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느끼지 못한 정과 사랑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임철모 주임님 사랑합니다. ”
지난달 22일 제주지방경찰청 홈페이지 ‘칭찬한마디’ 코너-. 하귀파출소 임철모 경위를 칭찬하는 글이 무더기로 올라왔다.
사연은 이렇다.
지난달 18일 112상황실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민박에 돈을 입금했는데 입실을 시켜주지 않아요. 도와주세요”
전화기 속 너머로 웅성거리는 소리를 들은 임 경위는 사안이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직감했다.
임 경위는 동료 경찰관과 함께 현장으로 출동했다.
애월읍 하귀리 한 펜션. 그 곳에는 다섯가족이 둘러 앉아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른 10명에 아이들이 14명. 아이들은 물놀이를 하고 온 뒤라 젖은 옷을 입고 비를 맞고 있었다.
부산에서 여행 온 이들은 몇달 전부터 여행사를 통해 펜션을 예약을 했다. 그러나 여행사의 착오로 펜션 예약이 되지 않았던 것.
친구들이 모여 몇달 전 부터 계획했던 친목 가족 여행이 물거품이 될 위기였다.
낭패를 겪어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인 이들 가족들은 혹시나 "경찰의 도움을 얻을 수 있을까"란 마음에 전화기를 든 것이다.
하지만 경찰이 출동했다한들 해결될 일은 아니었다. 결국 펜션 주인은방을 내주지 않았다.
딱한 처지의 그들이었지만 인원수가 많아 쉽사리 머물 수 있는 숙박업소를 찾기도 힘들었다. 아이들도 역시 초등학교 문턱에도 발을 들여놓지 않은 어린이들로 여느 곳으로 옮겨 다니며 '숙박장소'를 구하기도 애매한 상황.
이들의 사연을 들은 임 경위는 뜻밖의 제안을 내놨다.
“저희 집에서 머무세요.”
휘둥그레 눈이 커지며 머리를 긁적이던 그들이었지만 응당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제안이었다. 게다가 '공짜'라니 더 반신반의할 수 없다.
그 반면 임 경위는 오히려 "불편하면 어떡하냐"며 걱정을 했다.
독도경비대에서 근무하던 임 경위는 지난해 제주 근무를 자원했다. 제주로 정착하기 위해 1층 집을 마련한 터였다. 그러다 얼마 전 2층을 증축하면서 1층 공간은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안 쓰는 1층 공간을 내주자." 불현듯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었다.
임 경위 덕택에 다섯 가족은 2박 3일간 제주여행을 마치고 다시 뭍으로 돌아갔다. 물론 소중하고 따뜻한 기억을 가슴에 안고서다.
"...들뜬 마음을 안고 시작한 여행이 악몽으로 변하기 직전에 임철모 경위님의 배려로 정말 정말 즐겁게 여행을 마칠 수 있었고 우리 모두 경찰에 대한 이미지도 상당히 많이 변했습니다... 제가 이렇게 글을 씀으로써 임철모 경위님에게 '득'이 되었으면 하며 마무리 짓겠습니다."
임 경위는 지난달 24일 제주지방경찰청장으로부터 표창을 받았다.
하지만 임 경위는 아직 쑥스럽기만 하다.
"특별한 계기는 없었습니다. 어린 아이들이 비를 맞아가며 그런 상황에 놓여있는데 저뿐만이 아니더라도 다들 저 같이 행동했을 겁니다. 마침 1층이 비어있었고 (펜션)근처에 집이 있었습니다. 도와줄 수 있는 여건이 돼 도운 것 뿐인데요."
작은 배려가 세상을 따뜻하게 만든다는 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제이누리=박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