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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 창가에서] 코로나19, 우리의 미래를 바꾸는 힘으로 전환해야

 

코로나19 감염병은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에서 시작하면서 이듬해 1월 20일 한국 내 환자가 처음 보고되었다. 이후 2월 중순경 대구의 특정 종교집단을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환자가 발견되었고, 대한민국은 초긴장 상태로 들어갔다. 그리고 7개월이 다가온다.

 

환자 동선 파악과 적극적인 방역, 마스크 쓰기나 위생 등 국민적 예방을 통해 세계는 코로나19에 모범적인 대처를 하는 사례로 대한민국을 꼽았고, 여러 나라에서 배우고 싶다는 요청이 쇄도했다고 한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영광은 거기까지였다. 처음 겪는 신종 바이러스에 대해서 초기 대처는 잘 했을지는 모르지만 장기화 되면서 속속들이 대한민국의 민낯이 드러나기도 하고 경제침체로 국민들은 아우성을 치고 있지만 여기에 대한 대처는 아직도 요원하기만 하다.

 

이제부터는 우리의 미래를 장기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다. 몇 가지 질문을 하면서 생각해 보자.

 

첫째, 코로나19는 조만간 사라질 것인가?

 

절대 그렇지 않다. 2~3년 지나며 인간의 대응 능력이 높아지면서 영향력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는데, 그 전까지는 강하게 여러 차례 유행을 지속할 것이다.

 

둘째, 한번 걸리면 면역력이 생겨서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까?

 

코로나19에 걸린 이후 면역력을 만들어주는 항체 생성률이 그다지 높지 않다고 한다. 한번 걸리고 나서도 또 걸릴 수가 있고, 그 종류도 여러 개이기 때문에 반복해서 걸릴 수도 있다.

 

셋째, 곧 백신이 만들어질 거라서 걱정 안 해도 된다?

 

백신, 즉 예방치료가 만들어지기까지는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대부분의 바이러스 특징을 보면 변이를 자주 하기 때문에 접종을 하더라도 그 효과 기간이 짧아서 전문가들은 3개월마다 또 맞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한다.

 

넷째, 2~3년 지나면 괜찮아질 테니 고통스럽더라도 조금만 참으면 된다?

 

그렇지 않다.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부터 최근의 코로나19까지 겪으면서 알게 된 것은 새로운 바이러스들이 5년 안팎의 간격으로 자주 출몰한다는 점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가 잠잠해지더라도 다른 바이러스들이 줄이어 나타날 것이다. 우리는 또 한 바탕 전 세계적인 난리를 쳐야 할 상황이 계속 벌어질 것이다.

 

이 네 가지 질문을 통해서 우리가 짐작할 수 있는 상황은 이번 코로나 사태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는 점과 설령 여러 가지 조건으로 조용해진다 하더라도 새로운 바이러스들의 출현으로 인류는 반복해서 고통을 받게 될 것이다. ‘화성침공’이란 영화에서 외계인들이 지구의 바이러스 때문에 몰살당하는 결말은 외계인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에서 살아온 인류에게도 적용되는 문제였다.

 

 

어떻게 해야 하나? 코로나19가 장기화 될 것이고, 반복될 것이고, 또 다른 바이러스들이 줄이어 공격 태세를 하고 있다면 우리는 어떤 새로운 세상으로 저들을 막아내야 할 것인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초기 단계를 지나고 있는 이 시점이 미래를 걱정할 ‘골든타임’이라고 본다.

 

최근 20여 년 동안 인류에게 위협을 줬던 바이러스들은 거의 동물에게서 인간으로 넘어온 바이러스들이다. 덜 접촉했으면 넘어오지 않았을, 오래도록 그 동물들에게서만 문제를 일으켰던 것들이다. 하지만 인간이 그 동물들의 서식지를 침탈해서 농경지를 만들거나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멧돼지, 조류, 박쥐 등이 점차 인간 영역과 부딪히게 되었고, 그들만 가지고 있던 동물 바이러스들이 인간에게 전파되는 확률이 높아졌던 것이다.

 

처음에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지만 바이러스들이 인간 숙주가 안락하다고 느끼면서부터는 인간끼리 전염되는 종류로 변이를 하게 된다. 적응하지 않던 바이러스가 새로이 돌아다니게 되면 강하고 치명적인 놈들이 되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개발에 대한 관점을 바꿔야 한다. 땅을 파고 높은 건물을 올리고 길을 자꾸 만들어대는 것만이 개발이 아니라 우리가 같이 살 수 있는 방식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비단 난개발이 자연을 훼손하고 환경을 헤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인류 생존을 위해 절제하고 조심해야 한다는 교훈을 배워야 한다.

 

대규모 사육도 문제다. 개체수가 적을 때는 전파 능력도 떨어지지만 대량 사육하다보니 접촉이 많아져서 전염 속도도 빠르고, 밀집해서 키우다보니 병약해지고 집단 폐사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게 된다. 인간이 육식을 줄이고 최근 동물복지를 중요시 하게 된 연유다.

 

항체나 치료약 개발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 변이를 하거나 다른 종류의 바이러스들이 연이어 나타날 테니까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우리는 사스나 메르스 바이러스가 대유행 조짐을 보일 때 운 좋게 지나갔지만 이번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처럼 언제든지 강력한 전염력과 치명율을 지니고 인간 세계로 넘어올 것이다. 그리고 오랜 기간 인간을 괴롭힐 것이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또 다른 대비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사회적 안전장치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보았듯이 어린이집과 같은 유아교육기관이 문을 닫으니 맞벌이 가정에서는 아이를 데리고 있어야 하지만 한국의 보육 체계는 속수무책이었고 보육대란이 일어났다. 공무원인 직장인들은 그나마 다행이었어도 자영업자들을 비롯한 중소기업들은 구제금융(IMF) 때보다 더 혹독한 시절을 보내고 있다.

 

학원 종사자들은 학생들 수업을 못하고 몇 달 동안 생계에 허덕여야 했다. 성당, 교회, 결혼식장 등이 문을 닫으니 꽃농장들은 애써 키운 꽃들을 말려 죽여야 했다. 학교가 문을 닫으니 비정규직 학교 급식 종사자들은 기본 생활도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경제가 이처럼 안 돌아가니 식당이나 골목 상권들은 타격을 입게 되었고, 국가간 격리나 모임 금지로 관광업계는 망연자실 상태다. 어느 한 분야 멀쩡한 곳이 없을 정도로 경제가 심각해졌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장기화 될 것이고, 반복될 것이라는 데 있다. 여기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코로나19와 같은 재난에는 단계별 접근이 필요하다. K-방역이라고 하는 대한민국의 방역체계는 메르스 사태를 겪었기 때문에 잘 대비할 수가 있었다. 방역은 전염병 초기 대응이라면 이제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재난 이후 우리가 부족했던 부분들을 점검하고 채워나가면서 다음 재난에 대비하는 일과 장기화 하고 반복되는 재난에 대한 미래 계획이다.

 

첫 번째 대응인 방역은 잘 되고 있을지 모르지만 그 과정에서 노출된 어설픈 정책들이나 인권의 문제 등은 우리가 섬세하게 손봐야 할 부분들이다. 두번째 고려해야 할 부분은 감염병 대응 인프라다. 감염병 환자를 치료할 격리병상, 음압병상, 감염병 중환자실, 임시 격리 시설 등과 더불어 의사, 간호사와 같은 감염병 관리 인력에 대한 준비다.

 

7월 31일 현재까지 제주도에서 발견된 코로나19 확진자는 26명이지만 대구에서처럼 폭발적인 환자 발생이 일어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제주대학교병원에 격리병상 29개(음압병상은 9개)와 격리 중환자 병상 4개, 서귀포의료원에 격리병상 48개(음압병상 3개)와 격리중환자병상 1개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갑자기 100명 환자 발생했을 경우에는 제주도는 보건의료 공황상태에 빠지게 된다. 더욱이 어르신들이 감염되면 절반에서 중환자실로 가게 되는데 어찌할 것인가? 제주는 특성상 외부로 환자를 이송할 수도 없어서 자체 해결해야 한다. 이러한 모든 인프라를 준비하는 게 지금 시점이다.

 

세 번째 준비해 나가야 할 것은 장기화에 대한 대비책이다. 바로 사회 안전장치 구축을 말한다. 긴급재난기금은 말 그대로 긴급하게 투여해야 할 부분이지만 이 단계를 고민하는 지금 시점에서는 제주 산업 전반에 대한 획기적인 대전환과 복지 체계의 구축에 대한 사고가 필요하다. 코로나 시대와 기후위기, 세계경제 침체에 대응하면서 지속가능한 제주 경제의 틀을 이참에 마련해야 한다. 위기가 곧 기회이기 때문에 대전환의 기회를 잡아야 할 것이다.

 

농업이나 관광과 관련된 산업이 주를 이루는 제주는 기후나 주변 경제 상황 등에 부침이 심한 편이다. 이에 대해 미래를 내다보는 기획이 필요하다. 더불어 농어민 기본소득이나 청년 기본소득, 골목상권 안정화 대책(골목상권지원센터 등), 지역화폐의 조속한 활성화, 돌봄 지원, 비정규직 안정화 대책, 지역사회통합돌봄 활성화나 제주형 주치의제도 등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어려운 시기에는 사회적 약자들이 심각한 피해를 먼저 입게 된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안전장치를 더욱 강화하는 게 앞서 가는 거라 생각해야 한다. 스웨덴이 1990년대 경제에 큰 타격을 입었을 때 오히려 복지정책을 강화하고 사회 안정장치를 확대하면서 일자리도 공공히 했다는 점을 상기해 보면 좋겠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는 새로운 세상을 바라봐야 할 것이다. 누가 얘기했듯이 코로나 이전의 세상은 더 이상 오지 않을 것이라는 말처럼... 그 새로운 세상은 이제는 인류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게 하면서 지구 공동체, 지역 공동체가 공존하는 세상이다.

 

정의당이나 녹색당이 주장하고, 최근에는 문재인 대통령도 관심을 가지게 된 ‘그린뉴딜(녹색경제)’은 그 모든 것들에 대한 종합적인 대비가 되기에 충분하다. 기후위기를 해결하고, 신종 전염병으로부터 인류를 지켜내며, 미세먼지, 이산화탄소와 온난화, 각종 공해, 미세플라스틱 등 최근 인간과 지구 동물들에게 위협을 가하는 것들로부터 안전장치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위한 산업은 우리의 일자리들을 새로이 만들게 될 것이며, 노동 안정 및 복지를 강화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게 되면 우리가 사는 환경이 건강해지고, 우리 몸이 건강해지고, 정신이 건강해지는 우리는 건강해지는 길로 가게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 지역 차원에서 대전환을 준비해야 한다. 이미 유럽을 비롯한 북미권까지도 오래 전부터 진행을 하고 있는데 우리는 심각성을 모른 채 허송세월 하는 게 아닌가 걱정이 크다.

 

코로나19는 이미 지역 전파가 확실해졌고, 수년간 반복될 것이다. 그렇다면 인플루엔자(독감)가 유행한다고 생각하고 조심하면서도 코로나19와 같이 살아갈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언제까지 지금처럼 공포감으로 살아갈 것인가?

 

두려워하되 피하지 말며, 조심하되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면 코로나19 자체의 의학적인 공공 인프라 대비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삶과 경제 분야에서의 장기적 전망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도 시급히.... 이것이 코로나19와 이후 닥쳐올 새로운 바이러스들에 대한 단계적 대책이 될 것이다.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 고병수

 

고병수는?
= 제주제일고를 나와 서울로 상경, 돈벌이를 하다 다시 대학진학의 꿈을 키우고 연세대 의대에 입학했다. 의대를 나와 세브란스병원에서 가정의학 전공의 과정을 마쳤다. 세브란스병원 연구강사를 거쳐 서울 구로동에서 개원, 7년여 진료실을 꾸리며 홀로 사는 노인들을 찾아 다니며 도왔다. 2008년 고향 제주에 안착, 지금껏 탑동365의원 진료실을 지키고 있다. 열린의사회 일원으로 캄보디아와 필리핀, 스리랑카 등 오지를 찾아 의료봉사도 한다. '온국민 주치의제도'와 '주치의제도 바로 알기' 책을 펴냈다. 한국일차보건의료학회(KAPHC) 회장, 한국장애인보건의료협회(KAHCPD) 부회장,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이사장 등을 맡아 보건의료 선진화 방안과 우리나라의 1차 의료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보건정책 전문가다. 지난 4.15 총선에 정의당 후보로 나와 제주갑 선거구에서 분루를 삼켰지만 총선 직후 곧바로 대구행 의료자원봉사에 나서 숱한 이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현재 정의당 제주도당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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