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1월 30일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1.50%로 조정했다. 6년 5개월 만의 금리인상이다. 그동안 부진한 경기를 떠받치기 위해 저금리로 돈을 풀었던 ‘유동성 잔치’가 끝나고 ‘긴축의 시대’로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기준금리는 대출이자와 예금ㆍ적금 금리에 영향을 미친다. 대출금리는 기준금리 인상을 미리 반영해 10월부터 올랐다. 이제 빚 내 집을 사거나 가게를 얻어 장사하는 시대는 저물었다. 기업이든 가계든 허리띠를 조여매야 한다. 그동안 익숙해진 부채의존 체질을 바꿔 나가야 한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지난해 6월 이후 17개월간 유지됐던 사상 최저금리(1.25%) 시대는 막을 내렸다. 한은이 추가 금리인상은 신중하게 판단하겠다지만, 내년에도 기준금리가 한두차례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장기간 초저금리 상황에 익숙했던 기업과 가계, 정부 등 경제주체들로선 ‘통화정책 정상화(금리인상)’라는 달라진 환경에 적응해 나가야 한다.
가계부채는 올 3분기 말 1419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95%에 달한다. 빚 내 집 사라고 권했던 박근혜 정부 2기 최경환 경제팀 출범 이후 부동산 및 대출 규제가 풀리면서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했다. 넘치는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에 몰리면서 아파트값이 폭등했다. 이런 판에 최근 경기 회복세가 또렷해지면서 자금흐름을 왜곡하는 초저금리를 조정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그렇다고 이번 금리인상이 과열을 진정시키자는 경기조절 용도는 아니다. 가계부채 폭증과 부동산가격 급등 같은 부작용이 확산하는 것을 제어하자는 용도다.
발 등에 불이 떨어진 건 가계다. 이번 금리인상에 따른 가계의 연간 이자부담 증가액은 2조3000억원. 금리인상 충격파는 자산을 처분해도 집을 다 못 갚는 한계가구와 영세 자영업자가 먼저 크게 받는다. 한계가구 32만 가구와 생계형 자영업자 48만명이 사정권에 들었다. 세곳 이상 금융사에서 대출받은 저신용ㆍ저소득 채무자들도 390만명에 이른다.
현실적으로 이미 변동금리로 대출받은 채무자로선 금리 상승기에 맞춰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 경우 중도상환수수료 여부와 담보권 설정 및 부대비용 부담 등을 두루 살펴 선택해야 한다. 꼭 필요해 새로 대출받을 경우 3년 이하 단기대출이면 아직까진 변동금리, 그 이상 장기대출이라면 고정금리가 유리해 보인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나온 세 차례의 부동산 대책과 10ㆍ24 가계부채 대책, 공공 임대주택 공급 확대가 골자인 11ㆍ29 주거복지 로드맵에 금리인상 소식이 더하면서 부동산 시장의 과열은 진정될 것이다. 특히 입주 물량이 많은 수도권과 지역경제가 좋지 않은 지방 부동산이 영향을 크게 받을 게다. 실수요자가 아니면서 무리하게 대출을 끼고 집을 사는 행위와는 이별을 고할 때다.
기업들도 스스로 금리 리스크 관리에 나서야 한다. 부채비율이 높은 중소기업들이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다. 이미 기업 10곳 중 3곳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상황이다. 금리인상은 원ㆍ달러 환율 하락을 가속화해 수출기업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 가계나 기업이나 이참에 빚에 의존해선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는 본격적인 금리상승 국면 이전에 한계기업들을 솎아내는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그래야 경제 전체의 피가 맑아지고, 건전한 기업이 피해 보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는 요즘이 선제적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이다. 아울러 시중자금이 비생산적인 부동산보다 혁신벤처기업 등 생산적 가치를 창출하는 쪽으로 흐르도록 유도해야 한다.
한은이 금리인상 속도를 우리 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잘 조절해야 함은 물론이다. 초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린 상황에서 유가가 오르고 원화 강세도 지속되고 있다. 고금리ㆍ고유가ㆍ원고高의 퍼펙트스톰이 한꺼번에 몰아치기 전에 기업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고, 정상을 찾아가는 금리상승 추세에 슬기롭게 대처하자. [본사 제휴 The Scoop=양재찬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