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누리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지방행정 현장에서 나타날 수 있는 정책의 문제점에 대하여 진단하고 그 문제점과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특별자치도라면 적어도 다른 지방자치단체에 비하여 그 역량이 뛰어나야 됩니다. 그러나 아직도 전근대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는 분야가 있다면 시급하게 개선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한 점에서 특별자치도의 정책을 진단하고자 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의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① 환경부의 권고를 묻어버린 조례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8조는 '주거 밀집지역으로 생활환경의 보호가 필요한 지역'에 대하여 각각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가축사육을 제한하여 주거밀집지역의 생활환경을 보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2011년 '가축사육제한구역 지정기준 권고안'은 생활환경의 보호가 필요한 '주거밀집지역'을 '가구의 최소단위를 5호 내지 10호 기준'으로 정하도록 지방자치단체에 권고한 바 있다. 이 권고에 따라 전국의 기초자치단체 조례는 '주거밀집지역'을 5호 또는 10호로 정의하고 이 경계로부터 각각 몇 백미터 이내에는 가축사육을 제한한다.
충청남도 「아산시 가축분뇨의 관리 및 처리에 관한 조례」 제2조는 '주거밀집지역'을 '자연발생적으로 5호 이상의 주택이 형성된 자연마을'로 정의하였다.
제3조는 가축사육 '전부제한구역'과 '일부제한구역'으로 구분하고, 전부제한구역은 도시지역(주거지역․ 상업지역․ 공업지역․ 녹지지역)과 상수원보호구역, 관광지와 관광특구 지정지역, 국가 하천으로부터 100미터 이내, 교육환경보호구역에서는 가축사육이 전부 제한된다.
'일부제한지역'에서는 '5호 이상의 주거밀집지역 주택 경계선'으로부터 직선거리로 각각 350m 또는 2000m 이내에서는 가축 종류별로 사육을 제한한다.
취락지구로 지정되지 않으면 있으나 마나
이에 비하여 「제주특별자치도 가축분뇨의 관리에 관한 조례」는 '주거밀집지역'을 정의하지도 않았으며, '전부제한구역'과 '일부제한구역'을 구분하지도 않았다.
제4조(가축사육의 제한) ① 도지사는 법 제8조제1항에 따라 가축사육을 제한하는 지역은 다음 각 호와 같다. 이 경우 경계의 기준이 되는 구역, 지역, 지구 등은 제한지역에 포함한다.
1. 상수원보호구역 경계로부터 직선거리 1.5킬로미터 이내의 지역
2. 「하천법」 제2조에 따른 하천, 「소하천정비법」에 따른 소하천 및 바다의 경계로부터 직선거리 100미터 이내의 지역
3.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36조 및 제37조에 따른 주거지역ㆍ상업지역ㆍ공업지역 경계 및 녹지지역ㆍ관리지역 내 취락지구 경계로부터 돼지ㆍ개ㆍ닭ㆍ오리인 경우 직선거리 1,000미터 이내의 지역, 그 외의 가축인 경우는 직선거리 200미터 이내의 지역
4. 추자 제4수원지, 우도수원지 경계로부터 100미터 이내의 지역
5. 천지연 폭포 상류수질에 영향을 미치는 하논 농업용수로의 경계로부터 100미터 이내의 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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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조례 제4조 제1항 제3호는 '관리지역 내 취락지구'로부터 거리를 정하여 가축별로 사육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오랜 기간을 거치면서 농촌지역에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주거가 밀집된 마을이라 할지라도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의한 '취락지구'로 정해지지 않았다면 가축사육을 허가 한다는 뜻이다.
제주시는 50여호의 주택과 상가, 펜션 등이 밀집된 한 농촌 마을 바로 인접한 곳에 축사 건축허가를 내 주었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의한 '취락지구'가 아니라서 가축사육제한구역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이다. 이 마을은 오랜 기간 전통적으로 형성되고 생활환경의 보호가 필요한 주거밀집지역 임에도 취락지구로 정하지도 않고 방치해 버렸다.
더군다나 이 부지는 보전되어야 할 습지(자연생태계가 풍부하였던 연못)였다. 몇 년전에 누군가에 의하여 무단으로 매립되어 버린 곳이다. 마을 주민들이 담당 공무원에게 이 습지에 대하여 물어보았지만 위치도 제대로 모르면서 전혀 엉뚱한 얘기로 횡설수설 하더라고 한다.
다른 지방자치단체라면 당연히 가축 사육이 제한되고 축사는 불허 대상이다. 그러나 이 허접한 제주특별자치도 조례에 따라 축사 건축이 허가 되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환경부의 권고안이 주거밀집지역의 생활환경을 보호하기 위하여 지방자치단체 조례로 정하도록 위임하였음에도 이를 묻어버렸다.
한편 대법원은 '환경권은 재산권이나 영업의 자유보다 우위에 있는 기본권'으로 '환경권의 보호에 관한 각종 규정의 입법취지 등을 종합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결하면서 개발행위에 대한 행정청의 허가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7년3월15일 선고 2016두55490 전원 합의체 판결)
제주특별자치도 행정심판위원회는 이 건축허가를 취소하도록 재결한 바 있다. 이제 환경부서에서는 도시계획 부서에 이 마을을 취락지구로 정하지 않았다고 떠밀 것이고, 건축허가 부서에서는 조례 탓을 하며 책임이 없다고 둘러댈 것이다.
환경부의 권고안을 다시 검토하여야
가축사육으로 인한 악취나 지가하락 등으로 다수의 주민들이 겪는 고통이나 건강 위협을 보호하지 못하는 조례는 존재의 이유가 없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상위법의 입법취지와 환경부의 권고안, 그리고 다른 지역의 기초자치단체 조례와 비교하여 조례를 개정하여야 한다. 취락지역 지정이 제대로 되었는지 재확인하여야 하고, 가축사육 제한구역 지정을 다시 검토하는 노력이라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빠른 시일 내에 이 습지를 원상회복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조시중은? = 제주특별자치도의 사무관으로 장기간 근무하다가 은퇴하였다. 근무 기간 중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정책학 석사, 미국 캘리포니아주 웨스턴 로-스쿨에서 법학 석사, 제주대학교 대학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는 제이누리 논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