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기 제주에 영장류 원숭이가 서식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역사적 기록이 나왔다.
제주발전연구원 제주학연구센터가 최근 '제주학 아카이브'(www.jst.re.kr)에 탑재한 '조선왕조실록' 제주기록 중 일부 기록에서 확인된 내용이다.
이에 따르면 1434년(조선 세종 16년) 4월11일 세종이 전라도 감사에게 "첨지중추원사(僉知中樞院事) 김인이 제주목사로 있을 때 원숭이 여섯 마리를 잡아 길들이게 해 지금의 목사 이붕에게 전해 주고 왔다"는 기록이 나온다.
세종은 "특별히 사람을 보내 육지에 가져오게 할 것은 없으니 만일 어떤 사람이든지 와서 주의해 먹여 기르겠다면 육지로 가지고 와서 풀이 무성한 섬이나 갯가에 놓아 기르게 하되 혹시라도 사람들로 하여금 잡아 가지 못하게 하고 힘써 번식할 수 있도록 힘쓰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2년 뒤인 1436년(조선 세종 18년) 윤달 6월16일 기사에 따르면 제주 안무사(濟州安撫使) 최해산이 원숭이(獿子 : 요자)와 노루(獐) 한 쌍을 바치니 주상(세종)이 명해 상림원(上林園)에서 기른 뒤에 인천 용류도(龍流島)로 옮겨 놓아주었다고 기록돼 있다.
그렇다면 제주도나 한반도에 원숭이가 살고 있었던 것일까?
이에 대해 이선복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는 ▲이웃나라인 중국이나 일본에서 원숭이가 서식한다는 점 ▲실제 1970∼1980년대 충북 단양 구낭굴, 충북 청주 두루봉 일원에서 짧은 꼬리 원숭이(일본 구마모토 원숭이) 화석이 발견됐다는 점 등을 내세워 한반도에 원숭이가 서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시아와 북아프리카에 흔한 영장류인 짧은 꼬리 원숭이는 나무 위에 서식하며 땅을 밟고 걷기도 한다.
이선복 교수는 '조선왕조실록' 1434년 4월11일 기사 중 "김인 제주목사가 원숭이 여섯 마리를 잡아 길들이게 했다"는 문구는 "제주도에 야생원숭이가 살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원숭이가 한반도에 살았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기록은 '삼국유사'에도 있다.
'삼국유사' 권제3 흥법(興法) 제3 '원종흥법염촉멸신(原宗興法猒髑滅身)'조에 따르면 "6세기 신라 법흥왕 때 이차돈이 순교하자 비가 내리는 데 이어 곧은 나무가 부러져 원숭이들이 떼를 지어 울부짖었다"고 기록돼 있다.
근세에 이르러 원숭이는 제주에서 찾아볼 수 없으나 15세기엔 원숭이가 서식했던 것으로 보여 역사.고고학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제이누리=강남욱 기자]