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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의 프리즘] 이자수익 돈 잔치하는 은행들
1991년 마지막 신규 은행 허가 ... 폭리 구조 바꾸려면 경쟁 촉진해야

 

고금리로 고객들이 고통을 받는 판에 손쉬운 이자 장사로 수익을 올리고 성과급 잔치를 벌인 은행들이 개혁 수술대에 올랐다.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의 과점 폐해를 줄이는 경쟁 시스템을 강화하라고 지시하자 금융당국이 상반기 중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은행들이 막대한 이익을 내는 것은 경영을 잘해서가 아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편승해 예금금리는 조금 올리고 대출금리는 많이 올리는 식으로 예금·대출 마진을 확대해 이자 수입을 거둔 덕분이다. 

신한·KB국민·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은행은 지난해 14조원에 육박하는 이익을 남겼다. 그 수익의 90% 이상은 높은 대출금리와 낮은 예금금리의 차이를 이용한 이자 장사로 벌어들였다. 이자수익 비중이 60%대인 선진국 은행들보다 월등히 높다. 이렇게 번 돈으로 평균 연봉이 1억원대인 임직원들에게 기본급의 300~400%씩 상여금을 주고, 희망퇴직자에게 6억~7억원씩 안겼다.

은행들의 폭리가 가능한 것은 정부가 쳐놓은 진입 장벽의 울타리 안에서 5대 은행이 시장을 나눠 먹는 과점 구조이기 때문이다. 5대 은행의 예금·대출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말 기준 각각 74.2%, 63.4%에 이른다. 상황이 이러니 은행 간 경쟁은 사라지고 대출금리 인하나 예금금리 인상에도 소극적이다.

신규 은행 허가는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91년 이후 20여년간 없었다. 2015년 카카오뱅크·K뱅크 등 인터넷은행 설립을 인가하며 ‘메기 효과’를 기대했다. 하지만 영업 대상을 제한하는 등의 규제로 인해 인터넷은행들이 기대했던 역할을 못 하고 있다. 

은행들의 폭리 구조를 깨뜨릴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경쟁 촉진이다. 우선 인터넷은행에 대한 여러 규제를 대폭 풀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핀테크 기업의 금융업 진출을 늘려 경쟁 구도를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당국은 완전경쟁 체제를 유도하는 방안으로 영국판 인터넷 전문은행인 ‘챌린저(challenger·도전자) 은행’ 사례를 주목한다. 영국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로이드·바클레이스·RBS ·HSBC 등 4대 은행의 과점 체제를 비판하는 여론이 거세지자 50여개 은행의 라이선스를 신규 발급했다. 

영국은 2013년 소규모 특화은행의 진입 자본을 500만 유로에서 100만 유로로 낮추면서 중소 규모 은행의 시장 진출을 촉진했다. 챌린저 은행은 대면 영업용 오프라인 지점을 운영하는 기존 전통 은행 대신 모바일 및 데스크톱 플랫폼을 통한 디지털 우선 접근 방식으로 차별화했다. 또한 낮은 수수료를 부과해 젊은 세대 고객에게 환영받았다.

챌린저 은행의 강점은 지점 운영과 인력 고용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감해 단순 상품과 저렴한 수수료, 경쟁력 있는 금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낮은 판관비율(매출액 대비 판매비와 관리비 비율)과 안정적인 건전성을 기반으로 전통 은행보다 높은 자기자본이익률(ROE)을 가능하게 만든다. 

성공 사례로 아톰 뱅크(Atom Bank)가 꼽힌다. 2016년 설립 인가를 받은 아톰 뱅크는 중소기업을 위한 저축계좌와 대출상품에 특화했다. 그 결과, 출범 1년여 만에 예금보유액 9억 파운드를 돌파하며 기존 은행들과 경쟁했다. 2009년 설립된 버진머니는 영국 주택담보대출 시장에서 3.4%의 점유율을 확보해 1위인 로이드(15.6%)에 못지않은 소매은행으로 자리잡았다.

은행업 인가를 기능과 목적에 맞춰 세분화(small licence)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현재 은행업은 단일 인가 방식인데, 인가 단위를 세분화해 특정 분야에 경쟁력 있는 은행이 등장하면 과점 체제를 완화할 수 있다. 이를테면 소상공인 전문은행, 도소매업 전문은행, 스타트업·벤처 전문은행 등 독립은행이 다수 등장하면 금융소비자의 선택권이 넓어질 것이다. 
 

 

은행업은 정부 인허가를 받는 사업이다. 한번 진입하면 쉽게 퇴출되지 않는다. 과점 구조가 굳어지자 이익이 훼손되는 것을 공동 방어하면서 수익을 챙기는 속성도 지닌다. 과거에도 정부와 정치권이 은행에 대출금리 인하나 금융소비자 보호를 압박한 적이 있지만, 효과는 별로 없었다. ‘관치官治’ 논란이 불거지고, 여론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리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를 해소하려면 은행들이 저렴하고 더 나은 서비스 제공을 스스로 고민하고 행동에 옮기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은행업 진입 문턱을 낮추고, 새로운 참가자를 육성해 경쟁을 촉진하는 것이 맞는 해법이다. 현 정부가 내세우는 노동·연금·교육 개혁 등 3대 개혁 못지않게 금융개혁이 긴요하다. 4대 개혁 차원에서 은행 과점 체제를 과감하게 수술할 때다. [본사 제휴 The Scoop=양재찬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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