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자본의 기틀로 제주 대정마을의 귱휼을 살핀 마을 유지가 손수 지은 '해녀의 노래'가 대정읍 하모리 운진항에 우뚝 세워졌다.
서귀포시 대정읍(읍장 지영준)은 17일 서귀포시 대정읍 하모리 운진항 인근 소공원에서 허창현(1898∼1974) 선생이 작사한 '해녀의 뱃노래'가 새겨진 비석(높이 2.2m, 폭 1m, 두께 80cm, 재질 화강암) 제막식을 열었다.
'해녀의 뱃노래'는 허 선생이 1955년 작사한 노래로써 형석기(1911∼1994) 선생의 '대한팔경(1936)' 곡에 제주와 모슬포, 운진 등의 가사를 넣은 곡이다.
'해녀의 뱃노래'는 일터로 향하는 대정지역 해녀들에게 힘을 북돋아 주기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대정읍 상모리 출신인 허 선생은 일제강점기 제주에서 민족자본 축적에 힘쓰면서 거부로 거듭난 인물이다.
광복 후 4.3사건 때는 대정지역에서 토벌대에 처형당할 뻔한 30여명의 주민들을 구하기도 했다.
6.25전쟁 발발 후 참전국 장병들이 제주에 왔을 때에는 육군 제1훈련소(현 모슬포 91대대) 부근에 외국군과 한국군 간 소통공간을 무상으로 제공하기도 했다.
전쟁이 끝난 후에는 대정지역에 양파와 감자, 고구마 종자를 장기보관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지역발전에 힘썼다.
1955년에는 하모리 운진항 개발을 위해 전 재산 수백만원을 내놓았다. 대형 선박까지 접안가능한 물양장을 만들기 위해서다.
그러나 전 재산을 털어 오히려 경제적 어려움이 생긴 데다가 운진항 개발 과정에서 인근지역 항구 상인들과 갈등으로 운진항 완공을 보지 못한 채 1974년 작고했다.
대정읍 주민들은 선생의 공덕을 기리기 위해 하모1리와 상모2리 등에 공덕비 3기를 세운 데 이어 선생이 작사한 '해녀의 뱃노래' 비석을 운진항 인근 소공원에 세웠다.
향토사학자 김웅철씨는 "선생의 공덕을 기리기 위한 이 비석이 올레 10코스를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제이누리=강남욱 기자]
▼해녀의 뱃노래 가사
삼천리 금수강산 평화의 낙원이요
한라산 높아 높아 이 강산 정기로다
(후렴) 이어도사 이어도사 이어 이어 이어 이어도사나
태평양 넓은 바다 황해를 끼고 있고
한라산 밑바닥엔 무진(無盡)의 보화로다
모슬포 운진항은 한국의 중보로다
우리의 운진항은 자랑의 항구로다
만경창파 전 먼 바다로 배 떠나간다
날물에 출렁 들물에 출렁 출렁 출렁 배 떠 나간다
어제밤에 오신임을 한배 싣고 배 떠 나간다
선창가에 부딪치는 파도 물새들이 잠을 깬다
삼사월의 긴 긴 날도 석 달 열흘 백일이요
동지섣달 긴 긴 밤도 석 달 열흘 백일이라
저 먼 바다 섬 사이로 구름만 껴도 요 내 간장 타는 가슴
운진항을 만들어서 해양발전 이룩하자
어서 어서 만들어서 우리 향토 부흥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