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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부문 한승엽의 '영남동', 장편소설 부문 임재희의 '저녁 빛으로'

 

제11회 제주4·3평화문학상(이하 '4·3문학상') 당선작이 결정됐다.

 

제주4‧3평화문학상 운영위원회는 시 부문 한승엽(57·제주)의 '영남동'과 장편소설 부문 임재희(59·서울)의 '저녁 빛으로'를 4·3문학상 당선작으로 선정했다고 13일 밝혔다.

 

논픽션 부문은 당선작을 내지 못했다.

 

제주도가 주최하고 4·3평화재단이 주관하는 4‧3문학상은 지난해 5월 16일부터 12월 9일까지 전국 공모를 진행했다. 공모 결과 국내외에서 199명이 응모했다. 시 1021편, 장편소설 86편, 논픽션 10편 등 모두 1117편이 접수됐다.

 

시 부문 당선작 '영남동'은 4·3 당시 토벌대의 초토화 작전에 의해 사라진 한라산 중산간 마을을 다루고 있다.

 

심사위원들은 “무게감과 완성도가 돋보였으며 직설적 화법을 피하면서도 4·3의 현실이 생동감 있게 상기된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장편소설 부문 당선작 '저녁 빛으로'는 버지니아공대 총격사건을 소재로 폭력과 상실에 대한 기억을 보듬고 살아가는 여성 3명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심사위원들은 “집요하게 파고들어 드러낸 폭력과 공포의 무늬가 분명하고, 디아스포라의 질곡을 깊이 경험한 자만이 표현할 수 있는 생생한 언어로 작가의 의도를 전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4·3문학상은 4·3의 역사적 진실을 밝히고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평화와 인권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수준 높은 문학작품을 발굴하기 위해 제주도가 제정했다. 제주4·3평화재단이 공모를 주관하고 있다. 상금은 장편소설 5000만원, 시 2000만원, 논픽션 2000만원이다.

 

제주4·3평화문학상 제1회 수상작은 현택훈의 시 '곤을동'‧구소은의 소설 '검은 모래', 제2회는 박은영의 시 '북촌리의 봄'‧양영수의 소설 '불타는 섬', 제3회는 최은묵의 시 '무명천 할머니'‧장강명의 소설 '2세대 댓글부대', 제4회는 김산의 시 '로프'‧정범종의 소설 '청학', 제5회는 박용우의 시 '검정고무신'‧손원평의 소설 '1988년생', 제6회는 정찬일의 시 '취우'‧김소윤의 소설 '정난주 마리아-잊혀진 꽃들', 제7회는 김병심의 시 '눈 살 때의 일', 제8회는 변희수의 시 '맑고 흰죽'·김여정의 논픽션 '그해 여름', 제9회는 김형로의 시 '천지 말간 얼굴에 동백꽃물 풀어'·이성아의 소설 '그들은 모른다', 양경인의 논픽션 '제주4·3 여성운동가의 생애', 제10회는 유수진의 시 '폭포' 등이다.

 

제8회 당선작 '그해 여름'은 '우리가 서로를 잊지 않는다면'(도서출판 은행나무)으로, 제9회 당선작 '그들은 모른다'는 '밤이여 오라'(도서출판 은행나무)로 출간됐다. 제9회 당선작 '제주4·3 여성운동가의 생애'는 '선창은 언제나 나의 몫이었다'(도서출판 은행나무)로 발간됐다.

제11회  제주4·3평화문학 시상식은 다음달 18일 오후 3시 제주문학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영남동

 

한라산 남쪽 아래 첫 마을

안개가 귀띔해준 얘기 때문에 옷깃을 여미고 있다

이윽고 무리 지어 올라오는 광기의 눈빛에도

머릿속은 말라버린 층계 밭에 갇혀 멈칫멈칫 헤매는데

악몽처럼 올레는 아찔한 소란에 어둑해지고

고막을 때리듯 문짝이 부서지더니 지붕이 활활 타올랐다

와들와들 울부짖는 불기둥, 신들린 것 같았다

기댈 벽도 없이 저절로 살아남을 수는 없었다

대물림할 수 없는 것들만 넋 나간 채 나뒹굴고

한 죽음이 또 다른 죽음의 눈을 감겨주는 찰나에도

우물에 갔다는 누이도 연기처럼 돌아오지 않아

숯검정을 쓴 채 정체 모를 벽에 휩싸여

검은 하늘이 지붕이고

잃어버린 번지수가 달빛에 걸려 있었다

그러나 서성거리는 우주의 끝에선

잠들지 않는 물소리가 흰 그늘로 길게 흘러가고

늑골로 빠져나간 바람까마귀가 대숲을 빙빙 돌다

기어이 지층을 깨우듯 울음을 터뜨리던

지상의 마지막 화전(火田)

거칠게 멍든 살갗이 바짝 곤두서고 있다

눈물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처음 알았기에

허상의 벽과 벽을 지우며

상처가 아무는 자리에 피 울음의 뿌리라도 처연히 솟아날까,

영영 폐족을 꿈꾸지 않았던 이름들

주름 깊은 웃음으로 기꺼이 밤길을 헤치고 돌아와

세상 한구석 어둠의 체위를 바꾸려고

서로 이마를 맞대 푸른 잎을 피워 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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