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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인터넷신문기자협회 공동기획]③세계적으로 희귀한 역사 4.3

평화롭던 제주 섬에 불어닥친 4.3의 광풍이 제주 전역을 휩쓴 지 7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간 4.3의 정의로운 해결을 다양한 움직임이 있었다. 진상 규명에 이어 국가 보상금 지급, 재심 재판을 통해 현재까지 1191여명이 무죄를 선고받고 명예를 회복했다. 이제 제주4.3은 화해와 상생으로 국가폭력을 극복, 전 세계 과거사 사건 중 모범적인 해결 사례로 꼽히고 있다. 그럼에도 '완전한 해결'까지는 갈 길이 멀다. 아직도 의도를 알 수 없는 명예훼손과 역사왜곡 발언이 무분별하게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에 75년 통한의 세월을 관통하는 4.3기록물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국가폭력의 직접적인 기록과 함께 진상규명과 화해, 국가의 보상으로 이어진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제주도인터넷신문기자협회(미디어제주·제이누리·제주의소리·제주투데이·헤드라인제주)는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와 공동으로 75년 간의 기록과 역사에서 제주4.3이 세계에 전하는 진정한 평화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통틀어 한국전쟁 다음으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참혹한 역사가 제주4.3이다. 일제강점기를 벗어난 해방 시점과 냉전체제의 미군정, 우리나라 단독정부 수립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4.3 관련 기록물은 반세기 넘게 반공 이데올로기가 지배한 ‘침묵의 세월’ 탓에 더욱 찾아보기 힘든 자료로 평가된다.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4.3특별법)은 4.3에 대해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그 진압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7년이 넘는 기간 군경 토벌대와 무장대 간 충돌로 수만명의 양민이 영문도 모른 채 학살당한 끔찍한 사건이다.

 

4.3의 역사를 ‘기록과의 싸움’이라고 일컫는 사람이 많다. 연좌제 등을 이유로 4.3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침묵의 세월이 수십년간 이어졌고, 4.3을 얘기하는 것만으로도 소위 ‘빨갱이’로 취급받기 일쑤였다.

 

4.3에 대한 진상규명과 피해자들의 명예회복 목소리가 커지면서 수십년간 말문을 닫고 살았던 피해자와 유족들이 용기를 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1990년 말 국가기록원에서 1948년 1차 군법회의와 1949년 2차 군법회의에 회부된 4.3 피해자가 기재된 수형인명부와 4.3 관련 재판 피고인 명단 등이 발견됐다.

 

불법적인 재판이었음이 확인되면서 4.3에 대한 진상조사가 본격화됐고, 2000년에 드디어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4.3특별법)이 제정돼 진상규명과 피행자 명예회복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는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를 발간했고, 노무현 대통령은 그해 10월 유족들 앞에서 국가 폭력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 공식 사과하기에 이른다.

 

 

침묵의 시간을 거치면서 수많은 자료들이 폐기·훼손됐기에 4.3 기록물 하나하나가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4.3 기록물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 이념 대결, 국가폭력, 민간인학살 등을 한눈에 보여주는 세계적으로 매우 희귀한 자료로 평가된다.

 

특히 냉전과 분단 현실에서 국가폭력으로 인한 집단 희생의 아픔을 딛고 ‘화해와 상생’을 선언한 역사는 모범적인 과거사 해결 사례로 가치가 높다.

 

1992년 시작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MoW, Memory of the World)은 세계적인 가치가 있는 기록유산을 체계적으로 보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전 세계 84개국 432건이 등재돼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왕조실록과 훈민정음, 승정원일기, 조선왕조 의궤, 직지심체요절, 해인사대장경판, 동의보감, 난중일기, 조선통신사 기록물 등 16건이 세계기록유산으로 이름을 올렸다. 현대사 중에서는 광주 5.18민주화운동, 새마을운동, KBS의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등이 포함됐다.

 

유네스코는 진정성·독창성·비대체성·세계적 영향성·희귀성·원형여부 등을 기준으로 삼아 세계기록유산 등재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세계기록유산은 격년제로 등재가 결정된다. 홀수 해 각 국가마다 2건 이내로 신청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문화재청의 심사를 거친다.

 

4.3 관련 기록물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2012년 도내 학계·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2018년과 2021년에도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추진됐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와 제주도, 제주도의회, 제주도교육청, 제주4.3평화재단 등 주요 기관·단체가 힘을 합쳐 지난 2월20일 ‘4.3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추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올해 문화재청 심사를 통과해 2025년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목표로 삼았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되는 4.3 기록물은 총 3만303건이다.

 

공공기관 생산기록, 군·사법기관 재판기록, 미국 생산기록 등 4.3 당시 기록을 비롯해 4.3희생자 심의·결정 기록, 도의회 조사기록, 피해자 증언, 진상규명운동 기록, 화해·상생 등 4.3 이후 기록이 포함됐다.

 

군법회의 피해자 2530명의 명단이 담긴 수형인명부를 비롯해 죄 없이 형무소로 끌려간 4.3 피해자가 가족들에게 보낸 엽서도 포함됐다. 형무소에 갇힌 4.3 피해자 상당수가 한국전쟁 이후 총살당했거나 행방불명돼 그들이 남긴 유품인 엽서는 참혹한 역사의 기록으로 남는다.

 

제주4.3평화재단 조사연구실 반영관 팀장은 “4.3 기록물은 냉전 등 시대상황을 보여주는 4.3 당시 기록물과 진상규명과 화해와 상생으로 이어지는 4.3 이후의 기록물로 나뉜다”며 “세계기록유산에 국가폭력과 관련된 여러 기록물이 등재돼 있지만, 과거사 문제 해결을 위해 공동체 차원의 진상규명 운동을 통한 법률 제·개정과 화해·상생 정신 승화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희귀하다”며 세계기록유산 등재 필요성을 강조했다.

 

세계인의 기록이자 역사인 4.3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 응원은 4·3종합정보시스템(https://peace43.jeju.go.kr) 홈페이지를 통해 누구나 가능하다. [제주의소리=한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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