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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의 프리즘] 사상 최대 무역적자와 5%대 고물가
나라 밖에선 피크 코리아 우려까지 ... ‘경제 워룸(war-room)’ 가동 나서야

 

2월이 열리면서 따사로운 봄소식이 들릴 줄 알았는데, 경제에는 한겨울 한파가 몰아쳤다. 1월 무역적자가 126억9000만 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1월 물가상승률도 5.2%로 뛰며 5%대 고공행진을 9개월째 이어갔다. 반도체 쇼크로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97% 급감했고, SK하이닉스는 10년 만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를 간파했는지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경제와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EU)의 성장률이 모두 반등할 것이라면서도 유독 한국의 성장률만 지난해 10월 전망보다 낮춰 잡았다. 그 바람에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1.7%)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일본(1.8%)보다 낮아질 상황에 처했다.

경기가 침체할 때 가장 걱정되는 국면이 저성장 속 고물가, 스태그플레이션인데 한국 경제가 그 늪에 빠져드는 형국이다. 나라 밖에선 한국 경제의 성장세가 정점을 찍고 끝나는 것 아니냐는 ‘피크 코리아(Peak Korea)’ 우려까지 나온다.  

월간 무역적자가 100억 달러를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 연간 무역적자(475억 달러)의 27%를 불과 한달 만에 쌓은 셈이다.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된 무역적자 행진은 11달째 이어졌다. 이렇게 오래 무역적자를 기록한 것도 외환위기 직전인 1995년 1월~1997년 5월 이후 25년여 만이다.

1월 무역적자가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은 주력인 반도체 수출이 반토막 난 판에 에너지 수입액은 급증했기 때문이다. 반도체 수출이 급감한 것은 한국 기업의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글로벌 경기 둔화로 하락하기도 했지만, 중국의 산업 고도화에 따른 자체 조달 증가 등 구조적 원인이 적지 않다. 중국은 ‘제조 2025’ 정책을 통해 자국 내 산업을 육성하면서 한국으로부터의 수입 수요를 대체하고 있다. 

한국으로선 중국이 빠른 속도로 추격해 경쟁 관계에 놓인 제조업보다 서비스업이나 금융업 등으로 진출 분야를 넓혀 나가는 전략이 요구된다. 교역 및 투자 상대국도 중국 중심에서 벗어나 세계 인구 1위국으로 부상한 인도, 지난해 최대 무역흑자국 베트남을 비롯한 아세안, 중동 국가 등으로 다변화해야 할 것이다.

 

 

국내 반도체 산업으로선 경기변동에 민감한 D램과 낸드 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편중에서 탈피해야 한다. 설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장비 등 반도체 전반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산업정책과 기업 전략이 요구된다. 

미국-중국 간 패권 경쟁과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면서 주요 산업의 국가 대항전 성격이 강화되고 있다. 삼성전자 등 우리나라 기업이 파운드리 세계 1위인 대만 TSMC를 따라잡을 수 있도록 정부 지원책을 좀 더 촘촘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국회는 생색만 낸 ‘K-칩스법’에 더해 반도체 투자세액 공제율을 최대 25%까지 높이는 법안 심의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에너지 수입이 무역적자의 주된 요인이라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1월 중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원 수입액이 157억9000만 달러로 전체 수입의 26.8%를 차지했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10년 동안 1월 에너지 평균 수입액(103억달러)의 1.5배나 된다.

설 민심을 악화시킨 ‘난방비 대란’을 잠재우기 위해 무리하게 중산층에까지 난방비를 지원하자는 정치권의 ‘난방비 지원 포퓰리즘’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추위에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은 따뜻하게 보살펴야 마땅하다. 

하지만 중산층까지 범위를 넓혀 에너지 비용을 보조하면 가스·전기요금을 현실화해 과도한 수요를 줄이고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겠다는 정부의 정책 기조에 어긋난다. 무역적자 줄이기도 계속 어려워진다. 

더구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전 국민 또는 상위 20%를 제외한 국민 80%에게 ‘에너지 물가 지원금’을 지급하자는 정치권의 주장은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양적긴축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자는 한국은행의 통화정책과도 상충된다.
 

 

11달째 지속된 무역적자 행진과 한일간 경제성장률 역전 전망 모두 공교롭게도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의 일이다. 우리나라 성장률이 일본보다 낮았던 것은 1980년 오일쇼크와 1998년 외환위기 때뿐이었다. ‘잃어버린 30년’으로 불리는 장기 저성장을 겪는 일본보다 성장률이 낮아진다는 것은 여간 심각한 위기가 아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1기 경제팀은 낙관론에 젖어 있고, 여야 정치권은 네 탓 공방을 일삼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1일 재정경제금융관 간담회에서 “1월이 지나면서 시차를 두고 무역수지가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리오프닝(봉쇄 완화)에 기대를 거는 눈치인데, 외생변수에 의존하는 접근으로는 위기를 돌파하기 어렵다. 정부는 ‘경제 워룸(war-room)’을 가동해 국내외 상황을 시시각각 체크하면서 대책을 세우고 실행에 옮겨야 할 것이다. [본사 제휴 The Scoop=양재찬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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