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고 바보같은 사람이라는 부정적인 뜻을 품은 치매, 해당 병명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제 강점기 시대에 정착된 용어이기도 하지만, 기억력이 약한 사람을 놀릴 때 "너 치매 걸렸니?"라고 하는 등 실제 치매환자와 가족들에게 거부감을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개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치매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전엔 치광으로 불렸다. '미친 사람'이란 뜻이다. 모두 일본에서 처음 사용됐다. 영어와 독일어에서 유래된 Dementia(디멘시아)라는 명칭을 일본의 정신의학자인 '쿠레 슈우조'가 지난 1908년, 한자로 바꾸면서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치매'로 불려지고 있는 것이다. 치매도 그나마 치광에서 순화된 용어다. 이후 지난 1919년, 일본의 소설책에서 '치매'라는 단어가 처음 사용됐고, 1927년엔 일본어 사전에 첫 적용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일본에서 만든 병명인 치매를 그들은 이미 '인지증'으로 개선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지난 2004년 "치매라는 용어는 어리석다는 의미가 담겨 경멸감과 부정적인 시각을 준다"며 "의학적으로 인지 장애라는 의미의 '인지증'으로 바꾼다"고 발표했다. 뿐만아니라 대만에선 '실지증', 홍콩과 중국도 '뇌퇴화증'으로 병명을 개정했다. 모두 한자권 국가인데, 국내에서만 유일하게 '치매'로 사용하고 있다.
치매의 한자 뜻은 '어리석을 치(癡)'와 '어리석을 매(呆)'를 합성한 용어다. 특정 질병을 앓는 환자를 '어리석고 또 어리석은 사람'으로 호칭하는 것이 인권 침해라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일제 시대의 잔재라는 시각에서도 병명 개정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재홍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도 "치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는 것이 '치매 친화적 고령 사회'로 가는 첫걸음"이라며 "질병의 의미도 알리고 치유될 수 있다는 긍정의 의미가 담긴 용어를 찾아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국회와 보건복지부(복지부) 차원에서의 병명 개정에 대한 노력이 꾸준히 이어져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런저런 이유로 미뤄지고 있는 상태다. 한편에선 "굳이 바꿔야 하냐"고 말하기도 하고 "혼돈만 줄 뿐, 이미 우리 사회의 인식에 깊게 박혀있기 때문에 병명을 개정한다고 해도 사회에선 꾸준히 치매라고 표현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치매환자 100만 시대를 바라보고 있는 상황에서, 병명 개정은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의 조사 결과, 치매라는 병명이 주는 거부감 때문에 초기에 치료를 못 받는 환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치매는 초기에 잡아야 발전을 늦출 수 있는데, 주변의 시선 때문에 치매 증상이 나타나도 쉽게 병원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팩트경제신문>은 국내 언론사 최초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KB손해보험, SK하이닉스 등과 함께 '치매병명개정' 캠페인·공모전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 실제 치매 환자·가족들의 의견을 모아 국회에 전달할 예정이다.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은 "병명 개정은 실제 아픔을 겪고 있는 환자와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며 "지난 20대 국회에서부터 계류되고 있는 치매병명개정 법안을 이번 국회에서는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병명개정 공모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내달 9일(월) <팩트경제신문>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본사 제휴 팩트경제신문=김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