없지만, 경찰이 파업하면 군대를 투입하고, 철도가 파업하면 버스나 항공기 또는 배를 타면 되지만 의사들이 파업하면 간호사나 수의사가 대신할 수가 없는 것이다. 정부의 묵인으로 일부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의료행위를 간호사가 대신할 수는 있으나, 가장 중요한 수술이나 시술을 할 수 있는 간호사는 없다. 그리고 지금 전공의들이 하고 있는 것은 엄밀히 말해서 파업이 아니다. 파업이란 사표를 내지 않고 집행부의 의사에 반대해서 집단행동을 하는 것이다. 지금 전공의들이 하는 것은 병원에 사표를 낸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전공의 노릇을 못 하겠다는 것이다. 그 행동이 못마땅하면 사표를 수리하면 되는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사표를 낸 것을 처벌할 수는 없는 것이다.

 

둘째는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산통이 있는 환자에게 ‘내일 의사파업이 끝나니 내일까지 참으세요’ 라든가, 출혈이 심한 환자에게 ‘오후에 파업이 끝난답니다’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심근경색증이나 뇌졸중 환자에게 10분은 긴 시간이다. 일주일 기다릴 수가 없는 것이다.

 

셋째는 지역적 한계다. 정부에서는 군의관이나 공중보건의를 투입하겠다고 하지만, 그들이 남의 병원에 가서 활동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의료행위는, 특히 상급종합병원에서는, 팀웍이 중요한데 그런 걸 갖출 수가 없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전공의나 학생들의 사표나 자퇴서를 그리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모양이며, 2000년도의 학생들 파업에 재시험을 실시한 것을 마치 정부에서 선심을 쓴 것처럼 얘기하고 있으나, 그렇게 하지 않으면 바로 2021년 의료계획이 크게 차질을 일으키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던 것이다. 예를 들어 금년 3학년 학생들이 유급을 하면 2025년 인턴 수급과 군의관 및 공보의 모집에 극심한 차질을 빚게 된다.

 

칼자루는 의사들이 쥐고 있다는 진실을 정부는 하루 빨리 인식해야 한다. 의사들이 단합하여 파업을 하면 결판은 길어야 일주일이면 끝난다. 물론 의사들도 타격을 받겠지만 정부나 여당의 타격은 이에 비견할 바가 아니다. 정부에서 처벌 운운 하나 그 많은 의사들을 처벌하면 그 후유증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요즘 필자가 친구들에게서 많은 항의와 질문을 받는다. 환자를 내팽개치는 것은 의무방기라는 것이다. 일견 수긍이 가는 말이다. 그러나 엄밀히 따져 국민의 건강을 지킬 책임은 국가에 있는 것이지 의사에게 있는 것은 아니다. 의사는 국가의 그 의무 중 일부분을 위임받아 행하고 있을 뿐이다. 은퇴한 의사가 환자를 안 본다고 비난할 수는 없는 것이다.

 

좀 더 이해를 돕기 위해 건축을 예로 들어보자. 건축주는 국민이며, 건축을 책임지는 것은 정부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골조공사를 의사가 맡고 있는 것이다. 골조공사를 하면서 직경 1cm의 철근을 써야 하는데 건설회사에서 7mm 짜리로 쓰라고 압력을 넣던가, 7mm로 설계된 것으로 하청을 받았는데 값은 올려주지 않으면서 1cm 짜리로 공사를 하라고 했을 때, 아무 소리하지 않고 지시대로 공사해야 하는 것인가? 또 공기가 촉박하니 비가 오는데도 콘크리트 작업을 계속하라고 지시할 때에 그대로 따라야 하나? 이럴 경우에 올바른 건축주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아무 소리 말고 건설회사의 지시를 따르라고 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의료 문제가 워낙 복잡하여 국민들이 제대로 알기 어려우니 정부의 홍보에 현혹되는 국민들이 많다. 지난 의약분업 사태 때도 그랬다. 혹자는 국민들을 이해시킬 책임이 의사회에 있다고 한다. 일견 옳은 말이며 필자도 일부분 동의한다. 그런데 언론이 의사회의 주장을 국민들에게 알려주지 않으니 방법이 없다. 그래서 국민들에게 하소연하기 위해 파업이라는 강수를 두는 것이다.

 

의사들의 파업은 승자가 없는 loss-loss 게임이다.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으라’는 말이 있다. 지금 이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보건복지부에 의료의 현실에 대해 현실감이 있는 간부가 하나도 없다는 증거다. 물론 의료계의 현실을 제대로 국민들에게 이해시키지 못한 의료계의 책임도 결코 가볍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의료계의 의견을 그저 밥그릇 싸움으로 여기고 귓등으로 흘린 국민들 또한 책임이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 이유근 아라요양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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